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150m, 관절 통증과 식욕부진
압력의 힘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위해 기자가 챔버 안에 들어가 봤다.
영국에서 전문 잠수감독관 교육을 받은 SSU의 신무영(申茂榮·35) 소령은 해저 10m 수심의 압력을 넣겠다고 했다.
챔버의 문을 닫고 함께 탄 잠수사들과 얘기를 나누려 했다.
그러나 곧 귀가 먹먹해지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동승한 잠수사들은 손으로 코를 막고 숨을 힘껏 쉬어 귀로 공기를 내보내는 ‘펌핑(Pumping)’을 계속하라고 했다.
그런데 한쪽 귀로만 공기가 새나가고 한쪽은 계속 먹먹해 졌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감기 탓이었다.
동승자 중에 감기 걸린 이가 있으면 평상시보다 훨씬 빨리 바이러스가 번식돼 모두 감기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귀가 쨍쨍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머리가 멍해져 오자 갑자기 겁이 났다.
챔버 조종실의 신소령에게 그만 하라고 하고 몇 분간의 감압과정을 거쳐 챔버 밖으로 나갔다.
겨우 수심 5m의 압력을 받았을 뿐인데도 그런 변화가 있었다.
간단한 체험이었지만 수심 150m 깊이의 압력 조건은 상상을 초월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150m 바닷속으로 잠수했다가 챔버 속에서 감압과정을 거쳤던 한종호 중사의 얘기다.
“16대기압의 압력은 1cm2의 면적에 16kg의 압력을 받는 상태입니다.
이때는 1대기압 상태에서보다 4∼5배 힘이 더 듭니다.
관절 부분이 접힐 때마다 아파왔습니다.
150m에서 잠수사는 혼합기체(헬륨 95%, 산소 5%)를 마셔야 하므로 대기중에서보다 6∼7배 빨리 체온손실을 느껴 추위를 쉽게 느낍니다.
식욕도 거의 없고 밥알을 씹으면 고무를 씹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32℃의 고온, 70% 이상의 습도 때문에 항상 피부가 끈적끈적하고 불쾌지수가 높습니다.
헬륨을 마시면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 도널드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챔버 조정패널의 생환지원사와 교신도 쉽지 않습니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지요.
이런 상황에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포화잠수 5회 기록을 갖고 있는 이상훈(33) 상사는
“챔버 안에서는 될수록 말은 짧게, 목적어 중심으로 얘기한다.
소설책이나 감상용 책은 답답해서 읽지 못한다.
차라리 과학책이나 수학 정석 같은 걸 본다.
집중이 잘 안되는 환경에서 오히려 집중할 거리를 찾는 거다.
성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현상도 있다” 라고 말했다.
따라서 챔버 내에 혹은 수중에서 감압없이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기간도 한정돼 있다.
영국이 48일간의 실험에 성공했고,
노르웨이는 24일,
우리 해군은 15일 체류에 성공했다.
챔버 조종실의 생환지원사는 24시간 대기하면서 챔버 속 잠수사들의 안전을 체크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거의 100% 들어준다.
그러다 보니 장난기 있는 잠수사들은 간혹 빨랫감을 챔버 속에 갖고 들어 갔다가 이중 현창(챔버 밖과 안에서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을 통해 슬그머니 밖으로 내 놓기도 한다.
이처럼 어려운 포화잠수를 한 번 하고 나면 체중이 4∼5kg 줄어 든다.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약 2개월간의 휴식이 필요하다.
만약의 위험으로 부터 잠수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해군은 해양의학적성훈련원(해의원, 원장 김희덕 중령) 소속 잠수군의관들을 두고 있다.
포화잠수를 하기 전후 잠수사들은 해의원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김희덕 해의원장의 얘기다.
“챔버 내부를 가압할 때 그 안의 잠수사들은 누구나 잠수병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현기증 졸림 등이 나타나는 고압신경증후군, 어깨 무릎 고관절 손목 등에 통증이 오는 가압관절통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감압시에는 감압병 저체온증 호흡곤란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요.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잠수 전에 철저한 신체검사를 하고,
사후에도 계속 발병 여부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래서 해의원은 24시간 비상연락망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포화잠수를 하고 난 잠수사는 얼마간 자신이 포화잠수를 했다는 표시를 달고 다닌다고 한다.
거기에는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두는데,
만약 자신이 쓰러지면 곧바로 연락해 달라는 것이다.
그만큼 포화잠수는 위험하다.
SSU대원들은 일반 잠수시에도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상처를 입기 일쑤다.
특히 고막파열 가압 관절통 등은 잠수사들의 ‘직업병’으로 여겨질 정도.
생명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히면
신경성 위장병에 걸릴 수도 있다.
SSU에서는 잠수사들이 챔버 속이나 물 속에서 위험에 처할 경우 스스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인체의 생리적 현상이나 압력 내성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해의원에서도 이들에게 간호사 못지 않은 의료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의무교육을 하고 있다.
문제는 장비의 완벽도다.
그래서 진교중 대령도
“SSU 대원들의 능력은 최상급이다.
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장비의 신뢰도”라고 밝혔다.
'물속 삼매경 > ┏ 물속 관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최강 해군 해난구조대 24시 (7편) (0) | 2004.11.10 |
---|---|
세계최강 해군 해난구조대 24시(6편) (0) | 2004.11.08 |
세계최강 해군 해난구조대 24시 (4편) (0) | 2004.11.04 |
세계최강 해군 해난구조대 24시 (3편) (0) | 2004.11.02 |
세계최강 해군 해난구조대 24시 (2편) (0) | 2004.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