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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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홍합

암컷의 붉은 살에서 유래
주산지·형태 본따 ' 동해부인' 부르기도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은 진주담치에 밀려난 홍합(사진)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홍합은 토종 담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외래종이 우리 나라 연안으로 들어오면서 토종과 구별할 필요가 생겼다.
토종은 진짜 담치라 해서 참담치로,
외래종을 진주담치로 부른다.
기름의 으뜸을 참기름이라고 칭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주담치는 지중해가 고향이다.
진주담치의 유생이 외국을 왕래하는 화물선의 밸러스트수(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 안에 설치된 탱크에 채우는 바닷물)에 섞여 국내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진주담치는 적응력과 번식력이 강해 국내 상륙하기 무섭게 홍합의 서식지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전 연안으로 퍼져나가 마침내 주류로 자리잡았다.

홍합(紅蛤)은 참담치 암컷의 붉은 살을 특징적으로 잡아내 붙인 이름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담치는 담채(淡菜)에서 파생됐다.
이른 봄이 제철인 홍합의 속살을 말리면 해산물이면서도 짜지 않고 채소처럼 담백한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홍합을 '동해부인'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는 홍합의 주산지가 동해인 데다, 그 모양새가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홍합이 여성을 상징하는 해산물이긴 하지만 암수가 구별된다.
조갯살을 놓고 볼 때 암컷은 붉은 색을 띠고 수컷은 흰색을 띤다.
일반적으로 암컷이 맛이 좋아 식용으로 우대 받는다.

진주담치가 우리 연안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에서는 아직도 홍합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들은 홍합을 이용해 홍합밥이라는 별미 음식을 만들어냈다.
홍합밥은 홍합을 잘게 썰어 넣어 밥을 지은 뒤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으로,
후각을 부드럽게 감싸는 갯내음과 쫄깃한 육질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 중에 물안 보안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안 상식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홍합과 담치는... (☜크릭)-2007.08.29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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