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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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징어

까마귀 잡아먹는 '烏賊魚'라
 
  야행성인 오징어는 낮동안 비교적 수심이 깊은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박수현 기자

우리 나라만큼 오징어를 즐겨먹는 국가도 드물것이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수산물 416만9000t 가운데 오징어가 6.4%(26만6000t)를 차지,
명태(38만3000t)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명태 소비량 중 상당량이 게맛살이나 어묵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선호도에서는 오징어가 단연 1위라 할만하다.
 
오징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 친숙한 어류여서 그런지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다소 해학적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뜻인 오적어(烏賊魚)가 오징어의 어원이라고 한다.
 오징어가 물 위에 죽은 척 떠있다가 까마귀가 내려앉아 쪼려할 때 긴 팔로 휘감아 물 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잡아 먹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징어가 까마귀를 잡아먹는 일은 설사 있다 해도 아주 드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징어에 까마귀 '오'자가 붙은 것은 어떤 연유일까.
오징어가 까마귀를 사냥한다는 접근보다는 먹물을 뿜어대는 오징어를 보고 검은색의 상징동물인 까마귀가 연상되었을 것이라는 이청(정약용의 제자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주(註)를 달았다)의 해석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청은 중국식으로 까마귀 '오'자에 물고기를 뜻하는 '즉()'자를 사용,
'오즉'이라 명명한 초강목에 주목했다.
'오즉'이 우리 나라로 전해지면서 음이 비슷한 '오적어'로 변모하고,
'오적어' 한자 표기에서 까마귀 도적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런데 오징어에게 도둑놈 심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날아다니는 까마귀를 잡아먹는 까마귀 도적이 아니라 수컷의 교미 형태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들은 8개의 발 외에 양쪽으로 길게 뻗은 한 쌍의 더듬이 팔을 가지고 암컷들을 앞다투어 붙잡는다.
그 대상은 어린 암컷들이다.
이를 두고 음흉한 도둑놈 심보를 가졌다고 평하기도 한다.

오징어 먹물로 글씨도 쓸 수 있다.
처음에는 일반 먹물보다 광택이 나고 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말라붙은 먹물이 종이에서 떨어져나가 글씨가 없어진다.
그래서 믿을 수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가리켜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라는 말을 쓴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태 라는 메뉴에

        제목이 "오징어"에 대한 이야기(1)(☜크릭)-2006.09.29자 문서부터 씨리즈로 4편이 있읍니다.

        참고하세요...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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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파리

자산어보에도 등장한 골칫덩이 '海八魚'
팔 8개 가진 노무라입깃해파리일 가능성.....

 
 
  해파리가 다이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유영하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는 시기 우리 연안은 해파리 떼의 침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육상의 오염물질이 장맛비와 함께 바다로 흘러드는데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연안 환경이 해파리가 살기에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해파리의 대량 번식은 여러 가지 피해를 준다.
우선, 무수한 촉수의 자포는 해파리를 접촉하는 사람에게 독을 뿜는다.
맹독을 가진 종도 있어 때론 사람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능력이 부족해 덩치 큰 플랑크톤(Plankton·방랑자라는 뜻의 그리스 말에서 유래. 운동 능력이 없거나 미약하여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물)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바로 앞에 사람이 있어도 피해갈 수가 없다.
단지 촉수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면 반사적으로 자포를 발사할 뿐이다.

어민들에게는 골치 덩어리다.
해파리가 그물에 걸려들면 물고기의 상품성이 망가진다.
무게가 100kg을 넘나드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같은 대형종이 걸리면 그물을 들어올리다 찢어먹기 일쑤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해파리를 중국식 한자어로는 해타(海○), 속명으론 해팔어(海八魚)로 적고 있다.

그는 해양생물을 속명으로 표기할 때 당시의 발음과 비슷한 한자어를 차용했다.
그것도 뜻이 통하는 한자어를 골라서 사용했다.

이 점에서 그가 '팔(八)'자를 사용한 것에 흥미가 끌린다.
자산어보에 해파리가 지름이 1m가 넘는 대형이라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약전이 관찰한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8개의 팔(腕)을 가지고 있다.
팔을 가진데다 그 수가 8개라는 점에서 그가 '팔'자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 홍순탁 교수는 해팔어가 해파리로 불리게 된 것과 관련,
'자산어보와 흑산도 방언에 관한 고찰'이란 논문에서 "사물이름에 접미사 '-이'를 붙여 새로운 어형을 형성한 한 예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파리의 특성에서 연유한 이름으로는 중국 명나라 사람 이시진이 지은 약학서 본초강목에 수모(水母)가 등장한다.
이는 93% 이상에 이르는 해파리의 높은 함수율 때문일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저서 임원경제지에서 '물알'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해파리 몸을 구성하는 젤라틴 성분에 착안, 'Jelly Fish'라고 이름지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태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해파리 (☜크릭)-2009.04.19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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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 내시경 > ┃ 물안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말미잘

움츠린 모습이 '미주알' 닮아
영미권서는 '시 아네모네' 꽃에 비유

 
 

물 속에서 말미잘의 촉수가 말려들어간 부분을 내려다 보면 옴폭 패인 모양새가 영판 항문을 닮았다.

<<박수현 기자>>


지금까지 알려진 해양생물은 27만5000여 종에 이른다.
해양생물의 이름은 대부분 그들의 생김새에서 유래됐다.
이 가운데 말미잘에 대한 작명은 좀 특이하다.
항문을 연상하고 붙여졌기 때문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말미잘의 모습을 탈장된 창자로 묘사하면서 미주알(未周軋)이라고 명명했다.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생물 표기가 당대 우리말을 한자로 옮긴,
음차 과정을 거친 것임을 감안하면 말미잘이란 이름의 유래가 미주알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미주알의 국어사전 뜻풀이는 '똥구멍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 즉 항문이다.
그래서 아주 하찮은 것까지 질문하는 행위를 가리켜 '미주알 고주알 캐묻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말미잘의 이름을 왜 항문에서 따왔을까?
 
말미잘의 생태를 관찰해 보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말미잘은 화려하게 뻗친 촉수에 있는 자포로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을 잡아 먹는다.
 
말미잘은 매우 민감하다.
평상시 촉수를 뻗고 있다가 작은 위협이라도 감지되면 순식간에 촉수를 강장 속으로 거둬 들인다.
 

 

촉수가 사라진 말미잘은 아무 매력이 없다.
단지 뭉텅한 원통형의 몸통과 촉수가 말려 들어간 구멍만 남을 뿐이다.
물속에서 촉수가 말려 들어간 부분을 내려다 보면 옴폭 패인 모양새가 항문을 빼닮았다.
 
아마 말미잘을 관찰한 선조들의 생각도 그러했을 것이다.
항문을 닮긴 닮았지만 차마 사람의 그것과는 비유할 순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선조들의 해학이 묻어난다.
선조들은 사람과 비교하기 곤란하거나 다소 큰 것을 지칭할 때 '말'이라는 접사를 붙이곤 했다.
말의 항문을 끌어들여 '말'과 '미주알'의 합성어 '말미주알'을 만들어냈다.
'말미주알'이 축약되면서 말미잘로 변했다.


같은 사물이라도 문화권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진다.
영미권에서는 말미잘을 '시 아네모네(Sea Anemone)'라 부른다.
 
화려하게 내밀고 있던 촉수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모양새가 봄에 잠깐 피었다가 바람결에 지는, 화려하지만 연약한 아네모네 꽃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아네모네는 바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에 어원을 두고 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 중에 물속 삼매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속 사진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말미잘(아네모네) 사진 모음 (☜크릭)-2005.01.09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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