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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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떨어지면 매운맛 '증울'서 유래
요즘은 등푸른 생선이라 건강식품 각광
<12> 정어리
선도 떨어지면 매운맛 '증울'서 유래
요즘은 등푸른 생선이라 건강식품 각광
정어리란 이름은 증울이란 표현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려의 우해이어보에서 그 단서가 엿보인다. | |
1923년 함경도 해안에 엄청난 수의 정어리 떼가 몰려 왔다.
얼마나 많은 양이었든지 바닷가에 밀려온 정어리를 주워 모은 것만 집집마다 몇 가마씩 돼 이를 절이기 위해 소금 수요가 급증해 품귀현상을 빚었으며,
300t급 기선이 우글거리는 정어리 떼 때문에 항구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과거 정어리 기름은 선박용 연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과거 정어리 기름은 선박용 연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면서 우리 연안에 대규모 몰려드는 정어리 떼에 고무되었다가 1939년을 정점으로 회유량이 줄어들자 연료난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계절 회유성 어종인 정어리에게는 '바다의 쌀'이라는 별칭이 있다.
이는 정어리가 플랑크톤을 먹고 성장한 후 고등어, 명태, 가다랑어, 방어, 상어 등 육식성 어류 뿐 아니라 해양포유류인 물개, 돌고래 등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어리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잘 변질 돼 사람들에게 그리 대접받는 물고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정어리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잘 변질 돼 사람들에게 그리 대접받는 물고기는 아니었다.
대개 통조림으로 가공되거나 선도가 떨어지면 사료용으로 사용되는데 그쳤다.
선도가 떨어지는 정어리를 먹으면 입에 매운맛이 나며 혀끝이 마비되는 듯한 중독 증세가 오기 때문이다.
정어리라는 이름의 유래도 쉽게 변질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11년 앞선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김려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이런 증세를 증울(蒸鬱)(매우 찌는 듯이 덥고 답답하다)이라고 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11년 앞선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김려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이런 증세를 증울(蒸鬱)(매우 찌는 듯이 덥고 답답하다)이라고 했다.
이는 정어리란 이름이 증울에서 나왔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단서다.
하급어류로 대접받던 정어리가 요즘은 등 푸른 생선이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노화방지, 피부미용, 탈모방지 등에 좋은 특유의 핵산 성분 때문에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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