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개가, 포화잠수


 

Diving, Bell이번 인양작전에서 심해잠수사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청해진함의 최신 설비다.

96년 해군에 배치된

이 함은 IMF 이전 가격이 1000억원대.

포화잠수장비(DDS),

심해잠수구조정(DSRV),

98년 6월 동해에서 북한 잠수정을 인양할 때 사용한 리프팅 백,

각종 유압 동력장치,

100m보다 깊은 곳에서도 함을 자동으로 고정시켜 주는 자동함위ssds장치(DPS)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인양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함이 반잠수정과 일직선상에 위치해 안정적으로 고정(Harboring)되는 것.

이는 특히 함과 생명줄로 연결돼 있는 잠수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위치유지 작업은 기상상태, 조류, 함정조함술, 전자기기 상태 등 최적의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파고 2m, 풍속 20노트 이내의 조건이 4일간 지속돼야 한다.

과거 10년동안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대륙성 고기압으로 인한 북서풍 때문에 이런 조건을 갖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3월1일부터 며칠간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이때 심해잠수사들이 1차로 반잠수정의 함수 부분과 함미 부분을 결색하는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고,

16일과 17일 이틀간 마무리를 해 선체인양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번 인양작업의 또 다른 특색은 포화잠수라는 특수 기법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이는 해저 100m보다 깊은 곳에서 잠수할 경우 사용하는 기법으로 미국의 조지 본드 대령이 1966년 개발했다.

탐색구조이를 위해서는 산소헬륨을 혼합한 혼합기체 공급장치와

수면으로 상승할 때 압력을 서서히 줄여주는 감압장치가 있어야 한다.

혼합기체를 이용하는 것은 질소 마취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감압장치가 필요한 것은 고압력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저압력 상태로 나오면 혈관이 파열되고,

질소가 기포화하여 생기는 공기색전증(塞栓症), 관절통 근육통, 운동지각장애치명적인 부상(잠수병, caisson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화잠수는 먼저 잠수사들을 밀폐된 격실(챔버)에 들어 가게 한 다음

▲ 혼합기체를 넣고 1분당 수심 1m로 하강속도를 정한 뒤 가압해 잠수목표 수심과 같은 압력을 만든다.

이 과정이 잠수사 체내에 기체가 최대로 흡수 되도록 하는 포화과정이다.

▲그 뒤  잠수사가 챔버에 연결된 PTC를 타고 바다 밑으로 이동하고

▲목표수심에서 잠수사가 PTC 밖으로 나가 임무를 수행한 다음

▲ 임무를 완수하면 보통 50분에 수심 1m 상승 속도로 상정,

챔버의 압력을 줄이도록 한다.

이 기준은 영국 잠수전문기관(National Hyperbaric Centre)이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포화잠수 감압표’에 따른 것이다.

포화잠수 잠수사들은 안전을 위해 잠수복과 장비에 달려 있는 수십개의 밸브와 게이지를 점검하고,

눈 감고도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돼 있어야 한다.


 
150m 수심서 선체 인양 세계 최초


헬멧심해잠수사들은 보통 3인 1조로 활동한다.

1명은 PTC에서 수중작업을 하는 2명의 잠수사를 돕는다.

수중에서 잠수사는 앞만 볼 수 있는 헬멧을 쓰기 때문에 옆이나 뒤에서 닥치는 위험을 모를 때가 많다.

갑작스러운 장비고장으로 호흡기체 공급이 중단돼 질식할 수도 있고 날카로운 물체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이럴 때 동료애를 발휘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을 지켜 줄 이는 동료 밖에 없기 때문에 동료에 대한 우애가 친형제 이상으로 돈독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작업은 끝났다.

김상사는 장중사와 먼저 OK 수신호(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O자를 만들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편다)를 주고 받았다.

작업을 마치고 ‘챔버 조종실’에 신호를 보냈다.

“OK, 수중작업 완료.”

그 순간 청해진함의 지휘소에서는 함성이 일었다.


 이제 함상의 크레인이 반잠수정을 안전하게 인양하는 작업 만 남았다.

 김상사와 장중사, 그리고 인원이송기(PTC)에서 작업을 돕고 있던 강동훈 중사는 함상의 챔버 속에서  대기중이던 동료 3명과 합류해 감압과정을 거쳐야 한다.

 동료들과 챔버 안에 있던 김상사는 잠시 초조해졌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물에서 올라 왔지만 혹시 청해진함크레인반잠수정을 끌어올리는 도중 결색(結索)이 느슨해져 다시 가라 앉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기다리다 지친 김상사는 챔버의 지휘소인 ‘챔버 조종실’과 몇 차례 교신을 시도했다.

마침내 성공적으로 인양했다는 패널 조정관의 말을 듣는 순간 김상사는 집에 있는 신부를 떠올리고 웃음을 머금었다.

김상사는 지난해 말 결혼식 날짜를 3월14일로 잡았다.

그런데 자신이 근무하는 청해진함반잠수정 인양작전에 투입됐다.

날씨가 좋지 않아 인양작업에 실패하고 되돌아 오는 횟수가 늘어나자

결혼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 졌다.

3월1일 6회째 작전을 펼칠 때까지 그는 포화잠수 감독관으로 함상에서 잠수사들을 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잠수사들이 잠수를 한번씩 한 뒤여서 다음 출항 때는 그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는 결혼식을 작전이 끝난 뒤로 미루기로 마음 먹었다.

임무가 더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며칠간 날씨가 좋지 않아 배가 기지에 머물게 되자 그는 예정대로 14일 결혼식을 올렸다.

다만 신혼여행만 가지 않고 집에서 출동명령을 기다렸다.

다음날 날씨가 좋아지자 비상이 걸렸다.

심해잠수정청해진함은 다시 출항했고 반잠수정을 무사히 인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상사는 5일 반 동안의 감압과정을 거치고 23일 신부에게 돌아 갔다.

이처럼 심해잠수사들은 목숨을 걸고 심해에 뛰어 들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곳이 해군의 특수부대인 SSU(대장 鄭雲埰 중령)다.

주요 임무는 조난 선박인명 구조활동, 주요항만의 수중 장애물 제거 등이다.

수중폭파 침투 등의 임무를 맡고 있는 UDT와는 별개의 부대다.

이 부대는 93년 서해 카훼리호 침몰사건

단 한 구의 시체도 유실하지 않고 건져 올리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충주호 유람선 화재-침몰 사건, 성수대교 붕괴 사건 등에서도 활약했고,

97년 강릉 앞바다에 좌초한 북한 잠수함

98년 동해 앞바다에서 발견된 잠수정을 인양했다.

 SSU는 이번 반잠수정 인양 작전에 투입됐던 청해진함(함장 禹相睦 중령)과 함께 제 55전대(전대장 陳敎仲 대령) 소속이다.

 SSU는 크게 교육훈련대구조대로 나뉜다.

 구조대원들은 모두 ○○○명.

 이 가운데 30여명의 정예 잠수사청해진함에 파견돼 있다.

 4500톤급 선박구조함인 청해진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고 있어,

 이곳 심해잠수사들이 수심 300m 포화(飽和)잠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기록은 북해 유전개발 등 상업 목적의 잠수기술이 발달한 영국과 노르웨이, 미국 등 5개국 정도 만 갖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영국 해군에서는 비용이 과다하게 들고,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어 포화잠수사를 별도로 두지 않고,

필요할 경우 상업잠수사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상업적인 심해잠수사가 없기 때문에 해군이 이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450m 깊이의 실험잠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실험 잠수일 뿐이어서,

실제 그 깊이에서 작업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1990년 초 미 해군이 98m 수심에서 선박을 인양한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이 기록을 이번 인양작업에서 SSU가 깨뜨린 것이다.

 진교중 대령의 얘기다.

 “수심 150m에서 10t 이상의 선박을 인양한 예가 없습니다.

 

 이 작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일본 해군의 대잠초계기(P-3C)가 작업을 내내 지켜 봤을 정도입니다.

 인양 관련 뉴스가 전세계로 타전되자,

 이를 본 호주캐나다의 기업들이 도와 달라는 요청까지 해 왔지만,

 SSU는 공익성을 띤 작업만 지원하기 때문에 거절했습니다.

 우리 해군의 능력을 아는 러시아일본 등의 해군은 잠수기술을 배우려고 함께 훈련하자는 요청을 해 올 정도입니다.”

세계최강 해군 해난구조대 24시

해저 150m 죽음과 싸우는 인간물개들

 

SSU는 평상시가 곧 전시체제인 특수부대이다.

서해 카훼리호 침몰 사건, 성수대교 붕괴사건, 격침된 북 반잠수정 인양 현장에 SSU대원이 있었다.

목숨을 내맡긴 채….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ssu마크적막함과 섬뜩함.

우주공간에 떠 있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차 있다.

여기는 바닷속 150m.

랜턴을 비춰도 가시거리는 2m 안팎이다.

컵라면 용기가 3분의 1 크기로 찌그러지는 16대기압이 몸을 압박하고 있다.

해군 해난구조대(Ship Salvage Unit, SSU) 심해잠수사인 김종열(金鍾烈·30) 상사는 신체가 이 조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구조함인 청해진함‘챔버’(함상감압실, DDC) 속에서 이미 가압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150m 바닷속은 함상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악조건이다.

관절부위가 뻑뻑하게 느껴졌다.

무거운 잠수장비를 착용했는데도 몸이 수평으로 눕혀질 만큼 강한 2노트의 조류가 흐르고 있었다.

3월17일 오전 경남 거제도 남방 100km 해상.

지난해 12월18일 이곳에서 격침됐던 북한 반잠수정을 인양하는 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1월18일 국방과학연구소 소속 무기체계 측정 지원함인 선진호수중음파탐지기를 이용,

선체 위치를 확인했지만,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인양작업을 할 수 없었다.

3월15일 SSU는 해양전술정보단으로부터 기상예보를 통보받고

현장에서 기상을 확인한 결과 16일부터 며칠간이 작업하기에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북한잠수정최정예 심해잠수사로 꼽히는 김상사는 수심 300m까지 들어가는 잠수 훈련을 거쳤지만 150m 깊이에서의 실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막상 150m 해저에 들어 가자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랜턴에 비친 희미한 반잠수정이 눈에 들어 왔다.

포탄에 맞아 찢겨 나간 반잠수정의 선체는 무척 날카로웠다. 

그 안에는 부패된 북한군 시체가 들어 있었다.

지휘관은 “13도의 쿠로시오 난류가 흐르는 해역이어서 상어가 존재 할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이미 동료 잠수사들이 반잠수정을 ‘와이어’(30kg)로 묶는 작업을 해왔지만,

김 상사는 이제 반잠수정이 빠져 나가지 않게 와이어끼리 묶고,

크레인 후크와 단단히 연결하는 마무리 작업을 해야 했다.

김상사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까라면 까는 거지, 뭐.”

이 군대 은어가 이 상황에서는 어쩐지 자신감을 갖게 했다.

함상(艦上) 지휘소에서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지휘관들과 동료들의 사기를 위해,

그리고 신혼여행도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

작업에 몰두하고 움직일수록 두려움은 사라졌다.

마무리 작업은 간단치 않았다.

몸은 지상에서 보다 4∼5배 빨리 지쳤다.

10분 정도 작업을 하면 전신의 근육이 뭉쳐,

잠시 오그리고 있어야 했다.

고압력에 노출돼 있어 기억력이 급격히 감퇴했다.

지휘관으로부터 10가지 지시를 받았는데 3가지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잠시 쉬는 사이 눈처럼 떠다니는 부유물질 사이로 넓적한 심해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재미삼아 살짝 건드렸는데 무서워하지도 않고 도망 갈 생각도 않는다.

 

PTC위쪽을 올려다 보자 소형 우주선처럼 생긴 인원이송실(PTC)이 버티고 있다.

PTC는 함상의 챔버생명줄로 연결 돼 챔버와 같은 압력,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생명줄카메라·기체투입·통신·수심측정·전원공급·온수공급 호스들을 한데 뭉친 굵은 줄이다.

 

이 생명줄은 다시 김상사 자신과 동료 장성재 중사에게 연결 돼 있어 이들이 긴 시간 심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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