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 고래의 배설물, 용연향

출처: Dailymail(UK)


그 물건은 바로 '바다의 사향'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용연향입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에서 채취하는 송진 비슷한 향료향유 고래 위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오징어의 일부를 담즙과 함께 토해내는 것입니다.

용연향은 본디 토사물이나 배설물이기에 향유 고래의 소화 상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 고래나 용연향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향유 고래 중에서도 수컷 고래만이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답니다.



출처: FIRA, 네이버블로그 Juchaman


용연향은 번식기에 향유 고래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하면서 생긴 소화불량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또, 향유 고래의 주식인 대왕 오징어의 입이 뾰족하기 때문에 이 입에 향유 고래의 소화기관이 쓸려 소화 장애가 생기면서 용연향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향유 고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대왕 오징어의 입을 자신의 지방으로 감싸 내뱉는 과정에서 용연향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출처: APEX, Youtube


그렇다면, 이런 용연향을 주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 용연향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요?

용연향은 물보다 비중이 작아 바다에 떠다니기 때문에 어부의 그물에 걸리거나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영국의 한 부부는 '모어캠 베이'라는 해변을 걷다가 악취가 나는 곳으로 갔다가 용연향을 발견했다고 해요.

그리고 이 용연향은 전문가 감정결과 약 7,3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출처: Dailymail(UK)


또 다른 사례는 영국의 무명 가수 잭 티퍼(Jack Tipper)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일프러콤 해변을 산책하던 그는 해초더미 사이에서 용연향을 발견하게 되었고,

약 20만 파운드(한화 2억 9천만원)의 가치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8살 소년이 용연향을 발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해변을 걷다가 돌덩이를 주웠을 뿐인데, 알고보니 이러한 가치가 있다니 로또 맞은 기분일 것 같습니다.


출처: chanel, boucheron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무언가 의아함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사물이나 배설물에 불과할 용연향의 가치가 왜 이 정도로 높은지 말입니다.

용연향은 고급 향수 제조에 핵심적인 소재로 인공으로 얻을 수 없는 진귀한 동물성 향료라서,

그 몸값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보헤미안(shalacho)


용연향은 처음엔 돌처럼 딱딱하지만 알코올에 녹이면 주 성분인 앰브레인이 추출되면서 향료로 변하게 됩니다.

앰브레인은 향수의 향을 오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수 제조할 때 필수적인 재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왕족들의 향수에 사용되어 왔고, 오늘 날에도 보시듯 최고급 향수를 만드는 핵심 원료입니다.




용연향은 원래 악취가 굉장히 심하지만, 태양빛을 받아 산화되면서 그 악취가 옅어진다고 합니다.

또, 바닷물에 씻기면서 안 좋은 향을 많이 지워내기때문에 10년 이상 바다를 떠돈 용연향일수록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고 해요.

이렇게 악취가 지워진 용연향도 향 자체는 은은한 편이지만, 다른 향과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가 좋아서 높은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꿈꾸곤 합니다.

그러나, 그에 준하는 가치가 있는 것을 때로는 지나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에 바로 보이는 돈 말고도 그 돈만큼의 가치를 줄 수 있는 물건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니라고 무조건 지나치기보다는 관심을 갖고 둘러보다 보면 바다의 로또 ‘용연향’ 처럼 가치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COOKING의 과학] 카사노바가 사랑한 굴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온 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굴을 즐겨 먹었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쓰레기장인 패총에서도 굴 껍데기가 출토되고, 조선 시대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굴은 동해안을 제외한 7도의 중요한 토산물로 기록돼 있다. 

굴은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 모려(牡蠣), 굴조개, 석굴, 석화(石花) 등으로 불렀다. 

석화는 돌 ‘석(石)’자에 꽃 ‘화(花)’자로 바닷가 바윗돌에 꽃이 핀다는 뜻의 ‘돌꽃’으로 불렀다. 

굴은 일단 눈으로 보아도 매끈한 윤기,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굴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굴은 매우 유혹적인 식품이었다. 

실제로 해산물을 날로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날로 먹는 해산물로는 굴이 거의 유일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굴을 즐긴 사람들은 고대 로마 황제를 비롯한 삼총사를 쓴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더 뒤마, 그리고 “짐이 곧 국가다”라고 외친 프랑스 왕 루이 14세도 굴 마니아였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서양에서 굴을 사랑한 인물로는 카사노바를 빼놓을 수 없다. 

서양 최고의 플레이보이로 꼽히는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생굴을 50개씩 먹었다고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렇게 대부분 정력적인 남성들이 즐긴 탓인지 굴은 정력제로 알려졌다. 

그러나 맛을 아는 여성들도 굴을 즐겼는데 절세미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가 탄력 있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식탁에서 빼놓지 않았던 식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달빛같이 흰 피부를 원하면 굴을 먹으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왜 이렇게 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몸에 좋은 정력식품 혹은 피부에 좋은 식품으로 평가받아 온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굴이 가지는 영양성분 때문이다. 

굴은 다른 조개류에 비해 아연, 철분, 칼슘 등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까지 영양소가 풍부한 편이다. 

특히 칼슘의 함량은 우유와 비슷할 정도로 풍부해 어린이 성장발육에도 좋아 서양에서는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 부른다. 

수산물 중에서도 가장 완전식품에 가까운 굴에 들어 있는 철분과 구리, 칼슘은 빈혈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특히 정상적인 면역기능과 함께 세포분열에 필수 영양소인 아연을 함유하고 있다. 

굴이 정력에 좋은 이유는 바로 아연 때문인데 아연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영양소로 셀레늄과 함께 정력에 좋은 미네랄로 통한다. 

또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만드는 데 쓰이는 특별한 아미노산이 풍부해 정력제로도 알려져 왔다고 보인다. 

특히 아연 성분은 우리 몸에 축적돼 있는 납 성분을 체외로 배출시켜주는 효능이 있으며, 굴에 있는 셀레늄은 대장암세포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굴의 또 다른 효능으로는 피부미용을 꼽을 수 있다. 

굴에는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를 탄력 있고 깨끗하게 해준다. 

여드름 환자가 굴을 섭취하면 균 감염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또한 굴의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알코올을 해독하는 작용이 뛰어나 피로회복에 좋다. 

굴의 타우린 성분은 뇌 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며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굴에는 비교적 콜레스테롤이 많지만 이를 타우린이 낮추어 주는 셈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과 나트륨이 높아 혈압조절과 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요한 경우 너무 과량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동해를 빼고 남해안, 서해안에서 다 잘 자라는 굴이지만 지형적으로 다소 다른 특성을 가진다. 

남해안 굴은 크고 맛이 시원하지만, 서해안 굴은 작아도 맛이 진하고 담백한 특성이 있어 기호대로 골라 먹으면 좋다. 

우리나라는 참굴, 토굴, 강굴, 바윗굴 등 굴 종류가 다양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굴의 종류가 많아 입맛에 따라 산지별로 굴을 골라서 먹는다. 

와인이 산지와 연도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굴도 마찬가지다. 

생굴의 맛을 즐기는 서양인들은 레몬을 많이 뿌려 먹는데 이는 레몬의 비타민C는 철분의 흡수를 돕고 굴에 함유돼 있는 타우린의 손실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굴을 주로 생으로 즐기는 서양인들에 비해 우리는 요리 민족답게 다양한 굴 요리를 즐겼다. 

생으로 먹는 것 말고도 굴 무침, 굴밥, 굴전, 굴국, 굴 국밥, 굴찜, 굴 깍두기, 굴김치, 굴장아찌, 굴튀김을 요리해 먹고, 젓갈로는 어리굴젓까지 담가 먹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굴을 즐겨먹었는데, 1795년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수라상에는 ‘석화잡저(石花雜菹)’라는 것이 나오는데 바로 이것이 굴을 넣고 담근 섞박지로 궁중에서도 굴을 넣어 김치를 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떤 굴을 사 먹는 것이 좋을까? 

자연산 굴도 좋지만, 양식 굴도 좋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대부터 굴을 양식해 먹었고 품질도 좋은 편이다. 

굴양식을 많이 하는 통영의 갓 딴 큼직한 양식 굴은 생으로도 먹고, 불에 구워 먹어도 별미다. 

굴은 색이 우윳빛을 띠고 살은 패주가 뚜렷하게 서 있는 것으로 둥그스름하고 통통하게 부풀어 있는 것이 신선하다. 

굴은 겨울철이 제철이고 서양속담처럼 굴은 알파벳 R이 들어간 달에 먹는 것이 좋다. 

5월에서 8월 사이의 굴은 맛이 없고 독소를 가지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굴은 잘 상하고 부패하기 쉬우므로 주의하고 잘 보관해야 한다. 

굴은 1% 정도의 소금물에 넣어 남은 껍질을 떼고 여러 번 씻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굴은 바닷물과 함께 냉장보관하면 좋고 장기간 보관을 할 때는 굴에 소금을 살살 문지른 다음에 흐르는 물에 씻어서 먹을 만큼씩 나누어 냉동보관 한 후 필요할 때마다​ 해동해 먹는 것도 사시사철 굴을 즐기는 요령이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아 온 식품인 굴은 단연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특히 겨울철이 아니면 제대로 굴 맛을 즐기기 어렵다. 

향긋한 바다 냄새로 우리를 유혹하는 굴의 그 오묘한 식감과 그 향긋한 맛을 이번 겨울에는 놓치지 마시고 충분히 즐겨보길 바란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역동적인 유영을 하고 있는 제주바다 호랑이 '범돔' 

   

'범돔' 이름만 들어도

보통의 물고기는 아닌 듯 하다.

 

육상의 모든 짐승 중에서도 왕이라고 할 수 있고

보통의 짐승이나 인간들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위엄 있고

용맹스러운 짐승인 호랑이를 의미하는 '범'자와

조금 품격이 낮은 멸치와 꽁치와 같이'-치'가 붙지 않고

물고기 중에서도 맛있고 귀한 물고기에만 붙는 '-돔'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제주도, 일본, 대만,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범돔에게서는 호랑이처럼 용맹스러운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겁이 매우 많아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그림자가 비치면 곧바로 그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항상 무리를 지어 다닌다.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것은 한 마리의 힘으로는 자신에게 닥쳐 오는 위험을 해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범돔의 크기는 10~15cm 정도의 크기로 식용으로 하기에는 조금 작은 편이다.

그리고 먹어 보지는 않았지만,

맛이 없는지 어촌마을에서도 식용으로는 이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낚시꾼들이 드리운 바늘의 먹이를 떼어 먹고 도망가는 귀찮은 존재이다.

 

이처럼 다른 바닷물고기에 비교하여 독특한 생태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식용으로 이용 가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돔'이라는 심상치 않은 이름을 갖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전라남도 여수 시내의 수족관에서 손님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가게의 중간에 배치된 수조에서 무리지어 유영하는 어린 범돔을 본 적이 있다. 


밝은 개나리색의 광택이 온 몸을 휘감고

그 위에 짙은 묵색의 줄무늬가 약 45°의 각도로 비스듬하게 나 있는데

5줄은 뚜렷하게 관찰 가능하고 배 밑의 6번째 줄은 불연속적으로 매우 역동적으로 수조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노랑, 빨강 파랑의 원색을 기본 색으로 하는 화려한 색상을 띠는 대부분의 해수관상어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폴리네시아 등의 적도 부근의 열대지역에 서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노랑, 빨강, 파랑의 3원색처럼 화려하지도 않으면서도 해수관상어로서 인기가 있는 물고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제주도 연근해에서 쉽게 관찰되는 '범돔'이다.

 

범돔은 농어목(Perciformes) 황줄깜정이과(Kyphosidae) 범돔속에 속하며

학명은 Microcanthus strigatus

열대 지방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남해안 일부와 제주도와 같은 온대 지방에도 서식한다.

 

제주도에서는 5월 이후부터 비교적 쉽게 관찰이 가능한데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생기는 연안의 바닷물 웅덩이(타이드풀 tide pool, 조수웅덩이)에서 빠르게 군영 하는 3cm 내외의 범돔 새끼를 보거나 채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교적 수온이 높은 제주도에서 범돔은 연중 제주 근해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약간 먼 바다로 이동하기에 관찰하기 힘들다.

그러나 4월을 전후하여 연안에서 산란된 범돔의 치어는 해조 숲이나 연안에 형성된 타이드풀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6~7월이 되면 타이드풀을 떠나 연안에서 성장한다.

범돔 성어의 크기는 약 20cm 정도 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주도 연안의 깊은 수심에서는 가끔 30cm 이상의 크기도 어획되거나 관찰 가능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범돔은 남신발레, 똑대기, 곡돔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들 방언의 의미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한편 범돔의 영명은 Stripey, Footballer로 stripey는 범돔의 몸에 줄무늬가 명확하게 나 있는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stripe는 미국의 구어에서 호랑이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Footballer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범돔의 유영하는 모습에서 연상된 것으로 축구공을 쫓아서 구장의 이 구석 저 구석을 몰려다니는 줄무늬 유니폼의 축구 선수들처럼 보인 것에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글쓴이: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정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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