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해군 해난구조대 24시
해저 150m 죽음과 싸우는 인간물개들
SSU는 평상시가 곧 전시체제인 특수부대이다.
서해 카훼리호 침몰 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 격침된 북 반잠수정 인양 현장에 SSU대원이 있었다.
목숨을 내맡긴 채….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적막함과 섬뜩함.
우주공간에 떠 있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차 있다.
여기는 바닷속 150m.
랜턴을 비춰도 가시거리는 2m 안팎이다.
컵라면 용기가 3분의 1 크기로 찌그러지는 16대기압이 몸을 압박하고 있다.
해군 해난구조대(Ship Salvage Unit, SSU) 심해잠수사인 김종열(金鍾烈·30) 상사는 신체가 이 조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구조함인 청해진함의 ‘챔버’(함상감압실, DDC) 속에서 이미 가압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150m 바닷속은 함상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악조건이다.
관절부위가 뻑뻑하게 느껴졌다.
무거운 잠수장비를 착용했는데도 몸이 수평으로 눕혀질 만큼 강한 2노트의 조류가 흐르고 있었다.
3월17일 오전 경남 거제도 남방 100km 해상.
지난해 12월18일 이곳에서 격침됐던 북한 반잠수정을 인양하는 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1월18일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무기체계 측정 지원함인 선진호가 수중음파탐지기를 이용,
선체 위치를 확인했지만,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인양작업을 할 수 없었다.
3월15일 SSU는 해양전술정보단으로부터 기상예보를 통보받고
현장에서 기상을 확인한 결과 16일부터 며칠간이 작업하기에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최정예 심해잠수사로 꼽히는 김상사는 수심 300m까지 들어가는 잠수 훈련을 거쳤지만 150m 깊이에서의 실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막상 150m 해저에 들어 가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랜턴에 비친 희미한 반잠수정이 눈에 들어 왔다.
포탄에 맞아 찢겨 나간 반잠수정의 선체는 무척 날카로웠다.
그 안에는 부패된 북한군 시체가 들어 있었다.
지휘관은 “13도의 쿠로시오 난류가 흐르는 해역이어서 상어가 존재 할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이미 동료 잠수사들이 반잠수정을 ‘와이어’(30kg)로 묶는 작업을 해왔지만,
김 상사는 이제 반잠수정이 빠져 나가지 않게 와이어끼리 묶고,
크레인 후크와 단단히 연결하는 마무리 작업을 해야 했다.
김상사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까라면 까는 거지, 뭐.”
이 군대 은어가 이 상황에서는 어쩐지 자신감을 갖게 했다.
함상(艦上) 지휘소에서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지휘관들과 동료들의 사기를 위해,
그리고 신혼여행도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작업에 몰두하고 움직일수록 두려움은 사라졌다.
마무리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몸은 지상에서 보다 4∼5배 빨리 지쳤다.
10분 정도 작업을 하면 전신의 근육이 뭉쳐,
잠시 오그리고 있어야 했다.
고압력에 노출돼 있어 기억력이 급격히 감퇴했다.
지휘관으로부터 10가지 지시를 받았는데 3가지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잠시 쉬는 사이 눈처럼 떠다니는 부유물질 사이로 넓적한 심해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재미삼아 살짝 건드렸는데 무서워하지도 않고 도망 갈 생각도 않는다.
위쪽을 올려다 보자 소형 우주선처럼 생긴 인원이송실(PTC)이 버티고 있다.
PTC는 함상의 챔버와 생명줄로 연결 돼 챔버와 같은 압력,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생명줄은 카메라·기체투입·통신·수심측정·전원공급·온수공급 호스들을 한데 뭉친 굵은 줄이다.
이 생명줄은 다시 김상사 자신과 동료 장성재 중사에게 연결 돼 있어 이들이 긴 시간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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