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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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명태

명천 살던 태씨 어부가 잡아 '명태'
 

강원도 어민들이 원양에서 잡아온 명태를 덕장에 걸어 말리고 있다.

<박수현 기자>

 

한류성 어류로 겨울이 제철인 명태는 우리 민족이 가장 많이 먹어온 생선 중 하나다.
살은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은 창란 젓갈을, 알은 명란 젓갈을 담가 먹는다.
또 간에 들어 있는 기름은 시력 회복의 특효약으로 쓰이고, 짓이긴 명태 살에 향료를 넣어 게맛살 등 어묵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명태는 가공 방식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냉동하지 않고 싱싱한 상태에서 유통되면 '생태',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얼리면 '동태',
제사상에 올리거나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 국을 끓이기 위해 바짝 말리면 '북어'가 된다.
그리고 겨울 바닷가 덕장에 걸어두고 40여 일간 얼렸다가 말리는 작업을 20차례 이상 되풀이해 색깔이 누르스름하게 변하면 '황태',
건조 과정에서 하얗게 마르면 '백태',
검게 되면 '흑태',
딱딱하게 마르면 '깡태'가 된다.
애주가들의 술안주로 군침을 돌게 하는 '코다리'는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보름 정도 말려 쫀득쫀득해진 것이고,
막걸리 안주로 서민의 사랑을 받아온 '노가리'는 어린 명태를 가리킨다.

이토록 다양한 별칭을 가진 명태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됐을까.
조선후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1871년, 조선과 중국의 사물에 대해 고증한 내용으로 39권 33책이 전해지고 있다)는 이렇게 전한다.
조선 인조 임금 때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 일대를 순시하던 중 한 어민이 반찬으로 내놓은 생선을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었다.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아온 고기인데 이름을 모르겠다고 하자,
명천의 명자에 태씨 성의 태자를 붙여 명태(明太)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혹자는 명태 간의 기름을 짜서 등잔불을 밝혔던 것에 착안,
'어두운 곳을 밝히는 존재'라는 뜻으로 명태라고 명명했다는 이설을 제시한다.
여기서 밝힌다는 의미는 명태의 간유(肝油)를 단지 연료로 사용한 데 국한되지 않는다.
명태 살에는 지방기가 적어 육질이 다소 팍팍하지만 간에는 많은 지방이 축적돼 있다.
간 지방에는 비타민 A 성분이 많아 예로부터 시력 회복에 특효약이었다.
그래서 영양 결핍으로 시력이 약해진 사람들은 해안 포구에서 명태 간을 먹었다고 한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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