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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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파리

자산어보에도 등장한 골칫덩이 '海八魚'
팔 8개 가진 노무라입깃해파리일 가능성.....

 
 
  해파리가 다이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유영하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는 시기 우리 연안은 해파리 떼의 침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육상의 오염물질이 장맛비와 함께 바다로 흘러드는데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연안 환경이 해파리가 살기에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해파리의 대량 번식은 여러 가지 피해를 준다.
우선, 무수한 촉수의 자포는 해파리를 접촉하는 사람에게 독을 뿜는다.
맹독을 가진 종도 있어 때론 사람 목숨을 위협한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능력이 부족해 덩치 큰 플랑크톤(Plankton·방랑자라는 뜻의 그리스 말에서 유래. 운동 능력이 없거나 미약하여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물)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바로 앞에 사람이 있어도 피해갈 수가 없다.
단지 촉수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면 반사적으로 자포를 발사할 뿐이다.

어민들에게는 골치 덩어리다.
해파리가 그물에 걸려들면 물고기의 상품성이 망가진다.
무게가 100kg을 넘나드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같은 대형종이 걸리면 그물을 들어올리다 찢어먹기 일쑤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해파리를 중국식 한자어로는 해타(海○), 속명으론 해팔어(海八魚)로 적고 있다.

그는 해양생물을 속명으로 표기할 때 당시의 발음과 비슷한 한자어를 차용했다.
그것도 뜻이 통하는 한자어를 골라서 사용했다.

이 점에서 그가 '팔(八)'자를 사용한 것에 흥미가 끌린다.
자산어보에 해파리가 지름이 1m가 넘는 대형이라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약전이 관찰한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였을 가능성이 크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8개의 팔(腕)을 가지고 있다.
팔을 가진데다 그 수가 8개라는 점에서 그가 '팔'자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 홍순탁 교수는 해팔어가 해파리로 불리게 된 것과 관련,
'자산어보와 흑산도 방언에 관한 고찰'이란 논문에서 "사물이름에 접미사 '-이'를 붙여 새로운 어형을 형성한 한 예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파리의 특성에서 연유한 이름으로는 중국 명나라 사람 이시진이 지은 약학서 본초강목에 수모(水母)가 등장한다.
이는 93% 이상에 이르는 해파리의 높은 함수율 때문일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저서 임원경제지에서 '물알'이라는 한글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해파리 몸을 구성하는 젤라틴 성분에 착안, 'Jelly Fish'라고 이름지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수중 물안경 이라는 카테고리에서┏수중 생태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해파리 (☜크릭)-2009.04.19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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