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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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게

'무장공자' 불려도 창자는 있다

 
 

바위틈 사이에 자리 잡은 게가 몸을 도사린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지난 1908년 나온 안국선의 풍자소설 '금수회의록'에는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 등 8가지 동물이 등장해 인간 사회의 모순과 세태를 비판한다.

이 소설에서 다섯번째 자리를 차지한 '무장공자(無腸公子)'는 배알도 없이 외세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을 창자 없는 '게' 보다 못하다며 독설을 퍼부어댄다.
무장공자란 번지르한 껍데기를 지녀 외모는 공자 같지만 속은 비어 있는 '게'를 지칭한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기개나 담력이 없는 사람을 놀릴 때 무장공자라는 말을 써왔다.
하지만 게에게도 창자가 있긴 하다.
배가 작게 퇴화하는 바람에 머리 가슴 아래쪽에 접혀 있어 마치 내장이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게 입장에선 '무장공자'라는 말이 못 마땅할 듯하다.
게가 불쾌해 할만한 일은 이뿐이 아니다.
자신을 가리키는 별칭과 속담 중 좋은 의미로 쓰인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눈자루를 내어놓고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요사스럽게 곁눈질하는 듯 보여 '의망공(倚望公)'이라 불렀고,
바르게 가지 못하고 옆걸음 친다하여 '횡보공자(橫步公子)'라는 이름을 붙였다.

체면을 차리지 않고 급하게 밥을 먹어치우는 형상을 두고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하다'라고 했는데,
이는 몸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두 개의 눈이 위험을 감지하면 급히 몸속으로 민첩하게 숨어버리는 데서 비롯된 속담이다.

그리고 사람이 흥분하여 말할 때면 입가에 침이 번지는 것을 보고 "게거품을 문다"라고 한다.
이는 게의 아가미가 공기 중에 노출되면 호흡을 위해 빨아들인 물이 배출되면서 주위에 거품이 북적북적 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야행성인 게는 달이 밝으면 먹이를 노리는 천적 때문에 활동을 하지 않아 몇일을 굶는 통에 살이 물러진다.
그래서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는 사람을 두고 "보름게 잡고 있네"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게는 한자로 '해(蟹)'라고 쓴다.
규합총서(1809년,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부녀자를 위하여 엮은 일종의 여성생활백과사전)는 '늦여름과 이른 가을에 매미가 허물을 벗듯 벗어나기'에 게를 뜻하는 한자에 벌레 충(蟲)자가 들어간다고 적고 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 중에 물안 보안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안 상식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게를 삶으면 왜 붉어질까? (☜크릭)-2008.11.26일자 문서에

        또 다른 게에 대한 상식이 있읍니다...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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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명태

명천 살던 태씨 어부가 잡아 '명태'
 

강원도 어민들이 원양에서 잡아온 명태를 덕장에 걸어 말리고 있다.

<박수현 기자>

 

한류성 어류로 겨울이 제철인 명태는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어온 생선 중 하나다.
살은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은 창란 젓갈을, 알은 명란 젓갈을 담가 먹는다.
또 간에 들어 있는 기름은 시력 회복의 특효약으로 쓰이고, 짓이긴 명태 살에 향료를 넣어 게맛살 등 어묵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명태는 가공 방식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냉동하지 않고 싱싱한 상태에서 유통되면 '생태',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얼리면 '동태',
제사상에 올리거나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국을 끓이기 위해 바짝 말리면 '북어'가 된다.
그리고 겨울 바닷가 덕장에 걸어두고 40여 일간 얼렸다가 말리는 작업을 20차례 이상 되풀이해 색깔이 누르스름하게 변하면 '황태',
건조 과정에서 하얗게 마르면 '백태',
검게 되면 '흑태',
딱딱하게 마르면 '깡태'가 된다.
애주가들의 술안주로 군침을 돌게 하는 '코다리'는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보름 정도 말려 쫀득쫀득해진 것이고,
막걸리 안주로 서민의 사랑을 받아온 '노가리'는 어린 명태를 가리킨다.

이토록 다양한 별칭을 가진 명태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조선후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1871년, 조선과 중국의 사물에 대해 고증한 내용으로 39권 33책이 전해지고 있다)는 이렇게 전한다.
조선 인조 임금 때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 일대를 순시하던 중 한 어민이 반찬으로 내놓은 생선을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었다.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아온 고기인데 이름을 모르겠다고 하자,
명천의 명자에 태씨 성의 태자를 붙여 명태(明太)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혹자는 명태 간의 기름을 짜서 등잔불을 밝혔던 것에 착안,
'어두운 곳을 밝히는 존재'라는 뜻으로 명태라고 명명했다는 이설을 제시한다.
여기서 밝힌다는 의미는 명태의 간유(肝油)를 단지 연료로 사용한 데 국한되지 않는다.
명태 살에는 지방기가 적어 육질이 다소 팍팍하지만 간에는 많은 지방이 축적돼 있다.
간 지방에는 비타민 A 성분이 많아 예로부터 시력 회복에 특효약이었다.
그래서 영양 결핍으로 시력이 약해진 사람들은 해안 포구에서 명태 간을 먹었다고 한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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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코끼리 해표

수컷,
코 부풀려 큰 소리 내 우열 가려

 

코끼리해표는 남극권에 서식하는 해표류 중 가장 덩치가 큰 종이다.
성장한 수컷의 경우 6~7m의 몸길이에 무게는 3~4t에 이르며,
암컷은 3~4m 몸길이에 무게는 1t 가량 나간다.

코끼리해표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은 것은 수컷의 경우 코끼리의 코처럼 코 부분이 돌출되어 앞으로 튀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해표는 화가 났을 때 코를 길게 부풀려 올린다.
이처럼 코끝이 입 속으로 구부러져 들어간 상태에서 포효하게 되면 부풀어 오른 코가 울림통 기능을 하여 내지르는 소리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

코끼리해표가 포효하는 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있으면,
울림통에서 진동되어 나오는 소리가 동굴 속에서 듣는 메아리처럼 귀 뿐 아니라 온몸에 전해져 온다.

돌출된 코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기괴하게 보이지만,
이들에게 만은 남성다움의 상징물이다.
이들은 한 마리의 수컷이 많게는 30마리 정도의 암컷을 거느리며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번식기에 다른 수컷이 자신의 권위에 도전을 해오면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두 마리가 서로 마주보고 코를 크게 부풀려 큰 소리를 내는데,
대개의 경우 그 소리의 크기로 우열이 가려진다.
가끔 소리의 크기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치열한 몸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컷 코끼리해표로선 인류와의 만남은 악연이었다.
19세기 중반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기름은 동물의 지방을 태워 얻는 것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이때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사냥한 대표적인 동물이 고래와 코끼리해표였다.
성장한 수컷 한 마리에게서 700~800kg의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보니 19세기 중반까지 코끼리해표는 엄청난 수가 희생돼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물안 보안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안 상식 이라는 메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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