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엉터리
자동차의 운전 요령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이빙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방어 다이빙(Defensive Diving)이다.
방어 다이빙을 철저히 한다면 실수를 잘하는 성격의 다이버도 평생을 안전하게 다이빙 할 수 있다.
방어 다이빙,
즉 영어로 디펜시브 다이빙이라고 하는 것은 몇 가지 간단한 수칙만 지키면 되는 아주 쉬운 행동 지침이다.
이렇게 몇 가지 간단한 수칙에 충실하기만 하면 재미있고 안전한 다이빙이라 보장되는데,
이를 몸에 익히지 않아 어려움을 만난다면 정말 바보 같은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하강시에 물속을 넓게 보아 두라.
다이버들이 보트에서 떨어져 입수할 때의 장면을 상상해 보자.
다이버가 물속에 뛰어 내린다.
물속에 잠겼던 다이버는 다시 떠서 머리를 수면 위에 내놓고 각자의 짝을 기다린다.
그다음 다이버들은 선자세 하강을 시작한다.
어떤 팀은 서로를 바라 보며, 또 어떤 팀은 게이지를 들여다 보면서 하강한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곳으로 하강하고 있는지 그들 주변에 어떤 상황이 존재하는지 살펴보는 다이버는 없다.
디펜시브 다이버는 다이빙 시작시 높은 위치에서 360도 사방을 반드시 관찰해 둔다.
하강시에 계속 회전하면서 내려가는 것이 디펜시브 다이버의 태도이다.
그러다가 해저의 모습이 보일 때가 되면 하강을 중지하고 다시 사방을 둘러 본다.
탐험할 장소를 조감도로 내려다 보는 것은 매우 귀중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는 기회인데,
이 기회를 이용하는 다이버는 드물다 .
다이빙 장소를 넓게 보면 접근하지 말아야 할 곳과 흥미가 있을 것 같은 장소를 발견해 내는데 도움이 된다.
사물의 배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폭넓게 알아둘 수 있으므로 네비게이션도 훨씬 쉬워진다.
머리 속에 다이빙 지역에 대한 와이드 스크린이 들어가 있으면 문제들이 일어날 가능성의 장소를 피해 재미가 약속된 장소서 잠수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도착한 장소가 재미가 없다면 다시 좀 높게 올라가서 지형을 다시 관찰해 보고 위치 선정을 또 한다.
다이빙 그 자체가 우선이다.
생전 처음으로 다이빙했을 때의 경험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물속에서 숨쉰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고 수중세계의 공간을 비행하는 것이 그렇게 환상적일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이빙 경력이 쌓이다 보면 물속에서 잠시 살아보는 그 맛은 단순해서 느껴지지 않는 단계로 발전된다.
다이버들 대부분에 다이빙 그 자체는 다른 흥미 거리를 맛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게 된다.
거의 예외 없이 다이버들은 다이빙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일에 몰두하게 되는데,
디펜시브 다이버는 이래서는 안 된다.
디펜시브 다이버는 어떤 다이빙을 하더라도 다이빙 그 자체가 가장 우선적 이라고 생각한다.
물속에서 추구하는 목적이나 관심이 다이빙 자체를 잊어먹고 있게 해서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뷰파인더 속에 얼마나 흥미 진진한 장면이 들여다 보이는지 몰라도 잔압계와 수심계, 잠수시간과 위치,변화되는 주변조건을 계속 체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짝을 알아야 한다.
짝 다이빙 시스템은 좋은 아이디어이다.
좋은 시스템이라고 늘 강조가 되는 바람에 다이버들은 짝이 무슨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당신의 짝이 당신을 책임지기로 한 강사 또는 다이빙 전문가가 아니라면 당신의 짝은 그 자신의 다이빙에 관심이 있지 당신을 마음 속에 두고 있지 않다.
너무 사람을 못 믿는다고 나무랄지 모르지만 이 주장은 확고하다.
짝이 당신의 생명을 구해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과는 반대로 짝은 당신의 가장 흉악한 적이 될 수 있다.
짝 다이빙의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는 짝이 패닉에 걸렸을 때이다.
특히 공기가 바닥났거나 공기가 부족했을 때 일어난 패닉이 문제이다.
케이스 스터디가 말해 주는 결과는 이런 경우 짝은 저만 살기 위해 당신을 익사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짝 시스템은 생각처럼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짝 다이빙이 당신 수준에 맞지 않는 불안한 다이빙으로 유도된다면 어쩔 것 인가?
짝이 너무 깊이 들어가거나 너무 멀리 가려고 하거나 당신이 준비되지 않은 환경으로 들어가면 어쩔 것인가?
수중사진 전문가와 수중 사냥꾼이란 가장 나쁜 구성으로 짝이 구성되면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자동으로 헤어질 판인데 이때 당신은 어쩔 것인가?
올바른 다이버라면 짝 다이빙을 협동과 상호 지원의 정신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디펜시브 다이버는 짝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마음이 절대로 없다.
디펜시브 다이버는 모든 다이빙을 쏠로 다이빙인 것처럼 준비한다.
짝 다이빙이 깨져서 짝이 보이지 않을 때 적당한 시간동안 기다려도 보고 찾아 본 다음에 곧바로 쏠로 다이빙으로 전환해서 자신의 다이빙을 완수시키는 것이 디펜시브 다이버이다.
디펜시브 다이버는 절대로 짝의 판단에 따라 자신의 판단을 바꾸지 않으며,
짝의 변덕에 휩쓸려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성에 끌려 들어가지 않는다.
계획했던 대로 다이빙을 계속하기에 안전한 조건이면 설사 짝을 잃었다 해도 나중에 어디선가 짝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계획에 없이 서로 헤어졌다면 물밖에 나왔을 때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
쏠로 다이빙(나홀로 다이빙)이 당신에게 생소한 말이라면 설명을 부연해 두겠다.
쏠로다이빙이 가능한 디펜시브 다이버가 되려면 반드시 자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스페어 에어나 포니보틀 같은 완전히 별개인 공기공급원이 디펜시브 다이버에게는 필수적이다.
이 간단한 장비의 추가는 당신이 짝에게 의지할 가능성을 대폭 감소시키며,
패닉에 걸린 짝과 공기를 나누어 마시는 위험한 행위도 막아 준다.
여분을 유지하라.
바다의 매력이자 동시에 골치 덩어리인 점은 바다가 항상 변한다는 것이다.
수류와 바람은 난데없이 나타나며 시야는 수시로 변하고 바다 속의 사물은 그 모습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속도로 느닷없이 변한다.
디펜시브 다이버는 사물의 변화를 모니터링 할 뿐만 아니라 변화된 조건에 대응할 준비도 한다.
이 준비는 어떤 다이버에게나 가장 값진 물건인 공기와 에너지를 비축하는 일에서부터 비롯된다.
동굴다이빙에서의 공기 관리원칙인 3분의 1법칙은 디펜시브 다이버가 지켜야 할 수칙의 좋은 예이다. 공기의 1/3은 다이빙에 쓰고 1/3은 출수에 쓰며 1/3은 비축해 둔다는 것이 그 수칙이다.
공기의 여분을 비축하는 것 외에 잠수시간의 여분을 남기는 것도 디펜시브 다이버가 해야 할 일이다.
10분의 노데코(NO-DECO) 여분을 가지는 것은 감압병으로부터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며,
예측 불허한 피치 못 할 잠수시간의 지체에도 대비하는 것이다.
디펜시브 다이버는 체력도 여분을 유지한다.
얼마의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어야 하는지 수치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이 부분이지만 감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이것이다.
예상치 못한 조류를 만날 수 있다든가 네비게이션이 빗나가 먼 거리를 우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때를 위해 에너지를 비축해 두고 있어야 한다.
오늘만이 날이 아니다.
다이빙 중 바보 같은 실수는 다이빙 자체가 아닌 다른 일에 열중했을 때 잘 일어난다.
또한 이런 일은 다이빙을 끝내는 후반 시점이나 다이빙을 끝내야만 하는 시점에서 잘 일어난다.
"평생에 한번" 찾아오는 멋진 기회는 왜 공기가 500psi 밖에 남아있지 않을 때 또는 3노트의 조류가 흐를 때 나타나는 것일까?
물론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이다.
만약 환상적인 멋진 기회가 진짜로 평생에 한번 만나지는 것이라면 어떤 다이버들의 나이는 500살 이상이라고 환산되어야 한다.
대단히 멋진 다이빙을 과감히 끝내고 출수하기는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디펜시브 다이버는 좋은 일을 후일을 위해 남겨두거나 적절한 수면휴식시간 유지와 새 탱크로 여유 있는 다음 다이빙을 위해 미련 없이 다이빙을 중지하는데 훈련되어 있다.
오늘만이 최고의 날이 아니고 오늘의 다이빙만이 최고의 다이빙이 아니다.
다음에 또 그날이 있고 또 다른 최고의 다이빙이 있다.
그 때가 올 때까지 재미있게 다이빙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면 된다.
오로지 "가장 바보 같은 짓은 디펜시브 다이버가 되지 않는 것"이란 것만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1997/03/04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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