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은 전 국민이 사진작가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전화에 달려 있는 조그마한 카메라부터 렌즈를 갈아 끼우는 전문가용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까지,
거의 누구나 한 개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좀 더 좋은 사진을 원하는 수요도 늘어 교환렌즈를 사용하는 DSLR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렌즈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를 고르는 일이 여간 난해한 문제가 아니다.
시중에는 DSLR 카메라 종류의 몇 배, 아니 몇십 배에 달하는 교환렌즈 종류가 즐비하고 가격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쯤 되면 카메라용 렌즈는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 것인지, 렌즈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고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 글에선 DSLR 교환렌즈의 요소(element, 렌즈 통 안에 들어있는 개별렌즈)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선 카메라 렌즈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카메라 렌즈는 우리의 눈을 모방해 발명됐다.
이는 상의 형성을 위해 받아들이는 광선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떤 물체 앞에 필름이나 디지털센서를 놓았다고 해서 상이 맺히지는 않는다.
피사체에서 반사되는 광선이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광선은 어떤 뚜렷한 상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이나 디지털센서 면 전체에 균일한 노출을 주는 결과 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뚜렷한 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향으로부터 들어오는 광선을 선택적으로 모으고 방향성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카메라 렌즈다.
즉 카메라 렌즈는 빛을 모아 카메라 뒤편에 있는 필름, 또는 디지털 센서에 상을 투영하는 장치인 것이다.
필름 카메라용이건 디지털 카메라용이건 광학적인 원리는 같다.
[그림 1] DSLR 카메라에 사용하는 다양한 교환렌즈들은 여러 개의 렌즈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카메라 렌즈는 기본적으로 볼록렌즈계(系)지만, 안경렌즈와 달리 단 한 개의 요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카메라 렌즈는 몇 개의 볼록렌즈와 오목렌즈가 합해져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것을 복합렌즈라고 부른다.
이렇게 카메라 렌즈 안에 여러 개의 렌즈가 들어가는 이유는 주변 렌즈의 수차나 초점상의 결함들을 수정하기 위해서다.
과거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쇄해 보면 상에 프리즘처럼 다른 빛깔이 나타나거나 상이 일그러져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상의 뒤틀림 현상을 수차라고 한다.
특히 요소의 모양과 수량은 수차를 줄이기 위해 설계되는 것이 기본이다.
수차는 빛이 파장이 다른 많은 단색광으로 이루어져 있고,
렌즈가 구면이라는 점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찍는 사람의 능력과 무관하게 사진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광학적 특성이다.
주변부에서 입사된 빛과 중심부를 통해 입사된 빛이 한 곳에 모이지 않는 현상을 ‘구면수차’라 하고,
색깔마다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곳에 초점이 맺히게 되는 현상을 ‘색수차’라 한다.
이 외에도 비점수차, 코마수차, 상면만곡, 왜곡수차 등이 사진의 품질을 저하시킨다.
렌즈의 수차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다양한 오목렌즈와 볼록렌즈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시초는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Johann Carl Friedrich Gauss)가 1841년 설계한 가우스형 망원경이다.
이로부터 발전돼 조리개를 사이에 두고 대칭으로 요철 렌즈를 배치하는 설계 방식을 차용한 렌즈를 가우스타입 렌즈라 한다.
가우스타입은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실용화 돼 조나타입(sonnar)과 함께 대구경렌즈로 발전했는데,
대칭형 구성을 띄고 있어 구면수차, 색수차, 상면만곡 등이 수차보정이 양호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밝고 좋은 품질의 표준렌즈는 대부분 이 구성을 기본으로 설계됐다.
[그림 2] 가우스 타입 렌즈(칼 자이스 플래너).
이렇듯 카메라 렌즈 속에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단일 렌즈 하나로는 색수차나 구면 수차, 그밖에 사진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제거할 수 없고 손 떨림 보정 등의 특수기능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초의 플래너 렌즈 이후 여러 카메라 렌즈 제조사들은 렌즈군의 곡률, 유리의 재질들을 조금씩 변형했으며, 후면 렌즈군을 조작해 자연적인 수차들을 다른 방법으로 억제하는 등 경쟁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다양한 카메라 렌즈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렌즈의 수차는 엄청난 수학적 정밀성을 바탕으로 해결된다.
때문에 단지 요소의 수가 많다고 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고가의 렌즈를 사용한다고 좋은 사진을 얻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요소가 수차 제어를 위한 것인지, 손 떨림 방지 등의 기능성을 위한 것인지 구별해 자신에게 맞는 렌즈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글 : 김상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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