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시원하고 담백한 복어 (1) 

 

 

 

겨울철에 먹어야 제 맛이 나는 복어(河豚)는 복찌, 복쟁이, 점복, 복장어 등의 방언으로도 불리 있다.

복어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 때문에 고급음식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석기시대 유물인 패총에서 다른 어류의 뼈와 함께 복어 뼈가 발견될 정도로 인류가 오래 전부터 먹어온 음식이다.

 

또한 약 2천2백년 전 진시황(秦始皇)시대의 산해경(山海經)에도 복어가 사람을 죽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복어는 그 서식 범위가 열대 및 온대 해역에 넓게 분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때문에 한국, 일본, 중국 이외에는 거의 먹지 않고 있다.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밀복, 참복, 자주복, 까치복 정도다.

 

 

복어회는 나비가 날아가듯 얇게 썰어야...


복어 육(肉)에는 지방질이 아주 적고 미네랄이 풍부해 백색의 육질은 담백한 단맛을 낸다.

따라서 복어를 생선회로 먹을 때는 접시 무늬가 투시될 정도,

즉 '나비가 날아가듯이' 얇게 포를 뜨지 않으면 복어 회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복어가 비싸기 때문에 얇게 써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두껍게 썰면 고무를 씹는 것처럼 질기므로 복어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다.

 

 

"그 맛, 목숨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


"그 맛, 목숨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 이 말은 중국 송(宋)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복어 맛을 찬미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복어는 먹고 싶고 목숨은 아깝고"라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1990년대 초 일본 시모노세키(下關) 복어전문 어시장 하에도마리에서 경매된 자연산 자주복(참복)은 1kg에 1백30만엔에 낙찰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만약 복어전문 요리점에서 이 자주복 1kg을 먹는다면 소형차 한 대 값과 맞먹는 셈이다.

 


복어회는 세계 4대 진미 식품

 

횟감용 복어로는 자주복, 검복을 사용하는데,

자주복은 무게가 1∼3㎏ 짜리가 횟감용으로 가장 좋고 5kg 이상 너무 크면 맛이 떨어진다.

시기는 1∼2월이 가장 맛있고,

3∼5월은 자주복이 산란기에 들어가므로 이 또한 맛이 떨어진다.

 

일본 시모노세키 복어조합은 3년이라는 긴 기간에 식품안전시험을 거친 후,

미국 식품의약청(FDA) 정식승인을 받아 복어회를 미국으로 수출했는데 뉴욕에서는 복어회의 기막힌 맛을 인정해 복어회캐비어(철갑상어 알),푸아구라(거위 간),트뤼프(떡갈나무 버섯·송로버섯) 등 세계 3대 진미식품에 더해 세계 4대 진미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복어 회는 숙성이 비결

 

복어 육의 특징은 다른 어종보다 지방질 함량이 대단히 적고 육질의 단단함이 어육과 쇠고기 중간 정도로 적당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선회는 두껍게 썰면 씹힘이 좋아 맛이 뛰어나지만 복어는 두껍게 썰면 고무를 씹는 것처럼 질겨 맛이 떨어지므로 복어회는 될수록 얇게 뜨는 것이 좋다.

살아있는 복어를 바로 회를 뜨면 근육이 움직여 나비가 날아가듯 얇게 써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복어회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일반어류는 사후 5∼10시간 후에 육질의 단단함이 저하되지만,

복어육은 필렛(포)으로 24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좋아진다.

이는 이 시간 동안 육질의 단단함은 떨어지지 않으면서 정미성분인 이노신산(IMP) 함량이 최고가 돼 글루탐산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감칠맛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양식산 복어는 사계절 유통된다.

 

복어 가운데 최고급품으로 널리 알려진 자주복은 12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이 가장 맛있는 제철이다.

겨울을 지나 5월까지는 졸복,

그리고 6월경에는 소형 까치복이 일부 잡히기 때문에 복요리를 즐기는 미식가들은 동결 복어를 기피하고 생복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 중국, 한국 등지에서 자주복이 양식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지난 2000년 복어 양식 생산량이 3천t에 이를 정도로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양식복어는 자연산보다 지방질 함량이 많은 것 외에는 성분상으로 큰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독이 거의 없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양식복어는 무엇보다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자연산 복어와 양식산 복어의 차이


△수조에서 기르는 양식복어는 서로 무는 성질(共食) 때문에 지느러미에 물린 상처가 많고 이 상처는 성장해도 남아 있으며 꼬리지느러미에 특히 많다.

따라서 자연산과 양식산의 차이는 꼬리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복어 꼬리지느러미가 정상이 아니면 헤엄치기가 어렵고 병에 걸리기 쉽다.

 

△일반적으로 양식복어는 자연산 복어보다 지방질 함량이 많아 육질의 단단함이 자연산보다 떨어진다.

 

△복어는 봄에 인공수정으로 4cm까지 키워 방류하는데,

방류 복어는 인공적으로 기를 때 생긴 상처가 꼬리지느러미에 남아 있어 완전히 아물지 못하므로 자연산과 쉽게 구별된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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