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에 앉아서 손놀림의 예술을 보며 먹어라
일식집에서 초밥을 먹을 때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것도 좋지만,
카운터에 앉아서 조리사의 손놀림을 보면서 조리사의 손을 떠난 것을 바로 먹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초밥의 밥알 숫자는 초밥의 종류, 크기 등에 따라 조리사가 적합하게 조절하겠지만,
2백알에서 몇 알도 차이가 나지 않는 밥알을 반사적으로 움켜잡고,
그 위에 생선회를 올리고 뒤집어서,
초밥을 만드는 예술의 경지에 가까운 손놀림을 감상하면서 먹는 것이 초밥의 제맛을 한층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전문가인 조리사의 초밥에 대한 상식도 곁들이면서 취향에 맞는 것을 주문해 먹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간장을 생선에 찍을 것인가?, 밥에 찍을 것인가?
초밥은 신선한 생선과 초밥 밥맛의 조화이며,
여기에 간장 맛을 곁들여서 초밥의 맛을 더 좋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간장이 맛의 주체가 돼서는 안된다.
간장은 아주 조금 묻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초밥 밥에 간장을 듬뿍 묻히면 밥이 흩어져서 먹기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초밥을 먹을 때는 간장을 생선에 묻히는 것이 좋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밥에 찍을 경우는 밥알이 흩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으로 먹을 것인가?, 젓가락으로 먹을 것인가?
일본에서 지금과 같은 초밥이 탄생한 것은 포장마차에서 였다.
처음에는 손으로 집어 먹었으며,
손은 포장마차 가장자리에 늘어뜨린 배 조각에 닦았다고 하니 비위생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초밥집이 옥내로 들어오고 또 비위생적인 점을 감안,
젓가락을 사용하게 됐으나 젓가락으로 먹지 않으면 안 될 이유는 없다.
손이든 젓가락이든 먹기 쉽고 위생적이면 될 것이다.
손을 물로 씻거나 물수건으로 깨끗이 닦고 초밥을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가운데손가락으로 가볍게 쥔 후,
손목을 가볍게 돌려서 생선에 간장을 살짝 묻히고,
생선을 혀에 먼저 닿게 해 입안에 넣고 먹는 방법이 초밥의 맛을 음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초밥의 먹는 순서
초밥 위에 얹는 생선은 흰 살 생선과 붉은 살 생선이 있으며 또한 조개류도 있다.
붉은 살 생선 및 조개류는 엑스분 함량이 높아서 진한 맛을 낸다.
따라서 담백한 맛을 내는 흰 살 생선 초밥을 먼저 먹고 조개류 및 붉은 살 생선 초밥을 뒤에 먹는 것이 초밥의 종류에 따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초밥을 하나 먹고 생강 초절이 또는 연한 차(茶)로 입안에 남아있는 생선 맛을 살짝 씻어낸 다음 초밥의 맛을 즐기는 것이 좋다.
체온 정도의 온도 때 먹어야 가장 맛이 좋다.
초밥은 카운터에 앉아서 조리사가 만든 것을 바로 먹는 것이 맛이 가장 좋은데,
이것은 기분만의 문제가 아니며 초밥 밥의 온도가 초밥의 맛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초밥이 가장 맛있는 온도는 체온 정도의 온도일 때다.
밥을 쥘 때 초밥 밥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뜨거워서 쥐기가 어려워 단단함이 적당하게 되지 못하며,
반대로 밥이 식어 있으면 전분이 단단하게 돼 밥알의 붙는 힘이 약해지므로 단단하게 쥘 수 밖에 없다.
초밥의 맛은 입에 넣었을 때 초밥의 형태가 무너지고 밥알이 입안에 흩어져서 침을 빨리 빨아들이는 것에 있다.
초밥은 침을 빨리 빨아들일수록 맛이 좋은데,
뜨거운 밥으로 만들면 초밥 밥의 표면에 수분이 생겨서 끈적끈적해 침을 빨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한편 식은 밥을 단단하게 쥐어서 만든 것을 입에 넣으면 밥알이 잘 흩어지지 않고 서로 달라붙어 있으므로 표면적이 작아 침의 흡수가 나빠진다.
그리고 초밥 밥이 너무 뜨거우면 식초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식초 성분이 체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에서 증발하기 때문이다.
체온보다 낮은 초밥을 먹으면 짠맛과 신맛 등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등의 기본 맛이 온도에 따라 다른 강도로 혀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체온보다 온도가 내려가면 짠맛은 강하게 느껴지지만 단맛은 약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초밥이 식으면 단맛은 약해지고 짠맛과 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 차이는 2개의 초밥을 만들어서 하나는 즉시, 다른 하나는 5분 정도 후에 먹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냉장고 보급으로 현재와 같은 생선초밥 발달
가자미식해와 붕어초밥(나리스시)의 제조방법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생선을 밥과 함께 삭혀서 먹는 원리는 거의 비슷하다.
중국에서 한국,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옛날의 문화경로로 보면 초밥의 조상은 가자미식해라고도 할 수 있다.
정태성교수(시가현립대)는 동경 부근의 싱싱한 생선을 먹을 수 있었던 바닷가에서는 2백년 전부터 요즘과 같은 초밥을 먹었지만 선도 저하 때문에 초밥의 보급이 늦어졌으며 냉장고 보급과 함께 날 생선을 바로 밥 위에 올려 먹는 오늘날의 초밥이 발달됐다고 한다.
일천한 역사의 초밥이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며,
냉장고 세대는 초밥이 마치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냉장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생선초밥은 바닷가 사람이나 맛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제한 됐을 것이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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