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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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집게

고둥 껍데기에 집 삼아 들어가
갑각 없어 몸 보호할 또 다른 외피 필요

 

해수면 아래 얕은 바닥.
한 무리의 고둥 가운데 뒤뚱 뒤뚱 몸을 움직이는 놈이 있다.
집어 올려 보면 고둥 빈껍데기 속에 집게(사진)가 들어앉아 있다.

위협을 느낀 집게는 돌출된 두 눈과 몸을 급히 안으로 밀어 넣고 큰 집게발로는 입구를 막는다.
그 민첩한 동작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한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집게는 자기 몸채만한 고둥 껍데기를 집으로 삼고 살아 이름이 그렇게 붙여졌다.
영어권에서 '은둔자 게(Hermit Crab)'라는 고상한 이름을 붙인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왜? 고둥 껍데기를 안식처로 택했을까?
집게는 갑각류이긴 하지만 배와 꼬리 부분에는 갑각이 없어 말랑말랑하다.
그래서 몸을 보호할 또 다른 외피가 필요하다.
딱딱한 고둥 껍데기는 집게의 이런 보호능을 충족시켜주는 훌륭한 안전판이다.

집게는 몸집이 커지면 살던 집을 버리고 더 큰 고둥 껍데기를 찾아 나선다.
마치 사람이 집을 늘려 이사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고둥 껍데기가 늘 여유있게 널려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마음에 드는 고둥 껍데기에 다른 집게가 살고 있을 땐 집게발로 시위를 벌여 상대의 기를 죽인 뒤 빼앗기도 한다.

살벌한 바다생물 세계의 약육강식 단면이다.
집을 잃은 약자는 은신처를 찾아 달아 난다.
그 뒷모습에서 약자의 비애가 묻어 난다.

더러 고둥 껍데기 위에 작은 말미잘을 짊어지고 다니는 부류도 있다.
둘은 공생관계다.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철모에 나뭇잎을 꽂아 위장하듯,
집게는 말미잘의 촉수로 자신을 숨긴다.

또 고착생활을 하는 말미잘에게 집게는 가만히 앉아서 먹이를 찾아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된다.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보기인 셈이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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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산낙지

8개의 발이 얽혀 있어 ' 낙제어'

 
 
 

한 아낙이 갯벌에서 잡아 올린 낙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수현 기자>


최근 전라도의 한 갯벌 마을을 지나다 큼직한 양은 주전자를 들고 나선 아주머니를 만났다.
호미로 낙지 구멍 입구를 넓힌 뒤 손을 밀어 넣는데 어깨까지 쑥 들어갔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낙지는 한동안 요동을 쳐보지만 주전자 속으로 던져지자 체념한 듯 이내 잠잠해진다.

요즘 갯벌이 부산하다.
낙지들이 산란기인 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분 비축에 나서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가을에 잡히는 낙지를 '꽃낙지'라고 부른다.
그 맛이 얼마나 각별했으면 '꽃'자를 붙여 미화했을까???.
발이 가늘고 긴 세발낙지의 참맛이 5~6월 무렵 새끼 때라면,
성숙한 낙지 맛을 제대로 보려면 중추(中秋)에 잡히는 꽃낙지가 제격이다.
그래서 '봄 조개, 가을 낙지'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콤해 회나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했다.
갈낙(갈비살과 낙지), 낙새(낙지와 새우), 낙곱(낙지와 곱창) 등 낙지는 다른 재료들과도 두루 어우러져 맛갈스런 궁합을 연출해 낸다.
또 조방낙지, 무교동낙지, 목포 세발낙지 따위처럼 지역별로 별미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한다.
부산의 명물, 조방낙지는 일제 강점기 때 동구 자유시장 자리에 있던 조선방직 앞 낙지 음식점들에서 유래됐다.
당시 조선방직 근로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얼큰한 낙지볶음을 안주 삼아 들이키는 한잔 술로 달랬다 한다.

그러면 낙지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자산어보에는 낙지를 한자어로 낙제어(絡蹄魚)로 쓰고 있다.
얽힌(絡) 발(蹄)을 지닌 물고기(魚)라는 뜻이다.

8개나 되는 발이 어지럽게 얽힌 낙지의 특성을 적절하게 포착한 작명이다.
낙지는 강장 작용에 좋은 타우린과 히스티딘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농가에서 농사일로 탈진한 소의 원기 회복을 위해 먹일 정도였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같은 음으로 읽히는 '낙제(落第)'를 경계,
수험생이 피해야 할 금기 1호 생물로 취급했다.
낙지의 탁월한 보신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대우가 아닐 수 없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태 라는 메뉴에

        제목이 <조개낙지>조개야??낙지야?? (☜크릭)-2008.07.27자 문서에

        특이한 낙지를 소개해 놓았읍니다.

        참고하세요...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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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상어

듣기만 해도 까칠한 그 이름 ' 沙魚'

 
 

상어는 이빨 생김새에 따라 종류가 구분된다.

사진은 백상아리, 그레이너스 상어, 고래상어(위에서부터).


바다의 사냥꾼,
상어의 무기는 날카로운 이빨이다.
 
400여 종에 달하는 종마다 이빨의 기능적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영화 '죠스'의 백상아리는 삼각형 이빨의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생겨 아무리 큰 먹이라 해도 물고 턱을 좌우로 흔들면 쉽게 잘라 먹을 수 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모델인 청상아리는 뾰족한 송곳 모양의 이빨이 예리하게 안으로 휘어져 먹이를 포크처럼 찔러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목 안으로 끌어들여 씹어 먹는다.

지난 17일 해운대에서 발견된 고래상어는 현존하는 어류 중 가장 덩치가 크지만,
이빨의 크기가 3mm 안팎에 불과하다.
그래서 먹이 사냥도 수염고래처럼 물을 들이킨 뒤 휩쓸려 들어온 작은 어류나 플랑크톤을 걸러서 먹는다.
연골어류라 상어로 분류되지만,
고래상어(Whale shark)로 불리게 된 사연도 덩치뿐 아니라 먹이 사냥 방식도 고래를 닮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어의 종별 특성은 이빨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구별되지만,
이름은 거친 피부에서 유래한다.
한자 문화권에서 상어는 사어(沙魚)라고 쓴다.
이는 상어 피부에 미세한 돌기가 있어 껍질이 마치 모래(沙)처럼 거친 까닭이다.
상어 껍질을 말려 사포 대용으로 사용했다니 그 거친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돌기구조는 상어가 빠른 몸놀림에 도움을 준다.

2002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이언 소프는 아디다스사에서 제작한,
목에서부터 발목까지 전신을 감싸는 수영복을 입고 삼관왕에 올랐다.
전신 수영복의 재질 및 디자인은 빠른 속도로 물살을 헤쳐가는 상어에게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매끄러운 몸으로 수영하면 물이 피부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와류현상이 일어나 마찰 저항이 커지지만,
상어 피부와 같은 돌기구조를 차용한 수영복이 마찰을 줄여 줘 속도를 높여 준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 중에 잠수 만물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그밖 장비 라는 메뉴에

        제목이 0.01초의 과학이 승부를 결정한다 (☜크릭)-2008.08.10자 문서와 

        

        수중 물안경 에 수중 생물이라는 메뉴에

        특이한 상어들....(☜크릭)-2007.04.02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그밖에 상어에 대한 이야기는

       제브로그에서 "상어"를 검색하면 여러가지 글들이 많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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