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요술사 전어 <22회> 


전어(鮗)는 연안의 표층~중층에 사는 연안성 어종으로 큰 회유는 하지 않지만 6~9월에는 외양에 있다가 10~5월에는 연안으로 이동하여 생활한다.
산란기는 3~5월로 내만 입구 저층에 산란한다.
만 1년이면 체장 11cm, 2년 16cm, 3년 18cm 정도로 자라고 4년 20cm, 6년 22cm 정도 크기가 된다.
최대 최장은 26cm, 최대 수명은 7년이다. 일본에서는 전어를 크기에 따라서 이름이 달리 불리는 출세어(出世魚)로 취급한다.
떼를 지어 바다의 표층에서 유영하다가 가을 햇살을 받아 바다를 환상의 푸른 은빛으로 바꾸는 전어는 가을빛의 요술사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로 잘 알려져 있는 전어는 우리 국민의 가을의 대표적인 생선횟감이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말’ ‘집 나간 며느리가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다시 집에 돌아온다’ 등의 구전은 전어 맛이 가장 좋은 제철(旬)이 가을임을 뜻한다.
학술적으로 보아도 가을 전어는 4계절 중에서 지방질 함량이 가장 많아 고소함의 극치를 이룬다.

가을이 되면 연안의 바닷가 횟집을 중심으로 전어회를 찾는 손님으로 북적인다.
지금처럼 전어회가 대표적인 가을 생선횟감으로 각광을 받은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생선회를 오랫동안 취급하신 분들의 말에 따르면 약 10년 전부터라고 한다.
 
전어회를 많이 찾는 이유를 살펴보면 해산어의 양식량의 증가와 관련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의 해산어류 양식량은 38t으로 극히 미미했다.
1990년 초반부터 생산량이 많아져서 2002년에는 4만8천73t으로 소비량을 훨씬 뛰어 넘는 과잉생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양식산 생선회의 기피 현상 때문에 가을철에 대량 어획되는 전어를 많이 먹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양식산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생선회 시장에서 몇 안 되는 자연산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전어회는 건강식이다

가을 전어회는 지방질 함량이 많아서 구수하고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지방질에는 고도불포화지방산인 EPA(0.67%) DHA(0.31%)가 많이 들어있으므로,
동맥경화, 뇌졸중, 혈전 등의 순환기 계통의 성인병 예방효과가 있다.
또 당뇨병, 치매, 암발생 등의 예방효과도 있다.
잔뼈가 많기 때문에 칼슘 공급원이 되므로 골다공증 예방효과가 있는데다
나이아신이 풍부하므로 피부염 및 혀의 염증에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비타민 A, B1, B2 등의 함량이 높은 건강식이다.

양념 된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

생선회 양념장은 고추냉이(와사비)를 간장에 푼 것, 초장, 된장 등이 일반적이다.
지방질이 많은 생선은 선도 저하가 빠르며 좋지 못한 냄새가 날수 있다.
이런 냄새를 된장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흡착(콜로이드 흡착)해 냄새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거나 된장의 발효 생산물인 카르보닐화합물이 냄새를 비휘발형으로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가을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지방질 함량이 많은 전어를 잔뼈와 함께 잘게 썰어 양념 된장에 찍어 먹으면 지방질과 어우러져서 깨를 씹는 것과 같은 고소한 맛에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전어회를 먹고 설사 등으로 고생을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라고 걱정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바닷물의 수온이 높은 여름철에 검출되지만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철이 되면 해수 표층부에서는 거의 검출이 되지 않는다.
전어철인 가을에는 여름철보다는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릴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을 전어회에 다량 함유된 지방질은 맛을 좋게 하지만 췌장이 좋지 못한 사람은 지방질을 소화시키는 효소(lipase)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설사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들은 맛이 좋은 전어회라고 맘껏 들지 말고 적당량을 먹어야 한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맛깔스런 고추냉이 소스 <21회>  


 (사진: 생선회 100배 즐기기 33페이지)
고추냉이(와사비, 山葵)는 생선회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재료중의 하나다.
고추냉이는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는 효과는 없지만 코를 찌르는 특유의 매운 맛과 향기로 미각과 후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생선 비린내를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
따라서 매운맛이 없는 고추냉이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고추냉이는 매운맛 외에도 식욕증진, 항산화 활성, 항균 활성, 비타민 B1 합성 증강, 베타 아밀라제 활성 촉진 등의 효과가 있어 건강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고추냉이는 ‘생’과 ‘분말’ 등 두 종류가 있다.
고추냉이 줄기를 갈아 만든 것을 ‘생 고추냉이’ ,
분말 고추냉이를 반죽한 것이 ‘반죽 고추냉이’다.
뿌리줄기부분 매운맛이 강하며 이 부분을 강판에 갈아 만드는 생 고추냉이가 매운맛과 향기가 뛰어난 상등품이다.
하지만 고가인 탓에 분말 고추냉이 보급이 많은 편이다.

생 고추냉이

고추냉이는 재배조건이 까다로와 여름에도 수온이 10℃ 정도로 일정한 지하수가 솟아 오르는 사지(砂地)가 아니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절대 물이 깨끗해야 한다.
1년에 약 3cm 정도 밖에 자라지 않는다.
다 자라려면 2~3년이 걸리는데 그나마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다.
 
고추냉이를 강판에 갈아 세포를 파괴시켜 공기와 접촉시키면 티오글루코시다제 효소가 결합한 당을 떼어 내므로 매운맛 성분인 시니그린이 생긴다.
이 시니그린은 살균력이 있기 때문에 식중독 방지, 식욕증진 및 신경안정 효과가 있다.
고추냉이의 매운맛을 내는 시니그린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세포가 잘 부서지게 갈아야 한다.
즉 칼눈이 아주 작은 강판이나 상어 껍질로 만든 고추냉이 전용 강판으로 천천히 갈아 공기에 충분히 노출시키면서 효소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한다.
강판의 칼눈이 거칠지 못할 때는 칼로 두들기면 점성이 더 좋아지고 매운맛이 강해진다.
강판을 따뜻하게 해서 갈아도 점성이 좋아지고 매운맛이 더 난다.
고추냉이의 매운맛 성분은 휘발성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매운맛이 약해지므로 필요량 만 만드는 것이 좋고 갈아서 저장하는 경우도 반드시 싸 두어야 한다.


분말 고추냉이

분말 고추냉이는 본래 생 고추냉이를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 것이다.
급증하는 수요를 채우기 위해 하급품 생고추냉이나 서양 고추냉이(고추냉이 무우)를 주 원료로 쓰고 있다.
 
서양 고추냉이 뿌리의 건조 분말은 흰색이므로 염료로 녹색으로 착색, 조미료와 겨자분을 첨가해 사용한다.
매운맛은 있지만 향기에서 생 고추냉이와는 차이가 난다.
매운맛 성분은 생 고추냉이처럼 휘발성으로 보관방법이 나쁘면 매운맛이 약해지므로 반드시 밀폐된 용기에 넣어 습기를 막아 냉암소에 보관해야 한다.
분말 고추냉이를 갤 경우 찬물 또는 따뜻한 물(30℃ 정도)을 붓고 손가락으로 강하게 갠후에 뚜껑을 덮어 두면 매운맛이 나오는데 따뜻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매운맛이 빨리 나온다.
그러나 열탕을 사용하면 효소가 작용하지 못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갠 것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싸서 보관해야 한다.

고추냉이의 품질을 평가하는 방법

 

△ 입안에서 톡 쏘는 맛이 일시적으로 퍼지면서 사라지는 것이 고급제품이며,

    매운맛이 오래 남는 것은 다른 향을 첨가한 제품이다.


△ 물에 갠 후 매운 맛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좋다.


△ 간장에 잘 풀리고 매운맛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좋다.


△ 갠지 오래 돼 매운맛이 떨어진 고추냉이에 레몬즙을 넣으면
    레몬의 비타민C가 고추냉이 효소(myrosinase)를 활성화시켜 맛과 향이 살아난다.

 
고추냉이소스나 초고추장에 생선회를 찍어 먹으면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외로 많다.
고추냉이, 초고추장, 마늘, 레몬즙 등은 항균성을 갖고 있어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죽이는 효과가 일부 있기는 하나 예방할수 있는 기능은 없다.

조영제(趙英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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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의 생명시간   <20회>


생선회는 요리후 언제까지 먹을 수 있나?
생선회를 동결시키면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지 등의 질문들을 가끔씩 받는다.
생선회 생명시간에 대한 질문은 의 측면과 위생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맛의 측면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씹힘성의 맛과 일본 국민들이 좋아하는 미각의 맛이 있다.
위생적 측면은 병원성 세균에 의한 식중독히스타민 식중독으로 나눌 수 있다.


씹힘성의 생명시간

보통 생선회는 펄떡펄떡 튀어야만 가장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활어회 문화를 지향한다.
또 생선회 맛은 육질이 단단해 씹힘성이 좋아야 한다는 씹힘성 문화로 표현할 수 있다.
활어회 문화와 씹힘성 문화는 연관이 있다.
 
대부분의 활어를 즉살 후 5~10시간까지 근육 수축으로 육질의 단단함이 약간 증가하거나 유지돼 씹힘성이 최상이다.
생선회의 단단함이 유지되는 씹힘성의 생명시간은 어종, 크기, 치사방법 등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략 이 시간대에 해당한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보급하고 있는 싱싱회는 활어회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비브리오 패혈증을 막을 수 있으며 우리국민들이 좋아하는 씹힘성의 생선회 식문화와 잘 어울린다.
지금까지 활어회 만이 가장 맛이 좋은 생선회라는 생각을 버리고 싱싱회를 소비 확대시켜 생선회 관련산업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미각의 생명시간

생선회에 들어있는 맛 성분은 어류의 종류 및 크기, 그리고 계절 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붉은 살 생선회가 흰 살 생선회보다 맛 성분의 양이 많으므로 맛이 진하다.
생선회에 들어있는 혀로 느끼는 대부분의 맛 성분은 죽인 후의 짧은 기간 내에는 거의 변화하지 않으나 감칠 맛 성분인 이노신산(IMP)만이 유일하게 많아졌다가 적어진다.
 
이노신산은 살아있는 활어 근육에는 그 양이 극히 적지만 죽은 후 서서히 증가, 반일~하루가 지나면 최대값이 돼 며칠간 유지된 후 감소한다. 따라서 생선회 미각의 생명시간은 씹힘성의 생명시간보다 훨씬 길어 4~6일 정도가 된다. 일본인들은 미각의 생선회 식문화이므로 생선회를 선어회 형태로 유통하면서 5일까지도 생선회로 유통시키고 있다.


위생적인 생명시간

비브리오균 등의 병원성 세균은 5℃ 이하에서는 증식하지 못한다.
이때문에 조리한 생선회를 5℃ 이하의 저온에 보관하는 경우 생선회 선도가 떨어져 맛이 없고 냄새가 나서 못 먹을 상태가 돼도 식중독에는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위생적 생선회 생명시간은 대단히 길다.
그러나 조리 후 상온에 방치하면 병원성 세균이 증식해 생선회 외관에 이상이 없고 냄새가 나지 않아도 식중독에 걸리게 된다.
생선회 조리후 상온에 두지 않고 5℃ 이하로 보관하는 이유가 바로 생선회의 위생적 생명시간을 연장하려는 것으로 볼수 있다.

전어, 고등어, 전갱이 등의 붉은 살 생선회는 맛을 내는 유리아미노산인 히스티딘(histidine)이 흰 살 생선회보다 많이 들어 있으므로 진한 맛을 낸다.
그런데 사후 선도가 떨어지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히스타민(histamine)으로 변하기 때문에 붉은 살 생선회는 관리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고등어회의 히스타민 식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것을 조리해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제주도에서 어획한 고등어를 수송비를 엄청 많이 들여 활어 상태로 서울 고등어 전문점에 수송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대단한 인기가 있다.
최근에는 침술을 이용, 고등어 신경을 마비시켜 뒤집어져서 숨만 깔딱깔딱 쉬는 살아있는 상태로 수송 또는 보관해 히스타민 식중독을 막는 방법이 실용화되고 있다.


동결 생선회의 생명시간

일반적으로 생선회는 동결할때 생기는 얼음 결정이 근육 조직을 파괴하므로 육질의 씹힘성이 급격히 떨어져 맛이 없어진다.
작년 남해안에서 과잉 생산된 우럭을 비축하기 위해 수협에서 급속동결로 우럭 보관요령에 관한 자문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동결속도(급속동결 또는 완만동결)에 관계없이 생선회는 동결하면 우리국민들이 좋아하는 씹힘성이 떨어진다.

예외로 유일하게 참치는 동결 저장(영하 60℃)하는데 이는 참치를 원양에서 어획 후 냉장상태로 장기간 보관 또는 수송하면 선도가 떨어져 생선회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동결하는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육질의 단단함 즉 씹힘성은 떨어지지만 수송과 보관을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영하 60℃의 극저온에 참치를 보관하면 씸힘성의 생명시간은 짧아지지만 미각 및 위생적 생명시간은 그대로 보존이 가능하다.

//조영제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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