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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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갯민숭달팽이

껍데기 없이 민숭민숭 '누드 달팽이'
느린 움직임 불구 적 위협시 독성자포 발사

 

대개의 연체동물이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을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껍데기(패각)를 갖고 있는 반면,
복족류에 속하는 갯민숭달팽이는 패각이 없다.
몸이 노출되어 있고 아가미가 밖으로 나와 있다 하여 영어권에서는 'Nudibranch'라 부른다.

우리말로 갯민숭달팽이로 작명된 것도,
같은 복족류로 분류되는 달팽이와 생물학적으로 닮긴 했지만,
달팽이가 가지고 있는 딱딱한 패각이 없고 몸이 민숭민숭한데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갯민숭달팽이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에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이 외부로 드러나 있어 작은 물고기라도 한입에 삼켜 버릴 수 있다.
게다가 움직임마저 느려 공격의 표적이 되면 도망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갯민숭달팽이의 일부 종은 히드라나 산호 등의 자포를 통째로 먹은 후 다른 생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면 자포를 발사해 몸을 보호한다.
자포는 촉수 속에 들어 있는 작살과 같이 생긴 무기이다.
자포는 용수철처럼 감겨 있다가 자극을 받으면 튕겨나가 듯 발사 된다.
자포를 발사할 수 없는 종은 자포의 독성을 몸에 축적할 수 있다.

그래서 포식자로서도 갯민숭달팽이가 결코 만만한 먹이감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 자포에 쏘이기도 하고 멋 모르고 먹었다가 독성으로 인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갯민숭달팽이는 몸을 화려하게 치장한 채 '잡아 먹을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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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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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바다나리

바다 속 나리꽃 사실은 극피동물

 

빨강, 노랑, 초록, 하양, 검정….
해류에 실려 하늘거리는 총천연색의 화려한 손길.
어느 여인의 유혹이 이보다 더 자극적일까.
바다나리(Lily of the sea)를 보노라면 그 강렬한 색채의 향연에 눈이 어지럽다.
육지의 나리꽃을 닮았다 해서 이같이 명명됐지만,
은근하고 청초한 아름다움을 지닌 나리꽃과는 딴판이다.

바다나리는 실상 꽃과는 거리가 먼 불가사리나 해삼 같은 극피동물에 속한다.
 
바다나리는 줄기를 가지고 고착생활을 하는 종줄기 없이 이동하는 종으로 나뉜다.
 
줄기가 있는 종은 바다 백합류라 불리며,
100미터 이상 되는 깊은 수심에서 줄기를 이용해 몸을 바닥에 고정시킨 채 살아가기에 쉽게 관찰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바다나리라 하면 갯고사리류라 불리는 줄기가 없는 종을 가리킨다.
수심 30m 안팎에서 살고 있는 갯고사리류는 아래쪽에 있는 갈고리 같이 생긴 다리를 이용, 산호나 해면 등에 붙어 이동한다.
위쪽으로는 갈라진 팔이 있는데, 여기에는 점액질로 덮인 무수한 깃털 같은 가지가 뻗어 있다.

갯고사리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가지의 모양새가 고사리 잎을 닮았기 때문이다.
고사리를 포함한 양치식물은 공룡이 살던 3억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식물이었으며,
갯고사리 또한 중생대 이후 그 모습이 변하지 않은 화석동물이다.
육지의 고사리와 바다 속의 갯고사리는 이처럼 생긴 모양새 뿐 아니라 지구 상에서 살아온 내력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고사리가 공룡시대에 거대한 크기로 숲을 이룬 우점종이었다가 지금 쇠퇴했다면,
갯고사리는 중생대 이후 모습을 드러낸 뒤 지금까지 그 모양이나 크기가 크게 변하지 않은 화석동물이라는 것이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태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식물일까요? 동물일까요?(바다나리) (☜크릭)-2004.07.25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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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해삼

바다에서 나는 삼(蔘)
'사포닌' 성분 함유…
색깔따라 청삼·홍삼·흑삼으로...

 

해삼은 바다에서 나는 삼(蔘)이란 의미다.
 
이 말이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것을 미루어, 그 이전부터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해삼에도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해삼이라고 명명한 우리 선조들의 통찰력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해삼은 색깔에 따라 청삼, 홍삼, 흑삼으로 나뉜다.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섭취하는 먹이 때문이다.
어패류의 사체나 개흙 속에 있는 유기물을 섭취하는 것이 흑삼이나 청삼이라면,
홍삼은 해조류를 먹이로 삼는다.

흑삼이나 청삼은 비교적 흔한 반면,
홍삼은 드물게 눈에 띄어 식도락가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는다.
우리 나라에서 홍삼이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곳은 울릉도와 독도 해역이다.
이 해역은 화산섬으로 개흙이 적은데다 해조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홍삼의 서식환경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올해 봄 독도에서 수중생태계 조사를 벌였을 때 해조류 잎을 뜯어 먹고 있는 엄청난 수의 홍삼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자생하는 홍삼은 독도 주민 김성도씨 뿐 아니라 울릉도 어민들의 큰 수입원이 되고 있다.

그런데 색이 붉고 식생이 깔끔해서 홍삼을 선호하긴 하지만 흑삼, 청삼과 영양가를 놓고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해삼은 극피동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피부에 돌기를 가지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그 모양새가 오이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다 해서 해삼을 바다의 오이 (Sea cucumber)라고 부른다.
에선 해삼이 야행성이고 겉 모양이 쥐를 닮은 점을 주목, 바다의 쥐(海鼠)라는 이름을 붙였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 중에 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태 라는 메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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