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호준 (aqualux199)
▲ 문섬 (수심10미터)
달고기와 다이버 달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고
그 옆을 다이버가 온힘을 다해 따라 붙고 있다.
ⓒ 장호준
나이트다이빙에 들어가기 전,
먼저 한 섬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 서귀포항 바로 코앞에 자그마한 섬,
문섬이 있다.
모기가 많다고 해서 '모기 문' 자를 써서 문섬이다.
문섬은 본섬과 물밑으로 이어진 새끼 섬으로 이뤄져 있다.
크기는 동서가 약 500m 남북이280m 정도고, 해발 75m다.
채 3만평이 안 되는 이 코딱지만한 섬이 대한민국의 다이버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육지(제주도)에서 본 문섬과 새끼섬
멀리 새끼섬과 문섬이 보인다.
ⓒ 장호준
▲ 새끼섬
문섬에서 바라 본 새끼섬
ⓒ 장호준
▲ 새끼섬의 파식대
이 파식대 덕분에 많은 다이버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 장호준
특히 본섬인 문섬에 붙어 있는 새끼 섬의 파식대(파도에 의해 깎인 평평한 바위)는 넓은 쪽이 20m를 넘고 그 길이가 80m정도여서 한꺼번에 많은 다이버들을 수용할 수 있다.
근방의 섶섬과 범섬도 해안을 따라 파식대가 발달해 있지만 문섬의 새끼섬이 가장 크다.
이 파식대는 용암이 분출할 때 나오는 화산암인 조면암질 안산암으로 되어 있다.
그 색깔이 유백색과 회색을 띠고 있다.
해안이 급경사를 이루는 남서쪽 절벽은 주상절리층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후박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원시림이 있다.
섬으로 사람의 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도 이 파식대가 맡고 있다.
▲ 수로 새끼섬과 문섬사이에 있는 수로
ⓒ 장호준
새끼섬과 본섬 사이에 있는 수로는 다이버들을 실어 나르는 뱃길의 역할을 하고 조수가 지나가는 통로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이 수로는 본섬이 그 앞을 가로막고 있어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하며,
외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파도가 좀 있는 날이면 배를 댈 수 없는 다른 섬에 비해 배를 대기가 좋다.
예전에는 해녀들의 쉼터와 물질터로 이용 되었던 이 섬은 다이버들이 드나들기 이전에는 낚시터로도 이용되었으나 어느 새 다이버들이 이 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낚시와 다이빙의 속성상 공존이 불가능하니,
낚시인들이 이 자리를 피해 더 조용한 곳으로 옮겨간 것이다.
서귀포항의 모든 배들도 이젠 이 자리로는 다이버들 만 실어 나른다.
▲ 배 문섬의 새끼섬으로 접근하고 있는 배
ⓒ 장호준
날씨 좋은 일요일이면 이섬은 다이버들로 북적인다.
여름날 파도가 잔잔한 날이면 여긴 그야말로 파식대가 좁다고 할 만큼 다이버들이 넘쳐난다.
그 중에는 외국인들도 몇 사람 꼭 끼어 있다.
그 만큼 외국의 다이빙계에도 이 섬은 잘 알려진 곳이다.
▲ 파식대위의 다이버들 멀 뒤로 서귀포시가 보인다.
ⓒ 장호준
다이빙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의 묘한 기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서귀포 항에서 1.3km 떨어져 있는 이 자그마한 섬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육지와 절리된 이 섬의 새끼섬엔 다이버들만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곳에 다이빙이라는 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별을 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도시의 불빛을 피해 맑은 산 속에 둘러앉아,
천체망원경 하나 세워놓고 밤새 하늘을 관찰하며 꿈을 좇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문득 떠올리며 '아하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고 사람들은 각자의 동굴로 들어가서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를 알게 됐다.
처음으로 이 섬을 찾았을 때가 겨울이었다.
아무리 제주도라지만 해안의 바닷바람은 매서웠다.
파식대도 하루에 두 번씩 살짝 물에 잠긴다.
다이빙장비를 내려놓고 무심하게 다이빙을 마치고 나면 물은 어느 새 장비를 적시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두 번씩 어김없이 밀물이 밀려오고 썰물이 쓸려가는 것이다.
처음으로 새끼섬에서 뛰어내려 물밑으로 고개를 박던 순간 펼쳐지던 광경을 내 짧은 글 재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어떻게 새끼섬을 한 바퀴 돌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멍해진 머리와 째진 눈을 있는대로 뜨고 가이드의 뒤를 따라 다녔다.
물밖으로 나와서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담배 한대 물고 멍하니 앉아 실실 웃기만 했었다.
▲ 연산호와 달고기 연산호옆을 달고기가 지나고 있다. (수심30미터)
문섬 남쪽절벽
ⓒ 장호준
그때 나는 엉뚱하게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을 했다.
이 좋은 곳을 한 번 보여 드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엄마에게 이런 내 마음 전했다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 하셨을 것이다.
“니나 많이 해라, 이눔아. 이 미친눔아.”
그러나 나는 다시 내 친구들을 생각했고, 내가 아는 사람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생각했다.
물론 보여주고 싶어서다.
나 혼자 하기엔 너무 아까워서다.
다이버끼리 말을 나누고 있다.
비 다이버도 한 명 끼어 있다.
물론 이 비 다이버는 나이트다이빙을 모른다.
“어제 나이트 다이빙 했다며?”
“했지.”
“한 탕밖에 안 했나?”
“응.”
“두 탕하지, 하는 김에 하면 돈이 좀 덜 들잖아, 좋더냐?”
이 말을 들은 비다이버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리고 나서 그가 엉뚱한 상상을 했던 것을 말로 옮기고 다니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난 적이 있다.
나이트다이빙에 필수는 플래시다.
바다 조건의 필수는 조류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버디(짝)가 있어야 한다.
밤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조류에 조금만 사람이 흘러 버려도 큰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플래시를 켜고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은 신기하다.
달에 사람이 갔다 온지 몇십년이 흘렀다고 해도 그렇다.
달에는 사람이 우주복 하나 입고 돌아 다니지만
바다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는 수압이라는 물리적인 힘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보다 바다를 더 모르고 있는 듯하다.
문섬에서의 나이트 다이빙도 비치다이빙(해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새끼섬 북쪽의 조류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대마다 바뀌는 조류를 다 알기도 어렵다.
나는 몇 번이나 조류에 밀려 섬에 상륙하는 것을 포기하고 배의 구조를 기다려야 했었다.
▲ 새끼섬 위에서 내려다 본 새끼섬의 남쪽자락
한 방송국기자가 다이버들을 촬영하고 있다.
ⓒ 장호준
한번은 조류를 만나 바위를 붙잡고 앞으로 근근이 움직여 입수지점으로 돌아왔지만,
몸은 거의 탈진 상태였다.
쥐가 온 몸에 났다.
이는 배에 의지하지 않고 타인을 의식해서 기죽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위험한 짓이다.
사고는 바로 이럴 때 나기 때문이다.
나이트 다이빙 장소는 문섬 한 개창으로 정해졌다.
인원은 총 8명,
입수 시간은 밤 11시.
2 개조로 나눠 들어가기로 했다.
초조하게 11시를 기다리던 우리는 장비를 싣고 부두로 나갔다.
별이 빛나는 밤,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아련하게 울려퍼지는 부두에는 가로등 몇 개가 졸린 듯 서 있다.
다이버들 몇 명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런 풍경에 익숙한지라 누구도 우리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는 부두에 멈춰 각자 장비를 체크했다.
우리를 싣고 갈 배의 엔진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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