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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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마
 
청정해역 서식하는 '바다의 말'
 
  해마가 조류에 떠내려 가지 않기 위해 산호에 꼬리를 감고 있다. 이 해마는 필리핀에서 촬영했다.

여성과학인력양성센터(WISE)가 지난 9일 마련했던 해양탐사 프로그램에 참가한 부산 대덕여고 학생이 경남 남해군 삼동면 갯벌에서 해마 한 마리를 발견했다.
 
1cm 남짓 크기의 부화된지 얼마 안된 새끼였다.
얕은 바다에 사는 해마는 운동력이 약해 깊은 바다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잘피 등 해조류에 꼬리를 감고 매달리곤 하는데,
그처럼 버티다 썰물 때 갯벌에 남겨진 것으로 보였다.
해마는 아가미 호흡을 해야 하는 어류이기에 다시 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터인데,
그 사이 호기심 많은 학생의 눈길에 그만 걸려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가 발견되는 것은 무척 희귀한 일이다.
평균 수온이 20도가 넘고 오염되지 않은 청정해역에서만 사는 열대성 어류인 까닭이다.
 
전남 거문도 해역(1989년)과 경남 삼동면 해역(2001년)에서 목격됐다는 2건의 기록이 지난 20년간 해마가 우리나라에 남긴 확인된 발자취의 전부다.
 
그런데 이번에 삼동면 해역에서 또 해마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곳이 해마의 집단 서식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이는 남해 연안이 그만큼 청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시 탐사반을 인솔한 신라대 고현숙(생물과학과) 교수는 "새끼 해마가 발견된 것은 인근 해역에 어미는 물론 함께 부화된 다른 새끼들이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고기목에 속하는 이 작은 물고기를 한자권에서는 '해마(海馬)', 영어권에선 'Sea Horse'로 부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리라.
해마는 특이한 생김새으로 인해 신화에도 등장한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마차를 끌고 다니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의 해마에게선 그런 활력적인 이미지를 찾아 볼 수 없다.
단단한 작은 골판(骨板)으로 연결된 몸 길이는 6~10㎝ 정도에 불과하다.
식생도 긴 주둥이로 물을 빨아들여 그 속에 든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작은 새우 등을 먹는다.

해마는 생김새처럼 생식(生殖) 또한 특이하다.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
교미를 마친 암컷은 수컷의 배에 있는 주머니(육아낭) 속에 알을 집어넣는다.
새끼 해마가 1㎝ 가량 자라면 수컷은 몸 밖으로 내보낸다.
말을 닮은 성체로 성장한 새끼 해마가 한 번에 1~2마리씩 100여 마리가 연달아 나오는데,
그 경이롭고도 치열한 종족보존 현장을 지켜보느라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태 라는 메뉴에

        제목이 바닷속에도 말(馬)이 있읍니다. (☜크릭)-2004.06.09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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