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야채에 싸서 먹는 습관 버려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회를 먹는 방법은 상추 및 깻잎 등 야채에 생선회 몇 점을 올려놓고 양념 된장, 마늘, 고추 등을 넣어 싼 다음 우적우적 씹어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생선회를 이렇게 먹는 방법이 보편화된 것은 우리의 식문화가 쌈문화인 것도 하나의 큰 이유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생선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육과 마찬가지로 산성식품이므로 알칼리성 식품에 속하는 야채와 함께 섭취, 산성식품과 알칼리식품의 균형을 취해주는 것은  건강을 위해 대단히 좋다.

그러나 안심이나 등심 등 쇠고기 고급 부위만큼 비싼 생선회 고유의 향과 맛을 보지도 못하고 자극성이 강한 마늘, 된장 등과 같이 먹으면서 잡탕 맛으로 우리 미각을 둔감하게하는 시식방법은 생선회를 먹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비싼 고급음식을 저급음식으로 바꾸어 먹는 셈이다.

또 마늘 및 된장 등 강한 향이 생선회 고유의 맛을 떨어 뜨릴 뿐더러 야채가 생선회의 씹힘성을 막아 회맛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생선회를 이렇게 먹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생선회 식문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같은 이론적 뒷받침없는 식문화로는 우리 생선회를 국제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강연 및 홍보 자료 등을 통해 생선회를 야채에 싸먹지 말고 생선회 따로, 야채 따로 먹자는 주장을 자주 하는데 대부분 수긍하면서도 지금까지 싸먹던 습관을 단번에 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한다.  


생선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육과 마찬가지로 산성식품이다.

따라서 알카리성 식품인 야채와 같이 먹는 방법은 균형있는 시식법이라 하겠다.

체중의 60~70%를 차지하는 우리 몸의 체액은 pH 7.5 정도의 약알카리성이므로 채소와 과일류, 해조류 등 알카리성 식품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회와 야채로 쌈을 싸먹거나 비빔식으로 마늘, 양념장과 곁들여 먹으면 고유의 맛을 잃게 되니 절대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회를 야채에 싸 먹는 것을 보고 일본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생선회를 잡탕 맛으로 먹는 방법을 버리고 생선회 따로, 야채 따로 먹으면서 고급음식으로서 맛과 가치를 알고 느껴야 할것이다.

왜 참치회를 김에 싸서 먹나
우리나라 참치어선이 남태평양에서 본격 참치잡이를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반.  

당시 참치는 잡은후 바로 일본으로 수출하는 외화벌이 효자품목이었다.


 어획한 참치는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영하 60℃ 이하로 초급속 동결,  어창에 보관했는데 꽁꽁 얼어 돌맹이처럼 단단한 라운드상태 참치가 파도로 배가 흔들리면 어창안에서 이리 저리 굴러 상처를 입기 때문에 경매가격이 떨어졌던 것이다.  

참치가 구르지 않도록 하기위해 참치와 같이 잡았던 기름치(Oil Fish, 게르치과의 심해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참치 사이에 고정대로 끼워 넣었는데,

고정대 역할을 했던 기름치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참치회로 둔갑한 것이다.

기름치는 이름 그대로 지방질이 대단히 많아 그냥 먹으면 느끼한 맛이 강해 이 맛을 상쇄시키려고 김에 싸 먹었던 것이다.

이것이 습관화돼 지금처럼 참치회를 김에 싸 먹는 웃지못할 아이러니를 만든 것이다.

 



 참치회를 김에 싸 먹으면 김의 독특하고 강한 냄새성분(황화수소, 메틸디슬파이드, 유기산 등)과 맛(아미노산, 이노신산 등)이 참치회의 고유한 맛을 반감시키므로 참치회의 참 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참기름에 찍어 먹어도 참기름의 강한 향이 참치회 고유의 맛을 약화시켜 참치회를 김에 싸거나 참기름에 찍어 먹는 방법은 분명히 손해를 보는 시식방법 이다.

역시 참치회는 한점씩 고추냉이(와사비)에 찍어 먹는 것이 참치회 고유의 맛을 최대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趙永濟 ․ 부경대교수)

 

참고:  물안 보안경카테고리중  "물안 상식 메뉴에 제목이  생선회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크릭).-2005,4,19일자-

비오고 흐린날 생선맛 변함없어  

 

비가 오거나 흐린날은 보통 생선횟집에 손님 발길이 뚝 끊긴다.

흐린날, 비오는날은 생선회를 먹으면 안좋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없는 이런 인식의 발로가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선회를 많이 먹는 일본은 비오고 흐린날에도 여전히 생선회를 즐긴다.

왜 우리국민들은 비오고 흐린날에 생선회를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근거를 유추해 보자.


첫째, 지금처럼 양식기술이 발달되기 이전 자연산 생선회만 먹었던 시절에는 비오고 흐린 날은 일기불순으로 고기잡이 배가 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 경우 며칠전 잡아 수조에 가두어 두었던 자연산 활어는 좁은 수조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육질이 퍼석해져 갓 잡은 생선회보다 맛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양식기술이 발달로 날씨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싱싱하고 맛있는 양식산 생선회를 구할수 있으므로 그럴 염려가 없다.

 


둘째, 비가 오거나 흐린날은 맑은날보다 습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 날 식중독에 걸리기 쉽다는 생각도 할수 있다.

패혈증 원인균인 비브리오 블니피쿠스 증식에 미치는 습도와 온도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필자 연구실에서 넙치육에 비브리오균을 오염시킨 후 각종 습도(겨울철 습도 40%, 여름철 습도 70%, 비오는 날 습도 90%)로 조절된 용기에 넣고 30℃ 및 7℃에 저장하면서 균 증식 정도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 비브리오균 증식에는 습도 영향은 거의 받지 않았다.

또 7℃ 저장상태에서 생선회를 먹는데 걸리는 2시간까지 균 증식이 없었다.

따라서 비오고 흐린날은 습도가 높아 식중독이나 패혈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생선회를 위생적으로 취급하고 저온으로 보관하면 식중독 이나 패혈증은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다.


셋째, 예전 냉장고 등 저온시설이 없고 위생관념이 부족할 때 바닷가 또는 재래식시장 노점에서 여름철에 생선회를 썰어놓고 판매하는 것을 먹고 식중독에 걸릴 확률도 배제할수 없다.

또 지나가는 소나기에 흠뻑 젖은 생선회를 먹어보면 그 맛이 좋았을 리가 만무하다.

이런 현상들 때문에 비오고 흐린날은 생선회를 먹으면 안된다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요즘 생선횟집은 전부 실내에 있고 위생적으로 회를 취급하고 있을뿐아니라 살아있는 생선을 조리하기 때문에 비오고 흐린날이라고 해서 식중독에 걸리기 쉽고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이런 날은 손님이 적어 대접을 더 잘 받을 수 있다.  

일부러라도 흐린날이나 비오는 날을 골라 생선회를 먹어 보자.



매년 여름 찾아오는 불청객 적조

사진: 김국현


매년 여름이면 비브리오 패혈증과 함께 반갑지 않은 불청객 적조가 찾아 온다.  

양식장에 적조가 덮치면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활어들이 순식간에 대량으로 폐사된다.

적조를 막기 위해 황토를 바다에 뿌리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퇴치 방법이지만 적조발생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아야 한다.


적조는 육지에서 흘러 들어오는 식물성 플랑크톤 코클로디늄이 오염된 연안에서 수온이 높은 여름철에 급격히 증식, 발생한다.

해류로 바닷물이 유동할때 연안으로 확산돼 연근해 양식장에 피해를 준다.


적조띠가 가두리양식장을 덮치면 코클로디늄이 활어 아가미에 붙어 질식해 대량으로 죽는 것이지 코클로디늄의 독성 때문에 폐사하는 것이 아니다.
적조를 일으키는 코클로디늄은 독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적조로 폐사한 양식 어류는 즉시 수거해 매장 처리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활어는 위생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적조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생선회 먹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없는 얘기다.

적조가 오고 패혈증 주의보가 발령돼 손님이 적을때 횟집을 찾으면 오히려 특급손님 대접을 받을수 있다.

필자는 이때 생선회를 더 많이 먹는다.

 

 

(趙永濟 ․ 부경대교수)

오감(五感)으로 느껴야 제맛  


“생선회를 무슨 맛으로 먹느냐 ”는 질문을 하면 “쫄깃쫄깃한 맛, 싱싱한 맛, 담백한 맛, 고소한 맛 때문에...”등 다양한 표현을 한다.

심지어 초장맛으로 먹는다는 대답까지 나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맛으로 생선회를 먹는다고 표현할지 궁금하다.


음식 맛이 좋고 나쁨은 우리가 갖고 있는 오감(五感)을 통해 판단한다.

눈으로 보는 시각(視覺), 코로 맡는 취각(臭覺), 귀로 듣는 청각(聽覺), 혀로 느끼는 미각(味覺), 이빨로 느끼는 촉각(觸覺)으로 맛의 정도를 판별한다.

음식종류에 따라 오감의 역할이 달라진다.


 일본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는 표현처럼 시각을 중요시한다.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겨져 있는 선홍색 참치회는 소비자 시각을 자극, 참치회맛을 한결 좋게하는 효과가 있다.

횟집에서 생선회를 막 썰어 접시에 엉기성기 담는 것은 시각효과를 포기한 것이다.

 

(사진출처: 'http://cfs8.blog.daum.net)


프랑스요리는 향으로 먹는다고 한다.

커피향, 와인향 그리고 장어구이냄새는 취각을 자극해 향긋한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스낵제품을 씹을때 바삭바삭하는 경쾌한 소리는 청각을 즐겁게 해 음식 맛을 돋군다.

혀로 느끼는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을 적절하게 조절, 조리한 식품은 미각을 북돋운다.

 

또 촉감은 음식을 씹을때 주로 이빨로 느끼는 씹힘성(단단함)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이들 오감은 음식 종류에 따라 관여하는 정도가 각기 다르다.


생선회를 먹을때 이들 오감 가운데 씹을때 이빨로 느끼는 촉감!!!

말하자면 육질의 단단함(쫄깃쫄깃함)과 혀로 느끼는 미각 즉 지방질 및 엑스분 함량이 주로 생선회 맛을 결정짓는다.

참치회처럼  다양한 생선회와 이를 담는 데코레이션 시각도 일부 관여하지만,

취각과 청각은 생선회 맛의 결정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흰살 생선회는 씹힘성을  붉은살 회는 혀로 느끼는 맛

생선회는 크게 흰살 생선회와 붉은살 생선회로 나뉘어진다.

대체로 넙치, 우럭, 돔, 농어 등과 같은 흰살 생선회가 방어, 참치, 고등어 등과 같은 붉은살 생선회보다 육질이 단단해 씹힘성이 좋으므로 고급횟감으로 취급된다.

 

반면 붉은살 생선회는 흰살 생선회보다 씹힘성이 떨어지지만 혀로 느끼는 맛이 괜찮다.

따라서 육질이 단단한 흰살 생선회는 씹히는 맛을 느끼려고 노력해야하고,

붉은살 생선회는 혀로 맛을 음미해야 참 맛을 볼수 있다.


복어회는 어떻게 즐기나


육질이 단단한 복어회는 씹힘성이 강해 세계 4대 진미식품으로 취급된다.

일인분에 10만원 이상 고가여서 서민들이 먹기에 다소 부담스럽다.

 

복어회는 육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나비가 날아가듯 얇게 썰어야 적당한 씹힘성을 유지하게 된다.

얇게 썬 복어회 한점을 입에 넣고 혀로 굴려 담백한 맛을, 씹으면서 씹히는 맛을 느끼면서 고급스럽게 먹어야 한다.


지방질이 30%나 듬뿍든 참치 배살(도로)은 혀로 느끼는 맛이 일품이어서 최고의 생선회로 꼽힌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로 잘 알려져 있는 가을 전어도 지방질 및 혀로 느끼는 맛이 일품이다.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생선회는 맨먼저 담은 모양이나 종류별 선택 또는 썰어진 형태 등을 눈으로 먼저 느껴야한다.

먹을 때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씹힘성과 미각의 두 감각을 총동원,

종류별 생선회의 오묘한 맛을 되씹어야 할 것이다.


홍어회 맛은 어떻게 느낄까


홍어회는 호남지역 특산품으로 코를 톡 쏘는 독특한 냄새와 오돌오돌한 씹힘성이 매력이다.

흰살 생선회는 씹힘성, 붉은살 생선회는 미각으로 느낀다면,

홍어회는 코를 찌르는 독특한 냄새가 강할수록 고급으로 치기 때문에 후각으로 먼저 느끼고 오돌오돌하게 씹히는 맛을 그다음 즐겨야 한다.


 홍어는 가오리과에 속하며 생김새만으로는 가오리와 구분이 어렵다.

홍어가 가오리보다 비싼 이유는 홍어육에 톡 쏘는 요소와 TMAO(트리메틸아미네옥사이드)물질이  대단히 많아 회로 만들면 암모니아와 TMA가 많이 생겨 냄새가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미식가가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맛을 잘 아는 미식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5감을 향상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 프랑스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 미각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다.

미식가는 먹는 행복을 다른 사람보다 더 느낄수 있어 더 풍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얼기설기 썰고 대충 먹는 우리의 생선회 식문화를 하루 빨리 고쳐 종류별 생선회의 독특한 맛을 느끼면서 먹는 방법으로 바꾸면 한결 회를 음미하기 좋을것이다.

 

(趙永濟 ․ 부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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