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이야기 <23회>
전어는 낱마리로 거래되지만 예전에는 열마리를 한 묶음으로 가느다란 대나무에 끼워서 팔기도 했다.
자연히 가느다란 대에 끼워서 엮어야 했는데 바로 여기에서 전어(箭魚)의 이름이 유래됐다.
전어(箭魚)에서 사용된 전(箭)이란 대와 관련이 있으며,
대로 엮어 팔았기 때문에 이름이 전어가 된 것이다.
가을이면 바다가 허옇게 될 정도로 많았던 전어가 요즘은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최고의 전어 어장으로 알려진 경남 삼천포의 마도 사람들도 전어가 별로 안잡혀 맘이 편치않다.
제철이 되면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에서 예약이 폭주하지만 양이 적어 수요에는 맞출 수 없다고 한다.
요즘에는 대에 꿰어 팔기는 커녕 잡히기만 하면 곧 바로 돈이 된다.
산채로 실려 횟집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귀하신 몸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전어 이름도 이제 전어(箭魚)가 아니라 전어(錢魚)가 됐다.
세고시(背越し)란?
우리나라 말로 뼈채 썰기라 하지만 일본말인 세고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어, 도다리 새끼, 은어 등과 같은 소형의 횟감용 생선을 머리, 내장 등을 제거하고 비늘을 벗긴후 뼈와 함께 얇게 썰어낸 것으로,
뼈가 씹히는 거친 맛과 육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세고시를 즐기는 사람은 생선회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어를 포를 뜨거나 잘게 썰어 놓고 세고시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뼈채 썬 것이 본래 의미의 세고시다. 어자원의 고갈로 도다리 새끼의 어획량이 줄어들고 도다리 세고시의 소비가 늘면서,
양식 넙치 새끼가 자연산 도다리 세고시로 둔갑되기도 한다.
전어 선자망(旋刺網) 잡이
전어는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잡는다.
갈매기나 바다에 떠 다니는 해초더미 유무와 전어무리가 지나 다니면서 생기는 물빛깔을 보고 전어 어군을 발견한다.
어군을 발견하면 그물을 선수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바퀴 둘러치면 배는 그물의 안쪽에 위치하며,
그물은 부채꼴로 펴지고 그물 밑부분은 뚫려 있다.
어부들은 전어 떼를 둘러싼 상태에서 노를 이용해 전어 쪽으로 접근,
10~15분간 장단에 맞춰 빨래 방망이로 배를 세게 두드리거나 긴 장대나 어른 주먹만한 돌을 줄에 묶어서 바다로 던진다.
표층에서 주로 사는 전어는 소리에 놀라서 주위로 흩어지면서 그물에 꼽히며, 전어는 습성상 밑으로 도망가지는 않는다.
전어가 부채꼴로 둘러싸인 그물에 꼽혀 잡힌다는 뜻으로 선자망(旋刺網) 어법이라고 한다.
활전어는 담수가 많은 곳에 보관
전어는 성질이 대단히 급해 좁은 수조에 가두어 두면 빨리 죽어 버린다.
어획후 수송 및 보관 시에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위해 담수와 해수의 비율을 6:4로 한다.
이렇게 해도 하루 이상 살려 놓기가 어려운 어종이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센 날에는 전어잡이 배가 출어하지 못하므로 전어회 값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활오징어도 비슷하다.
활어 수송업자의 말을 빌리면 활전어와 활오징어의 저장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지방자치 활성화로 각 지역별로 고유의 특산품을 개발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전어회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열리는 주요 전어축제 개최 일정을 보면
전남 보성 율포와 충남 서천 홍원항은 전어의 제철인 10월에 개최되지만 대부분이 9월이다.
여름철인 8월에 개최되는 곳도 있다.
왜 가장 맛이 좋은 제철보다 1~2개월 전에 전어축제가 열릴까.
전어회 맛을 잘 아는 미식가들은 9월도 맛이 최상이 아니며 10월에 들어서야 맛이 가장 좋다고 단언한다.
제철이 아닌 빠른 시기에 열리는 축제에 초대된 관광객들이 그 지역 전어회를 먹고 어떤 평가를 하겠는가.
기대했던 맛을 느끼지 못하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자기 지역의 특산품을 알리겠다는 축제가 전시행정으로 끝남은 물론,
전어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좋지 않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전어회 축제는 지방질 함량이 가장 많아 맛이 제일 좋은 10월에 열어야 그 때 그 곳에서 먹었던 전어회 맛을 못 잊고 다시 찾을 것이다.
전어도 축양된다
양식 기술의 발달로 많은 종류의 해산어류 양식이 가능하다고 하나 경제성 등의 문제로 대량 양식되는 어종은 많지 않다.
도다리 세고시가 자연산으로 우리국민들에게 인기가 있어 중국에서 축양된 소형 도다리가 대량 수입되고 있는데, 양식 도다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양식이란 양식장에서 알을 인공적으로 부화시키고 키워서 출하하는 것을 말한다.
축양이란 자연 환경에서 부화된 것을 내만이나 그물에 가둬 먹이를 주면서 키운 다음 출하하는 것을 말한다.
전어는 양식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해 대부분 자연산이며 극히 일부가 축양되고 있다.
주로 남해안에서 좁은 내만으로 전어떼를 몰아넣고 그물로 입구를 막은 다음에 키우는 것으로, 고등어도 일부 축양되고 있다.
전어는 어획후 하루를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죽는 특성을 갖고 있다.
파도가 센 날에는 전어잡이 배가 출어하지 못해 값이 뛴다.
일본인들은 참치를 미국, 남미, 호주, 지중해 등지에서 축양, 냉동회가 아닌 선어회의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