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의 이름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찬찬히 내력을 더듬어 보면,
그렇게 불리게 된 수긍할만한 나름의 연유가 있다.
그 연유는,
곧 인간과 바다생물의 접촉 역사다.
해서, 그 이름들엔 바다생물에 대한 인간 지식이 압축돼 있다.
다양한 바다생물의 이름 유래를 살펴보면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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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코끼리 해표

수컷,
코 부풀려 큰 소리 내 우열 가려

 

코끼리해표는 남극권에 서식하는 해표류 중 가장 덩치가 큰 종이다.
성장한 수컷의 경우 6~7m의 몸길이에 무게는 3~4t에 이르며,
암컷은 3~4m 몸길이에 무게는 1t 가량 나간다.

코끼리해표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은 것은 수컷의 경우 코끼리의 코처럼 코 부분이 돌출되어 앞으로 튀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코끼리해표는 화가 났을 때 코를 길게 부풀려 올린다.
이처럼 코끝이 입 속으로 구부러져 들어간 상태에서 포효하게 되면 부풀어 오른 코가 울림통 기능을 하여 내지르는 소리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

코끼리해표가 포효하는 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있으면,
울림통에서 진동되어 나오는 소리가 동굴 속에서 듣는 메아리처럼 귀 뿐 아니라 온몸에 전해져 온다.

돌출된 코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기괴하게 보이지만,
이들에게 만은 남성다움의 상징물이다.
이들은 한 마리의 수컷이 많게는 30마리 정도의 암컷을 거느리며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번식기에 다른 수컷이 자신의 권위에 도전을 해오면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두 마리가 서로 마주보고 코를 크게 부풀려 큰 소리를 내는데,
대개의 경우 그 소리의 크기로 우열이 가려진다.
가끔 소리의 크기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치열한 몸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컷 코끼리해표로선 인류와의 만남은 악연이었다.
19세기 중반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기름은 동물의 지방을 태워 얻는 것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이때 기름을 채취하기 위해 사냥한 대표적인 동물이 고래와 코끼리해표였다.
성장한 수컷 한 마리에게서 700~800kg의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보니 19세기 중반까지 코끼리해표는 엄청난 수가 희생돼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글∙사진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했고,남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3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참고: 제 브로그중에 물안 보안경이라는 카테고리에서┗물안 상식 이라는 메뉴에

        제목이  수산생물 이름의 유래 (☜크릭)-2009.08.04자 문서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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