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 할 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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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래

용의 삼남 '포뢰' 두드려 울리는 '고뢰'
엄청난 크기와 물 뿜는 습성
옛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

 
 
  종 윗부분에 조각된 '포뢰'. 고래 이름은 포뢰에서 유래됐다.
 
중국 명나라 사람 호승지가 지은 '진주선(眞珠船)'에 따르면,
 

참고: 제 브로그에 일상 현미경 에 세부 메뉴인 ┃생활 상식에 제목이  용의 아홉 아들 (☜ 크릭)을 참고하세요...

 
용에게 아홉 아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바닷가에 사는 셋째 아들 포뢰(蒲牢)는 외모가 용을 가장 많이 닮았지만,
마음이 너무 약해 조금만 놀라도 두려워 울곤 했다.
이런 포뢰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이 고래(鯨)였다.
먼 바다에 고래 그림자가 비치기라도 하면 포뢰는 너무 놀란 나머지 큰 소리로 울부짖어 그 소리가 하늘과 땅을 진동했다고 한다.

여기에 '고래' 이름의 유래가 숨어 있다.
고래는 두드린다는 의미의 '고(叩)'자에 포뢰 '뢰'자가 합성된 말이다. '
포뢰를 두들겨 울린다'는 의미다.

고래는 몸집이 클수록 성질이 온순한 편이지만,
옛 사람들은 엄청난 몸집을 가진 고래를 보고 무척 놀랐을 터이다.
게다가 아가미가 없는 포유동물의 특성상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올라와 콧구멍으로 물을 뿜어내는 기이한 장면이 입소문으로 전해지면서 용의 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동물로 인식되었을 법하다.
 

고래라는 이름은 소리와 관계가 있다.
그 흔적은 '크게 고함 지른다'고 할 때 '고래고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고래와 포뢰의 소리에 얽힌 관계는 전통적으로 종을 만드는데서 나타난다.
사찰 등에서는 종소리를 더욱 크게 울리게 하기 위해 종을 매다는 곳에 포뢰를 조각하고 고래 모양으로 만든 당목(撞木)으로 종을 친다.
안그래도 포뢰는 가까이 있는 고래를 닮은 당목 때문에 종위에서 좌불안석인데,
당목이 수시로 종을 두들겨대니 그 공포가 엄청나지 않겠는가.

그러면 용의 다른 아들들은 어디에 있을까?
거북이를 닮은 첫째 비희는 무거운 것 지기를 즐겨 주춧돌 아래에서 집을 떠받치고 있다.
둘째 이문은 먼 곳을 바라보기 좋아해 지붕 위에 자리잡고 있고,
호랑이를 빼다박은 넷째 폐안은 감옥문 앞에 버티고 서 있다.

먹고 마시는데 정신이 빠진 다섯째 도철은 솥뚜껑에 있고,
물을 사랑하는 여섯째 공하는 다리 기둥에 세워둔다.
살생을 일삼는 일곱째 애자는 칼콧등이나 칼자루에 새겨 피의 향연 속에 빠져들게 했으며,
사자 모습을 한 여덟째 산예는 연기와 불을 좋아해 향로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막내 초도는 소라 모양으로 몸을 움츠리곤 해 문고리에 붙여져 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물안 보안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안 상식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수산생물 이름의 유래 (☜크릭)-2009.08.04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36회>시원하고 담백한 복어(3)  

 

테트로도톡신(TTX)으로 불리는 복어 독은 어종이나 부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참복과에 속하는 복섬, 흰점복, 메리복은 근육에도 어느 정도 독력을 갖는 반면,

밀복, 가시복, 거북복, 육각복 등과 같이 간장이나 난소에 독성이 없는 것도 있다.

 

또한 같은 어종이라도 개체나 계절, 어획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또 유독복도 난소(알), 간장, 내장은 독성이 강하지만 근육은 비교적 독성이 약하다.

 

복어 독은 3백℃의 고온에서도 분해 되지 않는다.

산란기 봄철 독성이 매우 강할 때는 참복 한 마리 내장이 성인 33명을 죽일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으며, 0.5mg이면 체중 50kg인 성인 한 사람을 치사할 수 있다.

중독 증상은 입술과 혀의 마비로 시작,

두통→복통→구토→운동신경마비→언어장애→호흡곤란→치사로 이른다.

 

복어의 독에 중독 되면 먼저 입술, 혀끝에서 팔다리의 지각신경까지 마비돼 손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호흡이 급해지거나 약해진다.

이러한 중독 증상은 식후 20분~3시간 사이에 나타나며,

치사시간은 빠르면 1시간30분, 길어도 8시간이지만, 보통 4~6시간이 가장 많다.

그리고 복어 독에 중독 되더라도 일단 회복되면 후유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천국과 지옥의 복어 생식소

 

복어 수컷은 정소, 암컷은 난소를 항문 근처의 장말단(腸末端)의 좌우에 하나씩 갖고 있다.

생식선이 미성숙했을 때는 정소와 난소 모두 1~3cm 정도로 작지만 성숙기가 되면 10배로 증대된다.

 

정소(白子)는 표면이 흰색으로 평활하고 절단하면 야쿠르트 또는 부드러운 두부 모양으로 대단히 맛이 좋으나,

적합한 크기로 되는 시기는 산란전의 수개월에 제한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대단히 높아 고가로 거래된다.

난소는 표면에 다수의 혈관이 뻗어 있고 연한 난황색 또는 황갈색을 띄고 절단하면 미세한 난립(卵粒)이 저장돼 있다.

 

정소는 강독의 흰점복, 약독의 복섬과 졸복을 제외하고는 독이 없으며 대단히 맛이 좋다.

그러나 난소는 정소와 반대로 강독과 맹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용으로 불가능하다.

이같이 복어 생식소는 맛이 좋아서 고가인 정소와 독이 있어 위험한 난소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복어 중독은 간장과 난소가 각각 50%씩을 차지한다.

그러나 정소에 독이 없다고 해서 1백%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가끔 있는 양성인 복어에 들어 있는 생식소를 먹으면 정말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정소

 

 난소

 

필살! 간장

 

간장은 생명체에 대단히 중요한 장기다.

유독한 물질을 해독하며 담즙을 만들고 영양을 축적하는 기관으로 비타민A 등이 풍부하다.

 

자주복 한 마리 간장의 총 독량은 32만5천MU로 성인 한사람 치사량이 1만MU라고 하면 32.5명을 죽일 수 있는 독량이다.

복어 간장은 총중량의 17.6%로 가자미 4.6%의 약 4배에 이른다.

전 장기 중량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버리기는 아까우나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

또 간장은 약 60%가 지방질로 복어가 섭취한 지방질은 거의 대부분 간장에 집중적으로 축적된다.

 

 

복어의 독화기구

 

복어의 독화기구에 대해서는 먹이 사슬에 따른 것인지 복어 자체에서 합성하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오래 전부터 연구돼 왔다.

 

최근에 복어 자신이 독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먹이사슬을 통해 복어독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즉 양식 또는 실험실에서 사육된 복어는 독이 없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됐다.

그리고 이러한 무독 양식 복어에 유독 복어의 간장을 투여하면 단시간에 독화된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복어 독의 축적경로는 먼저 해저 퇴적물 중에 있는 세균으로 복어 독이 만들어지고,

이 독소는 세균 포식자에 의해 체내로 유입,

먹이사슬을 통해 복어에 축적된다.

또 일부는 내장, 피부 등 체내에 분포하는 세균류가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산 유독 복어의 소화관에서 복어 독을 보유하는 권패류의 패각이 발견되고 있으며,

어떤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을 함유한 납작 벌레를 먹이로 하는 점 등으로 미루어 적어도 일부는 먹이사슬에 의해 독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무독 양식 복어와 유독 자연산 복어를 같은 수조 안에서 사육하면 무독 양식 복어가 독화되는데 반해

수조 안에서도 각각을 그물로 격리시켜 두면 무독 양식 복어가 독화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접촉 감염도 예상되며,

유독 복어의 표피에서 채취한 세균이 테트로도톡신을 생산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35회>시원하고 담백한 복어(2) 

복국은 매운탕보다 지리로 먹어야 

 

복어는 대표적인 흰 살 어류로 엑스분 및 지방질 함량이 매우 적어 담백한 맛을 낸다.

이같은 담백한 맛은 감칠맛 성분인 이노신산(IMP)과 단맛을 내는 글리신, 알라닌 등이 맛의 주체 성분이 된다.

복국은 대표적으로 매운탕과 지리가 있다.

매운탕과 지리의 차이는 매운탕에는 매운 양념 다데기가,

지리에는 지리초가 들어가는데,

다데기와 지리초의 큰 차이점은 다데기에는 지리초에 없는 고추장과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흔히 복 매운탕은 고춧가루 등의 얼큰한 맛에 먹는다고들 하지만 복어만이 갖고 있는 담백한 참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복지리 형태로 먹는 것이 좋다.



생복국과 냉동복국 맛이 차이 나는 이유는

 

수산물을 장기간 저장하기 위해서는 냉동보관을 해야 한다.

이 때 보관조건이 나쁘거나 보관기간이 길어지면 수산물이 언 상태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동결 변성된 수산물은 얼리지 않은 수산물이 갖고 있는 본래의 맛이 나지 않으므로 미식가들은 값이 비싼 냉장 수산물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결된 것이면 무조건 맛이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동결 저장기간이 짧고,저장조건이 좋은 수산물은 동결시키기 전의 품질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냉동시설이 대단히 좋아 동결에 대한 내성이 좋은 오징어, 고등어 등은 이같은 조건만 지켜주면 동결품과 냉장품의 차이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

 

시내 복집에서 사용하는 까치복 및 은복은 중국 등지에서 동결된 상태로 수입되는 것이 많다.

중국은 아직까지 냉동시설이 낙후된 어선 및 냉동 창고가 많고,

취급하는 사람들 또한 수산물 냉동에 대한 지식의 결여 등으로 수입된 냉동복어의 품질이 좋지 못한 것이 많다.

 

냉동복어 품질저하 현상은 첫째가 동결 저장에 따른 보수력의 저하다.

동결 변성된 복어로 조리한 복국의 복어 살은 수분을 당기는 힘이 적으므로 씹으면 퍼석퍼석해지는 스펀지현상이 일어난다.

둘째 복어는 지방질 함량이 매우 적지만,

동결 저장 중에 지방질 산화가 일어나면 복어의 흰 살이 누렇게 변해 외관상으로 좋지 않고 지방질 산화에 따른 냄새도 나게 된다.

 

복국을 먹을 때 복어 살의 육질 및 색택을 잘 관찰하고 냄새를 맡아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복국을 매운탕으로 먹으면,

색택은 물론이고 냄새도 관찰할 수 없다.

따라서 복집에서는 색택이 누렇게 된 부분을 숨기기 위해 복어껍질이 붙어 있는 부분을 위쪽으로 하거나,

조미료를 많이 넣어 동결 냄새를 감추기도 한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생복국의 맑고 담백한 국물맛과 탱글탱글한 살의 씹힘성이 생복국 맛의 비밀이다.

 

 

까치복국 값은 왜 은복국 값의 두 배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복국을 대단히 좋아하는 국민이다.

복국이 숙취에 좋은 특효약으로 판단,

과음한 다음날은 반드시 복국을 찾는다.

팔팔 끓인 복국에 고춧가루를 확 푼 복매운탕을 땀을 뻘뻘 흘리며,

"시원하다"는 소리를 연발해 가면서까지 먹는 모습을 외국인들이 봤을 때 의아해 할 것이다.

 

일반 복집의 경우 까치복국과 은복국이 주된 메뉴로 등장한다.

업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까치복국의 값이 은복국 값의 두 배가 된다.

까치복국과 은복국 맛이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필자도 손님이 항상 붐비는 유명 복집에 가끔 들러 까치복국 또는 은복국을 먹지만,

미각이 둔해서인지 맛의 차이를 느끼지는 못한다.

따라서 언제부턴가 맛의 차이도 모르면서 값을 두 배로 주고 먹는 까치복국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먹지 않게 됐다.

그러나 손님과 같이 가는 경우는 아깝다고 생각하면서도 까치복국을 주문해야 만 하는 경우도 있다.

 

생복으로 조리한 복국은 까치복국과 은복국의 맛의 차이를 알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복국의 원료로 냉동복어가 많이 사용되므로 맛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냉동복어는 동결 보관할 때 복어의 선도, 동결방법, 저장온도, 저장기간 등의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품질에 많은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동결 저장조건이 좋지 않은 까치복을 원료로 조리한 까치복국은 저장조건이 좋은 은복으로 조리한 은복국보다 맛이 안좋을 수도 있다.

 

 

복어의 냉동 보관법

 

1997년 7월 수산물 수입 완전개방 이후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복어는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냉동 복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복어의 냉장 및 동결기술과 방법은 대단히 중요하다.

복어를 냉동 저장할 때 복어의 간장 등 유독 부분에서 근육부분으로 복어독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복어는 사후에 간장의 부패가 대단히 빨라서 간장의 황색 및 차색이 흰 근육으로 옮겨 가면서 독성분이 함께 이행된다.

따라서 복어를 냉동 저장 할 때는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얼린 복어를 사용하는 경우 동결 및 해동에 따라 복어독이 유독 부위에서 근육으로의 이행을 막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지켜야 한다.

 

△동결은 최대빙결정생성대를 빨리 통과하는 급속 동결을 하고 글레이징(glazing)작업을 충분히 함과 동시에 가능하면 내장을 제거한 상태로 동결해야 한다.

△동결 보관온도는 -18℃ 이하로 하고 보관 중에는 온도변동을 적게 한다.

△해동은 흐르는 물 등을 사용해 빨리 해동하고 해동 후에는 바로 처리한다. 재동결은 하지 않아야 한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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