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면서 언제 풍랑이 거세질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은 바다 어디에 있든지 주변 해황을 손금 들여다 보듯 훤히 알 수 있고, 앞으로 해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있다.

첨단 해양과학기술 덕분이다.

 

육지에서 생활하던 인류는 활동영역을 바다로 넓혀 나가고 있다.

어로작업이나 항해 뿐만 아니라 여가활동의 장으로서 바다에서의 활동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첨단 해양과학기술을 우리 실생활에 활용할 시대가 다가왔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는 2009년 8월부터 국토해양부 연구 사업으로 ‘운용해양예측시스템(KOOS: Korea Operational Oceanographic System)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3년 6월이면 해양예측시스템 ‘쿠스(KOOS)’가 가동돼 우리나라 주변해역에서 일어나는 자연 재해와 해양 오염사고에 대비하고, 해양환경을 관리하고, 안전한 항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안경비업체의 구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 바다는 쿠스가 지키게 된다.

우리바다 지킴이 쿠스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여수세계박람회의 해양베스트관에서 8월까지 미리 만나볼 수 있다.


[그림] 쿠스(KOOS)의 해양예보 개념도. 자료 제공 : 한국해양연구원

쿠스가 어떻게 우리 바다를 지킬 수 있는지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는 2007년 12월 태안에서 있었던 허베이스피리트호의 대규모 기름유출사고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아름답던 바닷가에 죽음의 그림자처럼 밀려오던 시꺼먼 파도와 바다를 생활터전으로 삼고 살던 어민들의 근심에 싸인 얼굴을....

 

그리고 백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손에 걸레를 들고 기름 묻은 바닷가 바위를 일일이 닦던 모습을....

이렇게 바다에서 기름을 싣고 가던 배가 좌초돼 기름이 흘러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은 바닷물의 흐름을 따라 퍼져 나갈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사고 해역의 해류와 조류에 대한 정보, 바람에 대한 정보 등을 알고 있었다면 기름확산모델을 사용해 유출된 기름이 어디로 흘러가고, 얼마나 넓게 퍼져갈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출된 기름이 도달할 곳에 오일펜스를 치는 등 미리 손을 써 검은 파도가 바닷가를 덮치는 것을 막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의 온도, 염분과 같은 기본적인 물리 성질은 물론 파도, 해류, 조류 등 바닷물의 움직임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

또한 기름유출사고, 선박 사고 등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사고에 대한 정보까지 획득해야 한다.

이런 자료와 정보는 다양한 첨단 해양관측 장비들로부터 얻는다.

하늘에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바다 표면에서는 관측부이나 종합해양과학기지, 조사선 등에서, 그리고 바다 속에서는 계류장비나 수중글라이더를 통해 자료를 입체적으로 얻을 수 있다.

동해, 서해, 남해에서 얻은 해양관측 자료는 거의 실시간으로 수요자들에게 전달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수요자들은 해양자료를 받아서 우리나라 주변 연안과 먼 바다의 해상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해 현업에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해양에서 시작된 자연재해도 빈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의 세기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강력 슈퍼태풍이 만들어져, 그로 인한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다 보니 연안지역 침수 문제도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태풍이나 해저지진 등으로 인한 해일이 발생해 피해는 더 커진다.

우리는 2011년 3월 일본 센다이 인근 태평양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의 여파로 일본 후쿠시마에 어떠한 피해가 생겼는지 생생히 목격했다.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해양에서의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선박은 점차 대형화되고 있어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사고로 번진다.

선박의 숫자도 늘어나다 보니 사고가 날 확률도 높아지고,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바다라는 환경 때문에 방재 활동이 어려운 만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쿠스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쿠스는 구스(GOOS)라 불리는 전지구해양관측시스템(Global Ocean Observing System)을 모태로 하고 있다.

구스는 바다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 때문에 1991년 유네스코(UNESCO) 산하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에서 만들어졌다.

바다를 알기 위해서는 바다를 맞대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구스에는 많은 지역해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북동아시아지역 해양관측시스템(NEAR-GOOS)이 있으며,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중국은 황해해양관측시스템(YOOS)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해양관측시스템을 통해 더 안전한 바다, 더 풍요로운 바다, 더 깨끗한 바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돌고래 제돌이, 자연방류 성공하려면?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5월이면 손에 손을 잡고 동물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난다.

동물원의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는 동물은 바로 ‘돌고래’.

돌고래는 미소를 띠고 있는 특유의 얼굴 표정과 인간과의 친화력 때문에 과거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들 역시 1984년부터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랑 속에 해양생물의 경이로움을 알려주는 전도사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이들 돌고래 중 일부가 제주도 앞바다에서 불법적으로 포획된 ‘남방큰돌고래’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현행 법령상 살아있는 상태로 어구에 걸려있는 고래류는 방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다,

제돌이가 속해있는 우리나라의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되고 개체수는 약 114마리 가량으로 보존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서울시가 불법 포획된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방류하기로 발표하면서 제돌이의 야생 생존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돌이는 2007년 11월 14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상에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연구진들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연구진은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중 9번째로 관찰된 돌고래라는 뜻으로 JBD009라는 식별번호를 부여했다.

이후 제돌이는 한동안 종적을 감췄다가 2009년 5월 1일, 서귀포시 한경면 신창리 해상 정치망에 산채로 잡혀 불법으로 수족관에서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포획 당시 나이는 10살가량으로 추정됐다.

 

 

포획되기 전 제주도 앞바다에서 유영하고 있는 제돌이(2007년 11월 14일 촬영).

사진 제공 : 고래연구소

 

 

3년가량 수족관에서 생활한 제돌이가 제주도의 바다로 돌아가면 다시 예전처럼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또 야생에서 먹이 사냥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수족관의 사육환경에 길들어져 동료 돌고래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사람을 더 따르고, 먹이를 잡는 수고로움을 잊고 사는 지금 당장은 힘들다.

야생 적응 훈련 없이 바다로 방류했다간 눈앞에 있는 멸치 한 마리도 잡지 못해 탈수증과 영양결핍으로 폐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껏 돌고래 자연 방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다.

제돌이의 성공적인 자연 방류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먹이를 직접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당장은 살아있는 먹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겠지만 죽은 먹이와 함께 살아있는 먹이를 동시에 공급해 산 먹이 대한 이질감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한다.

수족관 사육 하에서는 돌고래쇼 훈련을 위해 먹이를 한 번에 매우 적은 양 주는데, 1일 급이량을 50회 이상으로 나눠 공급하기도 한다.

때문에 제돌이의 급이량을 늘리고 먹이의 종류와 크기도 다양화해야 한다.

또 인간과의 접촉을 점차 줄여 직접 사냥을 통해 먹이를 잡아야 함을 인지시켜 충분히 먹이사냥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방류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관찰되는 제주도 현지 바다에 순치장을 설치해 제주도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군집생활을 하는 돌고래는 원래의 무리에 합류해 같이 살아가야 하므로 무리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방류 이후에도 인공위성 추적장치를 이용해 적응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돌고래의 자연 방류로 제돌이가 국내에서 첫 사례인데,

외국에서도 돌고래 자연 방류 사례는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70마리 이상의 돌고래 방류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방류 이후 서식지 적응에 대한 후속연구가 거의 없었다.

고래연구 분야의 권위지인 ‘Marine Mammal Science’에는 포획된 지 2년이 지난 큰돌고래 2마리를 일정 기간의 순치를 거쳐 원래의 서식지에 방류한 결과, 성공적으로 다시 적응한 사례가 있다.

호주에서는 포획된 지 10년이 지난 개체들과 수족관에서 출생해 야생적응력이 거의 없는 큰돌고래 9마리를 무리하게 방류해 모든 개체가 서식지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포획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제돌이가 야생에서 생존하고 서식지에 적응할 확률은 그리 낮지는 않다.

그렇다고 방류된 돌고래의 생존율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

서식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의 인간에게 먹이를 구걸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고 서식지 주변의 소음공해, 급격한 수온변화, 선박, 어구 등의 사소한 외부 요인들이 고래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류로 인해 발생하는 잠재적인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육상에서 기인한 질병이 제돌이를 통해 다른 야생 개체에 전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병원균에 대한 철저한 검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듯 돌고래 한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에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제돌이 방류를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돌고래를 풀어주면 좋은 일이고, 계속 잡아두면 나쁜 일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란이 일어날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고래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남방큰돌고래와 같이 멸종위기에 처한 돌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해 전시‧관람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야생에 개체수가 많은 고래류는 전시‧관람을 통해 교육과 연구활동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글 : 안두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소장

불법 포획된 제주 퍼시픽랜드 돌고래의 방사 여부를 놓고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돌고래의 몰수와 업주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23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경선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퍼시픽랜드측에 대해 불법포획 등의 혐의를 들어 현재 생존해 있는 돌고래 5마리의 몰수를 구형했다.

 

또 퍼시픽랜드 대표 허모씨와 관리본부장 고모씨에 대해선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회사측의 관리책임도 물어 퍼시픽랜드에겐 벌금 1000만원도 구형했다.

이번 돌고래 공판은 2011년 7월 제주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돌고래를 마리당 최고 1000만원씩 퍼시픽랜드에 팔아넘긴 어민 등이 해양경찰청에 적발되면서 돌고래쇼의 실체가 드러났다.

특히 지난달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대공원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이들 돌고래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퍼시픽랜드측은 최초 11마리의 돌고래를 사들였지만 지금까지 모두 6마리가 죽어 현재 5마리만 남아 있는 상태다.

퍼시픽랜드 변호인단은 검찰의 몰수 구형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면서도 △방사된 돌고래의 생존 가능성과 △퍼시픽랜드 종사원의 생계 유지를 참작해줄 것을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2년 이상 사육된 돌고래가 자연상태로 방사될 경우 생존을 장담할 수 없고, 쇼를 할 대체 돌고래가 없어 150여명의 직원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존폐위기에 처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선고공판은 4월4일 오후 1시 50분 열린다.

 

[제주CBS 박정섭 기자 pjs011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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