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다이빙을 어느새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한후

저녁은 12달러 짜리 쿠폰으로 호텔 카지노에서 먹었습니다.

12달러 쿠폰을 사면 16달러까지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메뉴에 있는 한식은 거의 12달러 정도이기 때문에

남는 돈으로 술을 시키려니깐 술과 음료는 안된다고 해서,

과일 샐러드로 "테이크아웃"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음식 전부가 1인분이 2인분도 더 되게 양은 무척 많이 주더군요...)

 

한국에서 가져 온 소주와 함께 테이크아웃한 과일 샐러드를 가지고 

호텔 수영장 파라솔에서 술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늦은 저녁이라 출입을 금지시켜서,

할수 없이 호텔내 정원에 테이블이 있는 아담한 벤치에 앉아서

엉터리 랜턴으로 훤히 불을 밝히고 노닥 거리다가 호텔에 들어 오는데,

안사장님이 술이 덜 되었는지 호텔내의 맥주바에서 쏘신다고 하여

분위기 있는 음악에 다들 맥주를 마시고 저는 망고 쥬스를 마셨지요.

 

맥주 바는 일찍 문을 닫아서 나오니 겨우 10시 30분!!!

이번에는 엉님이 발동이 걸려 카지노에 들어 가잡니다.,

카시노에 들어 가서는 안사장님이  여자들 보고는 가지고 있던 돈 27불을 주면서 게임을 하라하고,

남자들끼리는 카지노 내의 칵테일바에서 술을 계속 먹더군요.

 

우리는 칩을 바꿔서 반반씩 가지고  카지노에서 "빅휠"이란 게임을 했는데,

나는 야금야금 걸고 야금야금 따고 있었지만,

안사장님 버디는 불과 몇분 만에 거덜 내고 내가 하는 것만 쳐다 보길래

가지고 있던 칩의 반을 나누어 주었으나,

역시 금방 잃어 버리더군요.

 

그래도 그 와중에 나는 쪼카를 마추어서 40배를 먹었네요...ㅋㅋㅋ

그래서 할수 없이 그녀에게 또 반을 나누어 주었지만,

역시 다 잃고 마네요...미챠 >.<

(그렇게 허무하게 잃을 줄 알았다면 나눠 주지 말 걸... )

 

결국에는 나 까지도 다 잃었지만,

쪼카가 나온 것만으로 기분은 완전 짱이 였다우~~

 

.....................................

 

2월 22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좋다고 할수 없네요.  

�은 슈트라서 그런지  햇빛을 쪼이다가 바로 물속에 들어가면 썰렁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몸이 영?

속도 더부룩하고 안좋아서 아침엔 호텔 부폐 식사에서 죽만 조금 먹었습니다.

( 역시 이 티켓은 12불 짜리 공통인데, 부폐는 한국인에게 안 맞는 중국식 이더군요.) 

 

오늘 날씨 또한 그다지 좋지 않아서,

구름 없는 쨍쨍한 햇빛이라도 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비도 한두방울씩 오고...

 

그래도 막상 다이빙이 시작되니 컨디션이 좀 좋아 지는듯도 싶고...

오늘은 어제 그 터프한 원주민 선장이 아니고 다른 선장으로 바뀌어서

약간 천천히 배가 달립니다.

  

신강사님에 물어 보니,

그동안 날씨가 좋았다는데...

우리가 오고 나서 부터는 시야는 최고 상태는 아니고 전 보다 50프로 정도 뿐이 안 나오는 거랍니다.

 

이틀째 첫 포인트: 프레밍

수심               : 30미터 정도

 

완전 수직 절벽의 바다는 역시 짙 푸르고,

수직 절벽에 하강하여 올려다 보니,

배 밑바닥과 배에서 막 하강하는 다이버의 모습이

마치 스카이 다이빙이라도 하는 사람들 처럼 멋져 보입니다.

 

 

30미터 바닥은 울퉁불통 바위들이고 멀리는 산들이 원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절벽 옆에 바닥은 수심 60미터 라는데,

마치 속초의 섭 바위나 케롤포인트(속초에는 제 닉을 딴 포인트가 있죠..ㅋㅋㅋ)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려다 보니 바다색은 짙 푸른 잉크색이나,

물이 맑아선지  그 깊이를 가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차워 보이네요....

 

여전히 안사장님과 그의 버디님은 두손을 꼭 잡고 절벽을 돌아 유영을 하고 있고,

신강사님의 멋진 유영의 모습도 보이고....

상승시에는 수면에서 밑을 바라 보노라면,

다이버가 품어내는 버블조차 엄청크고 선명하게 올라 오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버블 속에 바위가 비쳐보이고, 다이버가 보이는 것같아 무척 아름답기만 합니다.

 

2번째 포인트: 플레밍

 

역시 플레밍 포인트인데 이번에는 절벽의 뒤쪽에서 반대 코스입니다.

프레밍 포인트는 수심도 깊지만,

절벽과 절벽 사이에 실루엣도 장난이 아니고 아름다워서 가장 볼 만 했다고 생각되는데,

포인트 뒤 쪽으로 넘어가는 코스가 더 멋지더군요.

 

절벽을 돌아 나오는데,

아까는 보지 못했던 부채산호를 발견하여 사진을 찍으러 잠시 하강 하니깐,

어느새 엉터리님이 와서 찍고 있네요.

수심이 깊어 선지, 위에서는 신강사와 안사장님이 걱정하는 기색으로 주시하는 것 같아

몇 컷만 찍고 바로  상승하였답니다.

�에 돌아와 휴식과 점심으로 신강사님 사모님이 만들어 주신 오징어 불고기를 먹고

잠시 인터넷에 접속하여 카페에도 들어와서 염장성 사진을 올리려는데,

우찌나 인터넷이 느린지...

사진 또한 업로드가 도저히 않되더군요.

 

3번째 포인트:  레드월

 

역시 티니안의 바닷 속은 절벽과 산과 바위등으로 이루어진게 특징인거 같습니다.

첫날 보았던 레드스내퍼가 많은 곳이라 했지만,

딱 한마리만 배회 하더군요.

 

소세지(먹는 소세지)를 주었지만, 바닥에 떨어진것 만 먹고 가까이 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모래바닥에 앉아 있는 거북이를 발견 하였는데,

그놈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 안갑니다..

안사장 버디님이 거북의 등을 어루만져도 산호를 깨먹는지 아니면 해초를 뜯어 먹는지,

사람에게 무신경하게 자기일 만 하더군요.,...

아무튼 그렇게 가까이서 오랬동안 거북이를 보면서 관찰하고 사진도 실컷 찍고,

동영상까지 찍기는 처음인 것 같읍니다.

아마 해적하고 물방울님이 있었으면 등에 타고 날랐을 텐데...ㅋㅋㅋ

 

 

4번째 포인트: 레드스내퍼

 

역시 레드스내퍼가 많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지만

한마리도 볼수 없더군요.

 

물고기를 피딩 했지만 별로 몰려 들지 않아서 실망 했고,

바위 밑에 상어가 며칠전 까지만 해도 임신하여 배가 불룩하여 있었다고 신강사님이 그러던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출수해서는 엉님이 그러는데, 포인트를 약간 벗어나서 입수를 한 것 같다고 하네요...) 

 

이렇게 이틀째 다이빙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서 샤워와 저녁을 먹은후

안사장님 팀이 피곤하신지 방으로 올라간 사이

엉터리님에게 20달러를 달라고 해서 또 빅휠 게임을 했는데...

게임 불과 몇 분 만에 1달러짜리 칩은 달랑 1개 남더군요..

하지만 다시 살아나서 본전은 아니지만,

겨우 겨우 연명을 하다가

1달러 칩을 쪼카에 걸었는데,

오늘도 또 40배를 맞추었네요... 아싸

 
기분 쪼아 쪼아~ 푸하하

 

엉님은 내친 김에 더 하자는데,

나는 그만하고 칩을 교환 해 보니,

총 53달러

이렇게 해서 어제 잃은 돈을 모두 다 찾고도 남네요...

 

돈을 찾아서 카지노를 나오는데

제가 쪼카가 나와서 그런지

중국인들이 그 게임에 잔뜩 몰려 들어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더군요...

 

아무튼 이 사실을 안 안사장과 커플도 흐뭇해 하는 것 같고..

오늘은 아침에 찌푸둥한 몸과 마음 다 털고 단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다시 가서 지대로 질러 봐야 할 것 같삼~~~ㅋㅋㅋ)

 

 

3부도 기대 해 주삼...

 

출처 : 다이빙 라이프  |  글쓴이 : 케롤 원글보기
 

티니안에서의 다이빙

 

첫날 다이빙은 주간 2탱크와 야간 1탱크를 하였습니다.

 

"펀 다이빙 리죠트" 사장 신강사님이 아침에 우리가 식사할 때 호텔로 들르셨네요..

오늘은 야간까지 총 3탱크라서 시간도 충분하니,

어제 밤 늦게 도착 해서 피곤 할테니 오후부터 다이빙을 시작하잡니다.

 

하지만 마산 안사장님이 기왕하는거 좀 빨리 시작 하자는 말에 점심을 일찍 먹기로 했읍니다.

호텔 카지노에서 딸린 식당에서 한식으로 먹었는데,

주방장이 조선족이라 그런지 제법 음식 맛이 한국의 맛 그대로 이더군요. 젓가락

 

장비를 챙겨서 차로 5분 정도 가니 선착장이 나오는데,

그곳 조차도 티니안의 바다색은 첫눈에 장난이 아니게 맑네요.,

과연 바닷속은 어떨까요?

 

일찍 도착해선지 배를 운전할 선장이 아직 안 왔다네요...

우리는 수영복을 입지를 않아서 다시 근처에 �으로 차를 차고 가서 슈트를 갈아 입고 오니,

그제서야 원주민 선장이 도착하네요.

(싸이판과 티니안은 배의 선장을 꼭 원주민을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보트가 시동이 안걸리는지 원주민 선장이 계속 시동을 걸고 어쩌구 한참 씨름을 한끝에

드디어 배가 출발 하였습니다. 

 

선착장을 빠져 나와 외해로 나오니,

바람이 많이 불어선지 파도가 좀 있어서,

신강사님이 그루토가 아닌 수심이 얕은곳으로 계획을 변경 하려고 하네요.

하지만 마산 안사장님과 엉터리님이 그 정도면 국내 다이빙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그대로 진행하자고 우기시더군요.

마산 안사장님과 같이 오신 여자 다이버가 초심자라 걱정이 되었지만,

베테랑 안사장님이 알아서 잘 하겠다고 하여 우리는 티니안 그루토를 첫 포인트로 가게 되었지요

 

파도 때문인지 엄청 急하고 터프하게 운전을 하는 원주민 선장~ 악마

마산 안사장님이 좀 살살 가라고 뭐라 그러니깐,

선장은 늦어서 그렇다면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더 냅니다. 악마

 

그 와중에 보는 티니안의 바다색은

이제 까지 어느 바다에서도 보지 못한 아주 짙 푸른 잉크빛이 였습니다.

 

 

바다는 담는 그릇에 따라서 어찌나 이렇게 신비로운 다양한 색을 낼 수가 있을까요?

 

물색만 보아도 속이 시원 하다고 마산 안사장님이 계속 감탄을 하십니다.

 

이렇게 구루토에 도착 했을때  수심이 낮은 곳의 바닥이 모래인 곳은 연한 하늘색이고

바위가 있는 깊은 곳은 진한 잉크빛으로 보입니다.

 

일단 물빛만 보아도 바닷속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라 카메라를 들고 얼른 물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과연 탁 뜨인 시야에 다이버가 내 뿜는 아름다운 버블을 감상 하는 것도 잠시

동굴을 향해 핀킥을 해나가며 정신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사장님은 초심자인 버디를 놓칠 새라 두손을 꼭 잡고 남녀 다니는 모습이

동굴의 실루엣 속에서 자주 카메라 파인더에 잡히며 훌륭한 수중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엉터리님과 저는 서로 사진 찍기 바뻐서 나 몰라라 따로국밥 버디 입니다. 칫

 

 

티니안 그루토는 개인적으로  솔직히 싸이판 그루토 보담 못하지만

웅장하기 보단 아기자기한 예쁜 동굴이였답니다.

 

이렇게 첫 다이빙을 마치고 배에 올라

사진 찍은 걸 점검 하니,

영 사진이 엉망이네요...T.T

 

카메라를 든 이후,

작은 마크로 사진만 찍다가 이런 스펙타클한 실루엣을 찍으려니 도대체 우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엉터리님 사진을 슬쩍 보니

엉터리님의 사진이 꽤 멋지게 나왔더군요.

 

이렇게 첫 탱크를 마치고...

 

두번째 포인트:  터틀 코브

평균수심       : 6~12미터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후

이번 포인트는 수심도 낮고 좀 평이한 포인트 였는데,

신강사님 말로는 거북이나 상어도 가끔 볼수 있다고 합니다.

 

상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기대를 같고 물속에 입수 했습니다.

 

그러나 상어는 커녕,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이 나더군요.

정말 시야는 탁트이고 이렇게 맑고 푸른 바다에 물고기가 별로 없다니 정말 이상하네요.

 

그래도 맑은 시야와 푸른 바다 빛깔 만큼은 완전 짱 이였습니다.

 

지상에 산 처럼 작은 산들과 바위들이 멋진 풍경을 뽐내고 있고

여전히 안사장님과 그분의 초심자 버디님은 두손을 꼭 잡고

여기저기 구경하는라 바쁩니다.

 

그러던 중 모래사장에 이르렀을때

아주 커다란 물고기 두마리가 우리를 배회 하네요.

 

한 놈은 레드스내퍼(첨돔 종류)이고, 한놈은 트레발리 라고 합니다.

 

 

이 놈들은 피딩에 길들여 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우리에게 먹이를 달라고 계속 �아 댕기는 거 같더군요.

 

연방 사진을 찍고 또 찍고  한참을 이놈들과 놀다가

우리와 헤어지는 것이 섭섭 하다는 듯이 출수를 할 때도 배 위 까지 �아 오다가 할 수 없이 쓸쓸하게 물속으로 멀어져 가는 놈의 뒷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이렇게 두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에 돌아와 어두워 질때 까지 쉬다가

야간 다이빙에 돌입 했습니다.

 


 

3번째 포인트: 우라시마

수심           : 10미터 정도

 

비취다이빙이라  수심이 낮고 밤이기 때문에 성게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신강사님이 주의를 합니다.

 

엉터리 라이트를 켜고 입수 했는데

아직 덜 어두어 져서 그런지 물고기도 없고

수심이 낮아서 부유물도 많아서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별로 본게 없어서 후기 쓸게 없네요..

단지 출수해서는 카메라나 호흡기에 모래가 들어 갈까 봐 전전긍긍하며 해변을 나온 기억 뿐이..

안사장님이 하는 말!!!

차라리 낮에 한탱크 더하는게 났지~~~

 

이렇게 티니안에서는 첫날 다이빙을 마쳤습니다.

 

2편에선 또 어떤 일이?

후기 계속 기다려 주셈~~^^

 

출처 : 다이빙 라이프  |  글쓴이 : 케롤 원글보기

사이판 (1)


작가: 장호준 (aqualux199)

 

             

            ▲ 그루토 동굴 동굴 안쪽에서 유영하는 물고기들,

                멀리 입구가 보인다.

                ⓒ 장호준

 

"2차세계대전"의 상흔이 남아 있는 사이판

 

내게 사이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차세계대전에 대한 이미지였다.

소년병사들, 전쟁속의 여인들, 징용에 끌려간 조선인 남녀들, 옥쇄, 포화, 해전, ‘덴노헤이까 반자이’를 외치며 죽어간 일본인들의 희극과 비극.

 

사진 속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질린 비장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뜨린 비행기 에노라 게이호가 발진했다는 사이판의 남쪽  티니안섬 등, 일제와 관련된 어두운 이미지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이판은 우리에겐 치욕이요 슬픔의 섬이었다.

멀지도 않은 시기의 일이지만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책이나 영화로 본 그런 것이 전부였다.

 

              

            ▲ 일본군포대

               한 많은 슬픔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을 포대.

               지금은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있다.

               ⓒ 장호준

 

다이빙장소를 사이판으로 선택한 것은 순전히 L의 생각이었다.

그때만 해도 P와 나는 해외 다이빙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L이 가자면 어디라도 따라가야 할 판이었다.

모든 선택의 권한은 L에게 있었다.

그는 일찍부터 해외를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다이빙을 해온 다이빙의 백전노장이었다.

 

 티니안, 괌, 로타, 팔라우, 추크(chuuk. 옛 지명 Truk) 솔로몬 등,

L은 이름만 들어도 꿈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마리아나 제도의 섬과 인근 섬들의 수중환경을 설명했다.

로타에 가면 몸체가 3~6 미터나 되는 가오리들의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고,

팔라우에 가면 망그로부 나무에 사는 물고기와 무독성 해파리를 볼 수 있으며,

거북을 타고 물속을 거닐 수 있는 섬도 있다는 등,

그는 자신이 다녀 본 섬들을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꿈에 현실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새벽 하늘이 부옇게 열릴 때 우리는 사이판에 도착했다.

일행은 L과 P와 나, 셋이었다.

우리들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잠깐의 수면을 취하고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다이빙 숍으로 갔다.

그 시절 사이판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다이빙 숍이 없었다.

우리가 갔던 다이빙 숍은 주인 이외의 직원들은 모두가 필리핀 사람들이었고 손님들은 우리 이외에는 전부 일본인들이었다.

 

              

            ▲ 그루토동굴 입구

               필리핀 다이빙가이드가 그루토를 내려다 보며 다이빙 환경과 순서를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백수십계단을 내려가면 외해와 연결된 바다가 있다.

               ⓒ 장호준

 

꿈의 그루토 동굴

 

첫 다이빙 장소로 그루토 동굴을 잡았다.

그루토로 가는 다이버들의 개인장비들이 트럭에 실렸다.

특이한 점은 장비를 실을 때 일본인 다이버 고객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일렬로 쭉 늘어서서 트럭에 싣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생소한 광경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어어! 얘들 왜 이래요? 우리도 실어야 되는 건가?"

"우린 손님이잖아."

우린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잠깐 당황했다.

우리나라에선 다이빙 숍측에서 하는 일들을 거기선 손님들이 하고 있었다.

다이빙이 끝나고도 그들은 마찬가지였다.

 

그루토로 가는 도중에는 여기저기 아직도 전쟁의 상흔들이 남아 있었다.

일본군 포대도 있었고 한국인들의 위령탑도 있었다.

누구나 피해 가고 싶은 광포한 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사이판 다이빙의 백미는 그루토 동굴이다.

세계 5대 다이빙 포인트의 하나라는 곳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10대 포인트의 하나라고 하지만,

당시에 우리 자신이 비교할 수 있는 곳은 없었기에 그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바다에 닿은 절벽의 언덕 위에서 가파른 경사의 계단 백십여개를 내려가면 수영장만한 바다가 있는데,

주위는 계단 높이 만큼 절벽으로 둘러 싸여 있고,

그 한 움큼의 바다는 물밑으로 절벽 너머 바깥쪽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그루토 동굴은  해식동굴이다.

              

           ▲ 티니안으로 가는 보트

              그 바다의 무지개

              ⓒ 장호준

 

자연 앞에 인간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수중에는 외해와 연결된 세 개의 동굴이 있다.

절벽 안쪽에서 보면 사실은 동굴이라기보다는 세 개의 아치가 외해와 연결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굴의 위치가 섬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아침 햇살이 바다를 뚫고 들어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우리와 함께한 대부분의 일본인 다이버들은 갓 스물을 넘긴 듯한 초보 다이버들이었다.

그들은 사이판에서 다이빙 교육을 받고 실기 실습을 한 다음 다이빙 라이센스를 받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물로 들어간 이후에도 한참동안 입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피해 따로 입수했다.

 

오전 11시 입수가 시작됐다.

오 미터, 팔 미터, 십 미터, 수심이 깊어 갈수록  어른거리던 햇살이 서서히 밝아 왔다.

우리는 동굴 안쪽으로 유영해 들어 갔다.

수심 십오 미터,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 얼어 붙었다.

동굴 바깥쪽 바다 위에서 비치는 햇살이 엄청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햇살은 마치 날카로운 창 수천 개가 수면을 뚫고 바다 밑바닥으로 내리 꽂히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옆을 돌아 보니 L과 P도 얼어 붙은 듯 멈춰 있었다.

우리는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잠시 이 광경을 바라 보았다.

앞서가는 다이버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이 장엄한 광경에 눌려,

한 마리 작은 벌레가 꼬무락거리는 것처럼 느껴 졌다.

 

자연 앞에 인간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물은 무심히 일렁거렸고 햇살은 가차 없이 장중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잊었다.

햇빛이 물을 통과하는 순간 햇살로 변하고,

수많은 햇빛의 뼈다귀들이 물속에 살대를 세우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잊은 채 관성에 떠밀려 제 3 동굴 밖으로 밀려나왔다.

동굴 안쪽을 스치면서도 햇살 이외에 무엇을 봤던가 하는 기억도 없었다.

 

그러나 동굴 밖 외해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열대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 있을 뿐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완전히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그렇다 그루토는 햇빛이 연출하는 세계 최고의 수중 쇼다.

우주와 바다가 어울리는 한 바탕 환상의 꿈이요, 햇살의 영광이요, 물의 긍지며, 어둠이 연출하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 난파선 마나가하섬 앞의 일본군 난파선,

                한 다이버가 난파선 옆으로 접근하고 있다.

                ⓒ 장호준

 

한 순간 세 개의 세상을 스치다!

 

동굴 밖에는 범돔 수백 마리가 가이드의 손 주위로 먹이를 찾아 모여 들었지만 우리는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

그런 광경을 보라고 연출하고 있는 필리핀 가이드가 불쌍히 여겨졌을 정도였으니까.

맛좋은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어찌 개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모름지기 그 여운을 즐기는 수밖에 없었다.

 

외해엔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가 물결을 일렁이며 머리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가이드의 뒤를 따라 제 1 동굴로 들어 왔다.

외해는 조류가 우리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서 절벽을 붙잡고 간신히 들어 왔다.

탱크의 공기가 급격히 줄어 들었다.

동굴 안의 풍경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이버들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고기들, 멈추어 선 듯 천천히 움직이는 물고기들, 그때서야 나는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출수를 하면서 자그마한 사고가 있었다.

한 일본인 청년이 물 밖으로 나오다 기절을 한 것이었다.

그는 아마 몸속의 산소까지 다 쓰는 바람에 기절했을 것이다.

다행히 가이드에게 일찍 발견되어 그는 응급처치를 받고 숨을 돌렸다.

 

우리는 물 밖으로 나와서 바위에 걸터 앉았다.

모두 다 말이 없었다.

한 순간 세 개의 세상을 스치고 그 감정을 바로 정리할 재주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잠시 동안 두 세계를 거쳐 또 다른 세계로 나온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그루토 해저동굴이었고 우린 감동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야, 꿈같다. 다이빙하면서 이것 못 본 사람은 정말 억울하겠다. 그지?"

P가 슈트 윗도리를 벗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 오줌을 갈기며 말했다.

우리는 P를 둘러 쌌다.

"다음 포인트는 어데요? 여기서 계속했으면 좋겠는데."

P가 L을 보고 다시 물었다.

"일단 다른 곳으로 갑시다. 여긴 다음에 와서 다시 실컷 보도록 하고."

그러나 P는 다시 이곳을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P는 그의 말대로 억울하지 않았을까?

 

언젠가 나는 P를 다시 만날 것이다.

그때는 내가 그에게 그 이후에 내가 본 그로토의 영광에 대해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야 할 것이리라.

아니면 그때 쯤에는 이미 그에겐 전설이 되어 버린 그루토를 지키기 위해

“첫 번째가 가장 좋아 나는 그걸로 족해”하며,

다시는 들으려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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