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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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펭귄

대서양 펭귄섬 '큰바다쇠오리'와 유사
기름· 식량으로 사용…
남극 동식물 보호종

 

지구 상에 있는 18종의 날지 못하는 새 중 7종이 남극에서 살고 있는 펭귄이다.
 
펭귄(Penguin)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 중 몇 가지를 엮으면 그럴 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16세기 대서양을 항해하던 영국선원들은 캐나다 뉴펀들랜드 근해에 있는 머리가 하얀 섬을 펭귄(Pengwyn) 섬이라 불렀다.
Pengwin은 영국 웨일즈 지방 말로 '하얀머리'라는 뜻이다.
섬의 정상부분이 하얀 것은 이 섬에 집단 서식하던 큰바다쇠오리의 배설물이 쌓였기 때문이다.
부산의 오륙도가 가마우지와 갈매기의 배설물로 하얗게 변한 것과 같은 이치다.

선원들은 이 섬(지금은 펑크섬)에 사는 큰바다쇠오리를 펭귄이라고 불렀다.
큰바다쇠오리는 몸의 길이가 80cm, 체중은 5kg 정도이며 짧은 날개와 뒷다리, 검은색 등에 흰배를 지녔다.
퇴화한 날개는 하늘을 나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을 빠르게 헤엄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이후 뱃사람들이 남빙양을 항해하며 북반구의 큰바다쇠오리와 비슷한 용모와 습성을 가진 새를 발견하고 북대서양의 펭귄새가 연상되어 펭귄이라 이름 붙였다.

그런데 북반구에 살던 큰바다쇠오리는 사람들이 남획하는 바람에 멸종되고 말았다.
아마 날지 못하고 움직임이 느린 탓에 비극을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남극의 펭귄도 첫 발견 후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당시 비싸게 거래되던 펭귄기름을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사냥했을 뿐만 아니라 남극탐험에 나선 원정대의 식량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펭귄을 포함한 남극의 모든 동식물이 '남극환경보호의정서'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 중에 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물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남극(Antarctic) 펭귄 (☜크릭)-2007.12.21자 문서에 펭귄 사진들이 있읍니다.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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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정어리

선도 떨어지면 매운맛 '증울'서 유래
요즘은 등푸른 생선이라 건강식품 각광
 
 
 

정어리란 이름은 증울이란 표현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려의 우해이어보에서 그 단서가 엿보인다.


1923년 함경도 해안에 엄청난 수의 정어리 떼가 몰려 왔다.
얼마나 많은 양이었든지 바닷가에 밀려온 정어리를 주워 모은 것만 집집마다 몇 가마씩 돼 이를 절이기 위해 소금 수요가 급증해 품귀현상을 빚었으며,
300t급 기선이 우글거리는 정어리 떼 때문에 항구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과거 정어리 기름은 선박용 연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면서 우리 연안에 대규모 몰려드는 정어리 떼에 고무되었다가 1939년을 정점으로 회유량이 줄어들자 연료난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계절 회유성 어종인 정어리에게는 '바다의 쌀'이라는 별칭이 있다.
이는 정어리가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 후 고등어, 명태, 가다랑어, 방어, 상어 등 육식성 어류 뿐 아니라 해양포유류인 물개, 돌고래 등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어리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잘 변질 돼 사람들에게 그리 대접받는 물고기는 아니었다.
대개 통조림으로 가공되거나 선도가 떨어지면 사료용으로 사용되는데 그쳤다.
 
선도가 떨어지는 정어리를 먹으면 입에 매운맛이 나며 혀끝이 마비되는 듯한 중독 증세가 오기 때문이다.
정어리라는 이름의 유래도 쉽게 변질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11년 앞선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김려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이런 증세를 증울(蒸鬱)(매우 찌는 듯이 덥고 답답하다)이라고 했다.
이는 정어리란 이름이 증울에서 나왔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다.
 
하급어류로 대접받던 정어리가 요즘은 등 푸른 생선이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노화방지, 피부미용, 탈모방지 등에 좋은 특유의 핵산 성분 때문에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물안 보안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안 상식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수산생물 이름의 유래 (☜크릭)-2009.08.04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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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홍합

암컷의 붉은 살에서 유래
주산지·형태 본따 ' 동해부인' 부르기도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은 진주담치에 밀려난 홍합(사진)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홍합은 토종 담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외래종이 우리 나라 연안으로 들어오면서 토종과 구별할 필요가 생겼다.
토종은 진짜 담치라 해서 참담치로,
외래종을 진주담치로 부른다.
기름의 으뜸을 참기름이라고 칭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주담치는 지중해가 고향이다.
진주담치의 유생이 외국을 왕래하는 화물선의 밸러스트수(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 안에 설치된 탱크에 채우는 바닷물)에 섞여 국내로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진주담치는 적응력과 번식력이 강해 국내 상륙하기 무섭게 홍합의 서식지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전 연안으로 퍼져나가 마침내 주류로 자리잡았다.

홍합(紅蛤)은 참담치 암컷의 붉은 살을 특징적으로 잡아내 붙인 이름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담치는 담채(淡菜)에서 파생됐다.
이른 봄이 제철인 홍합의 속살을 말리면 해산물이면서도 짜지 않고 채소처럼 담백한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홍합을 '동해부인'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는 홍합의 주산지가 동해인 데다, 그 모양새가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홍합이 여성을 상징하는 해산물이긴 하지만 암수가 구별된다.
조갯살을 놓고 볼 때 암컷은 붉은 색을 띠고 수컷은 흰색을 띤다.
일반적으로 암컷이 맛이 좋아 식용으로 우대 받는다.

진주담치가 우리 연안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에서는 아직도 홍합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들은 홍합을 이용해 홍합밥이라는 별미 음식을 만들어냈다.
홍합밥은 홍합을 잘게 썰어 넣어 밥을 지은 뒤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으로,
후각을 부드럽게 감싸는 갯내음과 쫄깃한 육질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 중에 물안 보안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안 상식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홍합과 담치는... (☜크릭)-2007.08.29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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