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을 때 맛을 가장 좋게 느끼는 적온(適溫)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 체온을 중심으로 상하 25~30℃의 범위이다.
고로 사람 체온이 약 36℃이므로 끓여서 먹는 음식은 60~70℃, 차게 먹는 음식은 5~10℃로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밥, 매운탕 등 따뜻하게 하여 먹는 음식을 먹을 때에 가장 맛을 좋게 느낄 수 있는 온도는 60~70℃이다.
한편, 가정용 냉장고에 맥주, 음료수 등을 넣어두는 냉장실의 온도 분포는 5~10℃로 조절돼 있다.
또 맥주, 음료수 등은 차게 하여 먹는 것이 맛은 더 좋게 느끼게 된다.
여름철에 냉각되지 않은 맥주를 마시는 연상을 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펄펄 끓고 있는 매운탕을 시원하다는 소리를 연발해가면서 먹는 사람도 있지만,
음식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우면 맛을 느끼는 혀의 미각이 마비되어 버리므로 참 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요즘은 횟집의 수족관에도 활어의 활력(活力) 보존을 위해 대부분 냉각시설이 돼 있어 여름철에도 수조 온도가 15℃ 정도로 조절되어 있고 어류는 변온동물이므로, 생선회를 조리하면 육질은 이 온도가 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냉각시설이 없는 수조의 수온은 여름철은 20℃를 훨씬 넘으며 이런 활어를 생선회로 조리해 먹으면, 미지근하고 퍼석퍼석한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육질의 단단함의 저하도 빠르다.
그렇다면, 생선회의 가장 맛있는 온도는 몇 도일까?
생선회는 60~70℃가 되면 생선회가 아니므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는 차게 해서 먹는 5~10℃ 일 것이다.
일식집에서 생선회를 즉살시켜서 넣어두는 냉장고의 온도를 5℃ 전후로 맞추는 것은 저온에 의한 근육수축으로 육질의 단단함이 증가하는 효과 외에도, 생선회를 먹을때 가장 맛을 좋게 느낄수 있는 저온으로 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필자 연구실이 개발한 육질향상기의 저온특수용액(-12.5℃)에 활어를 약 5분간 침지하면 육의 온도가 약 5℃가 되므로,
본 장치로 활어를 처리시 근육 수축이 일어나 육질의 단단함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생선회를 가장 맛있게 느끼는 온도로 낮추는 효과도 있다.
생선회와 소주는 찰떡궁합인가?
생선회는 우리나라 외식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외식을 하는 경우 집에서 식사보다는 다른 의미를 가지며 으레 술이 곁들여지기 마련이다.
생선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어느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소주라고 대답한다. 생선회를 먹을때 우리 국민의 대중술로 알려진 소주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해 찾는 경우가 많다.
생선회를 사시미(sashimi)라는 일본말로 국제 공용어로 만들어 놓은 일본은 어떤가.
일본에도 소주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소주와는 달리 알콜 농도가 높으며 대중화되지 못하고 지역 특산품화 돼 있다.
반면 일본술이라고 불리는 정종이 우리의 소주처럼 대중화돼 있으며 일본 사람들은 생선회를 먹을때 정종을 많이 찾는다.
소주와 정종은 제조방법도 희석주와 발효주로 차이가 있고 알코올 도수도 24도와 13도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알코올 도수가 13도 정도의 술로 정종, 화랑, 메실주, 백세주 등의 다양한 종류가 소주보다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생선회는 단백질 식품이므로 전분 식품보다 술에 취하는 정도를 완화시키고 다음날 숙취를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와 찰떡궁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술이 한두잔 들어가면 취기가 우리 인간의 오감(五感)을 둔감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생선회를 마늘, 고추, 된장, 초장과 같이 야채에 싸서 소주 안주거리로 막 먹는 방법은 비싼 생선회 고유의 향과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므로,
고급 음식 생선회가 저가인 소주와 격을 같이 하는 안주거리로 변해 버린다.
생선회는 쇠고기의 고급 부위보다도 비싼 음식이다.
이렇게 비싼 생선회가 대중 술인 소주와 찰떡궁합이라는 인식 때문에, 소주의 위상인 저급으로 격하돼 버린다.
고가인 생선회를 저가인 소주의 위상으로 끌어내릴 것이 아니라,
소주를 고가인 생선회의 위상으로 끌어올리면 더 좋지 않을까.
횟집에서 회식하는 광경을 상상해 보자.
땅콩, 야채 등의 안주거리와 술이 나오면,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생선회가 나오기도 전에 소주잔이 몇 잔씩 돌아가서 얼큰하게 취하게 된 후에 생선회가 나온다.
알콜 때문에 이미 맛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 버린 우리의 미각은 생선회를 마늘, 된장, 초장 등과 함께 야채에 싸서 짬뽕 맛으로 먹는 시식방법 때문에 생선회 종류에 따른 고유한 향과 맛을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술잔을 돌리면서 부어라 마시라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듯 혀가 꼬부라지고 왁자지끌한 분위기에 생선회 맛인지 술 맛인지도 모르게 된다.
그렇다고 생선회를 소주와 함께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먼저 생선회 종류별에 따른 고유한 향과 맛을 충분히 음미하자.
그리고 생선회를 안주로 해 소주를 마시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자.
이렇게 하면 생선회 맛을 아는 미식가가 될 뿐만 아니라 술도 덜 취해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손님이 떠나고 난 회식자리를 살펴보면 생선회를 다 먹지 못하고 남겨놓은 경우가 많은데,
생선회의 맛이 없기 때문이 아니고 생선회보다 먼저 나오는 부요리(쯔께다시)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주요리인 생선회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리인 생선회가 먼저 나오도록 하여 출출할 때에 생선회의 종류별에 따른 고유의 향과 맛을 먼저 느끼면서 소주를 곁드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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