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호준 (aqualux199)
▲ 바닥으로 내려가는 다이버. (수심 약 5M) 제주도 서귀포 문섬 앞바다. 배에서 방금 떨어진 다이버가 수중카메라를 들고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는중이다. 다이빙은 바닥까지 내려가 해야 하는 다이빙과 절벽에 붙어서 하는 다이빙이 있다. 물론 수심 때문이다. | ||
ⓒ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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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에 대한 생각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스쿠버다이빙을 한다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로 반응한다.
언제 그런 질문을 했느냐는 듯 입을 닫아버리는 경우(아니꼽다는 뜻일 것이다)와
스스럼 없이 강한 호기심을 보이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 중엔 '고급 스포츠' 혹은 '좋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런 대답을 듣는 경우에는 내가 당황한다.
나는 '고급'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아 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나는 '스쿠버다이빙'이란 결코 고급의 취미나 스포츠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급'이라는 표현의 정의를 정확히 내리기는 어렵다.
아마도 그는 스쿠버다이빙이 돈이 많이 들지 않겠느냐는 짐작으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스포츠 자체에 고급이 있다는 말을 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을 말한다면 다이빙도 다른 여느 취미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등산이나 낚시, 사이클 등과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장비 일습을 한꺼번에 구한다면,
다이빙이 등산이나 낚시 장비를 사는 것보다 돈이 조금 더 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장비 일체를 다이빙숍에서 대여해 주기도 하기 때문에
마음만 있다면 크게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바로 다이빙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다이빙 기술을 배우고 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다이빙을 하러 다닌다고 해도
등산이나 낚시보다 더 들어가는 것은 없다.
내 오랜 경험이다.
굳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다이빙을 시작도 하기 전에
비용 따위의 문제로 주눅이 들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스포츠인가?
우선 '다이빙이 스포츠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글쎄,
이 문제에 있어서는 나는 정확한 답을 모른다.
낚시가 스포츠가 아니라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유희라고 여겼던 당구가 이미 아시안 게임의 경기 종목으로 올라가 있다.
누가 어떻게 인정하고 개발하느냐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사람들을 두고,
제정신을 가지고는 레저를 즐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스쿠버다이빙을 거기에다 견줄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면도 있다.
레저와 스포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그 하나이다.
바다에서 하는 스포츠 중에는 핀 수영도 있고,
물속에서 방향을 찾아 제자리로 누가 먼저 돌아오는가 하는 경기도 있기 때문이다.
레저냐 스포츠냐 아니면 레포츠냐는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하시기 바란다.
그러나 레저라고 하기에는 위험한,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
스쿠버는 그 특성상 안전에 철저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스쿠버다이빙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묘해서 이런 문제를 매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말은 하지 않지만,
"누구나 다 할 수가 있다면 나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어디선가 많이 들은 말을 가슴속에 긍지로 감추고 스쿠버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아무라도 할 수 있다
▲ 도화돔 (수심 15m)
몸에서 복숭아꽃 빛이 난다고 하여 도화돔이다.
서귀포 문섬에 딸린 새끼섬 부근.
ⓒ 장호준
그러나 여러분은 아무것도 겁낼 필요가 없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스쿠버다이빙은 안전 수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다이빙을 시작하고서는 나도 다이빙을 하려면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동해에서 만난 한 칠십대의 할아버지 다이버와
시파단(보르네오 섬옆의 말레이지아의 자그만 섬 세계 오대 다이빙 포인트 의 하나)에서 만난 한 일본인 할머니 다이버를 만나고 나선 그 생각을 접어 넣었다.
도쿄에 산다는 할머니는 혼자였다.
영어도 별로 시원치 않은 분이었다.
키도 작아서 탱크(공기통)를 메면 탱크가 땅에 질질 끌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남들을 아주 조마조마하게 하는 분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하루에 세 번씩 리조트에서 의무적으로 준비해 주는 다이빙을 다 소화 해냈다.
그걸 하루 이틀 지켜 보던 내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연세가 어떻게……?"
"예순다섯인데요."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언제부터 하셨어요?"
"삼 년 전에 시작했어요."
나는 그때까지 믿어 오던,
다이빙을 하려면 체력이 어쩌니 하는 말을 마음 속에서 들어 냈다.
그렇다.
그렇게 다이빙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바다는 대개 거칠고,
물속은 어둡고 겁나는 곳이어서,
물과 다이빙 중에 하나라도 사랑하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이 경우 다이빙을 한다는 것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것을 말한다.
일 년에 겨우 한두 번씩 하는 다이빙,
그걸 몇 년 걸쳐 한다고 해서 나는 다이버라고 부르지 않는다.
누가 진정으로 하는가?
수없이 많은 바다를 누비고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내게 철석같은 결론을 준 것이 하나 있다.
다이빙은, 돈으로도, 체력으로도, 시간이 남아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에 대한 사랑과 호기심이 없다면 다이빙에 애착을 가지기는 힘들다.
그럼 다이빙을 하다가 싫어지면…….
물론 그건 안하면 그만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을 차분히 돌아보지 않고,
겉멋으로 다이빙을 시작해서 돈과 시간을 아깝게 버리지는 말라는 것이다.
다이빙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다.
이글은 다이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알짜배기 초짜'를 대상으로 쓰는 글이다.
그러나 이 글 속에 나오는 다이버들은 거의가 다이빙에 미친 다이빙 마니아라는 점을 알아두시기 바란다.
이제 동해로 가보자
▲ 라이온피시 (수심 30m0
독을 가진 가시의 모양이 사자의 갈기를 닮았다고 해서 ‘라이온 피시’라 한다.
우리말로는 ‘솔베감팽’.
화려한 지느러미 끝에 맹독을 가진 포악한 포식자다. ,
서귀포 문섬 부근.
ⓒ 장호준
말할 것도 없이 바다는 넓고 크다.
우리가 일생을 보내고 묻히는 육지보다 몇 배는 크고,
그 속도 무지 깊고 넓어서
우리는 아직까지 저 달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도 바닷속에 대해서 아는 것이 더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과제는 과학자들에게나 하라고 맡겨 놓고,
우리는 우리대로 바닷속 깊이 헐렁하게 한 번 들어가 보자.
우리가 들어 갈 수 있는한 깊게, 깊게……,
어머님의 품속같은 그 부드러운 살속으로 파고 들어가 보자.
대한민국에서 다이빙을 한다면 그 첫 장소는 동해다.
물론 대부분의 다이버들이 들어가는 바다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동해를 아주 특정한 지역이라고 단정 짓지 말기 바란다.
우리나라 바다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것은 동해가 아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수중세계에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명산대찰이 있다. 그런 곳을 다이버들은 포인트라 부른다)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동해에서 다이빙을 배우고 동해에서 놀다가 외국으로 처음 나가게 되면 눈이 휘둥그래진다.
우리가 겪었던 시야와는 천양지 차이기 때문이다.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시야가 말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홀라당 빠지게 마련이다.
그 이후는 갑자기 내 나라 내 바다인 동해를 슬슬 흉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여력이 돌아가는 다이버들은 외국을 뻔질나게 드나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다이버들은 결국은 동해로 돌아오게 된다.
물론 그것은 지리적인 여건이나,
경제적인 이유,
혹은 애국심 때문만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해는,
어수룩하게 보이는 동해는,
정말로 바다다운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수룩한 사람이 당수 팔 단'이라는 얘기가 있다.
동해가 바로 그렇다.
일본열도는 동해가 태평양과 바로 맞닿는 것을 시기하는 것처럼 그 입구에 비스듬히 누워 가로 막고 있지만,
캄차카 반도에서 내려 오는 한류와 필리핀에서 올라오는 구로시오 난류가 맞닿는 곳이고,
다이빙을 하기에는 그리 비좁지 않은 곳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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