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겨울 양양의 어판장에 깔려 있는 도루묵.



피란길에 오른 임금이 '묵어'(혹은 목어)를 맛본 뒤 맛이 좋아 이름을 '은어'(銀魚)로 바꿨다. 

전란이 끝난 뒤 이 생선을 다시 먹은 임금은 맛이 예전 만 못하자 실망한 나머지 '도로 묵어라고 해라'고 명했고, 

결국 '도루묵'으로 불렸다.


영동 이북의 동해에서 주로 잡히는 도루묵과 관련해 회자하는 설화다. 

그런데 이 설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세간에서는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나 병자호란과 이괄의 난 때 도읍을 벗어났던 인조를 많이 거론한다. 

일부 문헌에는 고려 왕이라고 기록돼 있다.



(양양=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겨울철 별미인 도루묵 구이. cityboy@yna.co.kr


30일 학계에 따르면 김양섭 전북대 무형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여러 자료를 분석해 도루묵 설화의 주인공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발행한 '민속학연구' 제38호의 '임연수어·도루묵·명태의 한자 표기와 설화에 대한 논증' 논문에서 "이성계가 도루묵 설화의 주인공이라는 정황 증거가 여럿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제14대 임금인 선조와 제16대 왕인 인조를 설화의 주인공으로 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도루묵은 한자로 쓸 때 껍질에 나뭇결처럼 촘촘한 빗살무늬가 있어서 '목어'(木魚, 目魚) 혹은 '은어'(銀魚)라고 했다. 

다만 강에서 나는 은어는 도루묵과 구별하기 위해 '은어' 외에도 '은구어'(銀口魚)나 '은광어'(銀光魚)라고 적었다.

그런데 제11대 임금인 중종 때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그보다 앞서 간행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도루묵이 목어가 아닌 은어로 기록돼 있다. 

조선 시대 전기에 이미 도루묵을 은어라고 불렀다면, 

선조와 인조가 묵어(혹은 목어)를 은어로 개명했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김 연구원은 최초의 도루묵 설화 기록은 허균이 전북 익산에 유배됐을 때인 1611년 쓴 '도문대작'에 있고, 

다음으로는 이식이 강원도 간성군수로 좌천됐을 때 지은 '환목어'(還目魚, 도루묵의 한자 표현)라는 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 후기 문신 이의봉과 조재삼이 각각 고려 왕과 인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도루묵 설화를 글로 남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들 기록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허균의 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도루묵의 생태적 특성과 역사적 사실을 살피지 않았다"며 "고려 왕이나 선조, 인조는 도루묵 설화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태조는 1398년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함흥으로 갔다가 1401년 한성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면서 "함흥은 도루묵이 많이 나고, 함경도 안에서 유일하게 도루묵을 은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설화를 언급하며 '전 왕조에 있었던 왕'(前朝有王)이라고 했는데, 조선을 만든 태조라는 묘호(廟號)를 감히 거명할 수 없어서 다른 표현을 쓴 것 같다"며 "결론적으로 도루묵 설화의 실제 주인공은 태조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긍익은 높은 관직에 올랐다가 삭탈관직당해 낙향한 허목을 '도루묵'에 비유했다"며 "17세기에도 이미 헛된 일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쓰였다"고 덧붙였다.

김양섭 전북대 연구원 '민속학연구'서 주장

(서울 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광합성 하는 동물 있다? 없다? 


1년 동안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3.8×1024J라고 한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되는 양일까.
인류가 1년 동안 쓰는 에너지가 5×1020J(2005년 기준)이므로 7000년간 쓰고도 남을 양이다. 
화석연료 고갈로 에너지 위기를 맞은 인류가 최근 태양에너지 활용에 주목하는 이유다. 
사실 생명체는 아주 오래 전부터(대략 36억 년 전으로 추정됨)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왔다.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광합성을 통해서다. 
매년 광합성으로 포획한 에너지는 3.2×1021J로 태양에너지의 0.1%도 채 안 되지만, 
인류의 에너지 소모량보다는 7배나 더 많다. 
물론 인류는 이 가운데 일부를 음식으로 섭취해 삶을 영위해 간다. 
광합성하면 식물이 떠오르지만, 광합성의 원조는 단세포 원핵생물인 박테리아다. 
식물은 광합성 박테리아를 잡아 먹어 세포내소기관인 엽록체로 만든 진핵생물의 후손이다.

그런데 조류(藻類)의 엽록체를 포획해 광합성을 하는 동물이 있다. 
이 녀석의 피부는 물론 초록색이다. 
도대체 동물이 어떻게 광합성을 하게 됐을까?

한편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물과 식량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의 과학자들은 건조한 기후에 더 잘 견디면서도 수확량은 50%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벼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옥수수나 수수의 효율적인 광합성 시스템을 생명공학 기술로 벼에 도입할 계획이다.
물리학자와 화학자들도 광합성의 신비에 매료돼 있다. 
최근에는 태양에너지를 거의 손실 없이 포획하는 광합성의 비밀이 양자역학 현상에 있다는 놀라운 실험결과를 얻었다. 
이 발견은 효율적인 태양광발전 시스템 설계에도 영감을 줄 전망이다.
똑같이 태양의 세례를 받지만 유독 지구만 생명의 행성으로 만든 광합성. 
21세기에 새로 밝혀진 광합성의 비밀을 들여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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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6억 년 전 광합성을 하고 부산물로 산소를 발생시키는 박테리아가 나타 났고 그 뒤 이 박테리아를 포획해 세포내소기관인 엽록체로 만든 진핵생물이 식물로 진화해 오늘날 푸른 지구를 만들었다. 
멋진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증명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이 가정이 실제 사건이었음을 강력히 지지하는 현상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광합성 능력을 얻기 위한 생명체들의 역동적인 진화의 현장을 들여다 보자.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잊고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유야 어쨌든 동물인 사람은 먹어야 한다. 
문득 이런 꿈을 꿔본다. 
‘우리 세포에도 식물처럼 엽록체가 있어서 햇빛만 받아도 포도당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피부는 다소 징그러운 초록색이겠지만.

식물이나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독립영양체’라고 부르고 사람을 비롯한 동물을 ‘종속영양체’라 부른다. 
사람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생산자’인 식물에 기대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말 모든 동물은 종속영양체일까. 
육상동물은 그럴지 모르지만 바다에는 동물이면서도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있다. 
바다에 사는 갯민숭달팽이 종류인 엘리지아(Elysia chlorotica)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이 녀석의 몸 빛깔은 초록색이다.


세포 속에 엽록체 상주시켜 엘리지아가 실제로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은 1970년대 알려졌다. 
해조류에 붙어 있는 모습이 얼핏 보면 작은 잎 같지만 꼬물꼬물 움직이기 때문에 ‘기어 다니는 잎’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광합성을 하는지 그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들어와서다.

엘리지아는 광합성을 하는 진핵생물인 바우체리아(Vaucheria litorea)가 먹이다. 
바우체리아는 국수가락 같은 형태의 황록조류(藻類)다. 
엘리지아는 바우체리아 세포속의 엽록체는 소화시키지 않고 소화관 주변의 세포 안으로 보낸다. 
세포에 자리 잡은 엽록체는 수개월 동안 죽지 않고 광합성을 해 포도당을 만들어 낸다. 
그 결과 엘리지아는 더 이상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미국 메인대 생화학·미생물학·분자생물학과 매리 룸포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18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엘리지아 게놈의 일부를 분석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를 명쾌하게 밝혔다.

엘리지아 게놈에서 포획된 바우체리아의 엽록체가 광합성을 할 때 필요한 단백질의 유전자를 찾아낸 것. 
psbO로 불리는 이 유전자는 광합성 과정에서 물을 분해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단백질복합체의 구성요소다. 
그런데 바우체리아 엽록체의 게놈에는 이 유전자가 들어 있지 않다. 
대신 엘리지아 게놈에 이 유전자가 있어 단백질을 만들어 엽록체로 보낸다.


바다에 사는 갯민숭달팽이인 엘리지아는 조류(藻類)인 바우체리아의 엽록체를 세포에 포획해 광합성을 ‘시킨다’. 
엘리지아가 바우체리아에 붙어 있는 모습이 나뭇잎 같다.

엘리지아에 포획된 엽록체가 죽지 않고 광합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필요한 단백질을 엘리지아 세포로부터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인 엘리지아가 어떻게 광합성 관련 유전자를 갖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엘리지아와 바우체리아의 psbO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DNA서열이 같았다”며 “이는 엘리지아 게놈 속의 psbO 유전자가 어느 시기에 바우체리아 게놈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엘리지아 게놈 안에 엽록체 활동에 필요한 보케리아의 유전자가 더 들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럼에도 엘리지아를 진짜 광합성을 하는 동물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엘리지아 개체에 포획된 엽록체는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투명한 엘리지아는 바우체리아를 먹어야 엽록체를 획득해 녹색이 된다. 
또 엘리지아 세포 속의 엽록체는 분열을 하지도 못한다. 
결국 엘리지아는 식물이나 조류와는 달리 엽록체와 어정쩡하게 공생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엽록체는 광합성을 하는 기계일 뿐 그 운영의 일체를 주인(이 경우 조류인 바우체리아)에게 일임하고 있다. 
그런데 새 주인(엘리지아)이 원래 주인에게서 기계(엽록체)를 뺏을 때 운영 노하우는 극히 일부만 가져온 셈이다. 
엘리지아가 진화를 거듭해 언젠가는 바우체리아처럼 세포내소기관으로 엽록체를 거느릴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조류나 식물은 어떻게 이런 ‘복덩어리’를 얻게 됐을까.


엘리지아의 광합성 능력 획득 과정
엘리지아는 태어날 때 엽록체가 없기 때문에 먹이에서 엽록체를 얻어야 광합성을 할 수 있다.
1 엘리지아 유생(몸길이 0.5mm)은 무색투명하다.
2 몸길이가 5mm 정도가 되면 바우체리아를 먹기 시작한다.
3 5일쯤 지나자 몸에 녹색기운이 완연하다.
4 성체는 잎맥처럼 등에 퍼져 있는 소화관 주변 세포에 포획된 엽록체 때문에 짙은 녹색을 띤다.




광합성 하는 박테리아가 출발점
광합성 하면 식물이 떠오르지만 사실 육상식물의 역사는 5억 년도(!) 되지 않는다.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내보내는 최초의 생명체는 약 36억 년 전에 나타난 박테리아로 추정되는데 오늘날 남조박테리아(cyanobacteria)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남조박테리아 흔적은 약 27억 년 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시기에 아메바처럼 생긴 단세포 진핵생물이 남조박테리아를 집어삼킨 뒤 소화시키는 대신 세포 속에 두고 ‘사육’하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포획된 남조박테리아는 오랜 세월을 거쳐 변모를 거듭해 세포내소기관인 엽록체가 됐다. 
이 과정을 ‘1차 내공생(endosymbiosis)’이라고 부르는데 엽록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가 많다.

먼저 엽록체는 세포핵에 있는 게놈과는 별도로 자그마한 게놈을 갖고 있는데 박테리아처럼 고리모양이다. 
또 여기에 있는 유전자의 염기서열도 남조박테리아와 비슷하다. 
또 엽록체와 남조박테리아 모두 내막과 외막으로 이뤄진 이중막에 싸여있다. 
한편 이 사건이 지구 역사에서 ‘단 한 번’ 일어났다고 보는 이유는 오늘날 존재하는 진핵생물의 엽록체 게놈을 여럿 분석한 결과 모두 하나의 조상에서 가지를 쳐왔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상체(세포가 실처럼 배열된 무리) 남조박테리아인 아나베나는 5000여 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엽록체는 남조박테리아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세포에서 엽록체를 분리하면 광합성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형태도 유지하지 못한다. 
세포 속에 안주하다 보니 자생력을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놈도 몰라 보게 퇴화했다. 
지난 2001년 게놈이 분석된 남조박테리아 아나베나(Anabaena)의 경우 단백질을 암호화한 유전자가 5366개로 밝혀졌다. 
반면 홍조류인 김과(科)에 속하는 포피라(Porphyra purppurea)의 염색체 유전자는 251개에 불과한데 그나마 지금까지 밝혀진 염색체 게놈 가운데 유전자 수가 가장 많은 경우다. 
엘리지아가 포획하는 바우체리아 엽록체의 게놈도 겨우 11만5341 염기쌍에 유전자는 139개뿐이다.

이처럼 광합성 박테리아가 진핵생물에 포획된 뒤 엽록체로 바뀌는 동안 유전자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진핵생물의 유전자와 중복된 기능을 하는 박테리아 유전자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진화과정에서 퇴화해 사라졌고 광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상당수도 세포핵의 게놈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식물의 게놈을 분석해보면 남조박테리아의 유전자와 비슷한 종류가 여럿 있는데 대부분 광합성에 관여하고 있다. 
물론 세포핵의 게놈에 있는 광합성 관련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은 엽록체로 이동해 안으로 들어가 작용을 한다.


평소 바다에서는 남조박테리아의 존재를 느끼기 어렵지만 이들이 급격히 번식한 녹조가 나타나면 하늘에서도 보인다. 
남조박테리아 가운데 독소를 내는 종류일 경우 해양생태계에 큰 위협이 된다.

그런데 왜 엽록체는 광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일부를 세포핵의 게놈으로 넘겼을까? 
어차피 엽록체 안에서 쓰일 단백질인데 굳이 외부에서 만들어 다시 들여오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내공생 과정에서 세포가 엽록체의 활성에 대한 통제권을 확실히 쥐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추측을 지지하는 생명체가 존재한다.



1차 내공생 시즌2

민물에 사는 아메바의 일종인 폴리넬라(Paulinella chromatophora)는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진핵생물인데 세포 속에 녹색 소시지처럼 생긴 덩어리가 한두 개 들어있다. 
시아넬(cyanelle)이라고 불리는 이 기관은 폴리넬라의 광합성을 담당하는데 흥미롭게도 엽록체보다는 남조박테리아와 더 비슷하다. 
시아넬에는 남조박테리아 세포벽 성분인 펩티도글리칸이라는 분자가 있어 세포 밖으로 꺼내도 형태를 유지한다.

새로운 유형의 1차 내공생이 진행 중인 원생생물 폴리넬라의 모습. 

세포 안에 광합성을 하는 공생체인 녹색의 시넬이 보인다. 
폴리넬라가 세포분열을 할 때 시넬 하나가 딸세포로 이동하는 모습.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시아넬이 보고된 적이 없으며 세포 밖에서 시아넬을 배양하려는 시도도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시아넬은 엽록체보다는 독립성이 있지만 홀로 살 수는 없는 공생체인 셈이다. 
미국 비겔로 해양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윤환수 박사는 미국 아이오와대 생물과학과에서 연구하던 2006년 시아넬의 게놈 일부를 분석해 놀라운 결과를 얻어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윤 박사는 시아넬 게놈의 유전자 배열이 엽록체 게놈 보다는 시네코코쿠스(Synechococcus)라는 남조박테리아의 게놈과 훨씬 더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남조박테리아는 크게 알파형과 베타형이 있는데 시네코코쿠스는 알파형에 속한다. 
그런데 엽록체의 조상이 되는 남조박테리아는 베타형이다. 
따라서 폴리넬라와 시아넬의 관계는 지구 역사상 단 한 번 일어나 엽록체로 이어진 내공생과 무관한 전혀 새로운 스토리다. 
독일 쾰른대 연구자들은 지난해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시아넬 게놈을 완전히 해독한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시아넬 게놈의 단백질 유전자 개수는 867개로 엽록체보다 훨씬 많았지만 가장 가까운 남조박테리아인 시네코코쿠스 유전자 개수의 26%에 불과했다. 
시아넬 게놈은 아미노산 합성같이 독자생존에 필요한 유전자는 잃어버렸지만 광합성 관련 유전자는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대열원충이 적혈구 안에 들어 있는 모습.
 
열대열원충의 색소체는 녹색, 미토콘드리아는 빨간색으로 보인다. 
왼쪽은 적혈구 안에 한 마리가, 오른쪽은 5마리가 들어 있다. 
광합성 능력을 상실한 색소체는 대신 지방산을 합성한다.


연구자들은 “1차 내공생은 10억 년도 더 전에 단 한 번 일어난 사건으로 보이지만 왜 한 번뿐이었는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다”라며 “지금 두 번째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그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폴리넬라와 시아넬의 공생은 적어도 6000만 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자들은 “진핵생물에 포획된 남조박테리아가 광합성과 관련이 없는 유전자를 잃어버리면서 공생체인 시아넬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아넬이 계속 진화해 엽록체 같은 세포내소기관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시아넬과 엽록체의 결정적인 차이, 즉 광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느냐 일부를 세포핵 게놈으로 넘기느냐가 관건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엽록체로 광합성을 하는 진핵생물의 기원이 되는 내공생이 왜 긴 지구 역사상 한 번만 일어났는가를 이해하는데 실마리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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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떤 이유에서인지 엽록체가 광합성을 하는 능력을 상실해 다시 종속영양체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섬모류나 첨복포자충 등 상당수의 원생생물은 세포내 엽록체가 완전히 퇴화한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대열원충(Plasmodium falciparum)은 특이한 경우로 이 녀석의 세포 안에 들어있는 색소체(더 이상 광합성을 못하므로 엽록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광합성 대신 지방산을 만든다. 
호주 멜버른대 식물학부 지오프리 맥패든 교수는 “색소체가 왜 광합성 대신 다른 기능을 맡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열대열원충의 진화과정에서 엽록체가 광합성을 하는 능력만 잃지 않았어도 지금처럼 모기와 사람을 오가는 기생생물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말라리아로 죽음을 맞는 비극도 없지 않을까.


2차 내공생, 3차 내공생?

원생생물인 하테나와 네프로셀미스는 2차 내공생 시작단계에 있다. 
엽록체가 있는 네프로셀미스를 포획한 하테나(1)가 세포분열을 할 때 네프로셀미스가 공조해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광합성을 할 수 있다(2). 
진핵생물이 남조박테리아를 포획하며 시작된 1차 내공생의 결과 탄생한 광합성을 하는 진핵생물은 오늘날 녹조류와 홍조류, 글라우코피타로 불리는 조류로 분화했다. 4억~4억 7500만 년 전에 녹조류의 일부가 진화해 식물이 됐다. 
이들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엽록체는 남조박테리아처럼 이중막으로 싸여있다. 
그런데 광합성을 하는 원생생물 가운데는 엽록체가 삼중막, 사중막으로 둘러싸여 있는 종류가 꽤 된다. 
왜 그럴까?

이들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 편모가 둘 달린 원생생물이 녹조류나 홍조류를 잡아먹은 뒤 소화시키지 않고 포획해 진화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핵생물이 광합성을 하는 진핵생물을 포획해 광합성을 하는 새로운 생명체로 변화한 과정을 ‘2차 내공생’이라고 부른다. 
2차 내공생을 거친 생물체의 엽록체가 삼중막, 사중막인 것은 사로잡힌 진핵생물이 퇴화하면서 세포막만 남아 원래 엽록체 이중막 위에 덧씌워졌기 때문이다.

원생생물인 하테나와 네프로셀미스는 2차 내공생 시작단계에 있다. 
엽록체가 있는 네프로셀미스를 포획한 하테나(1)가 세포분열을 할 때 네프로셀미스가 공조해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광합성을 할 수 있다(2).

몇몇 원생생물의 세포 안에는 사로잡혔던 녹조류나 홍조류의 퇴화한 세포핵(핵체)이 남아있어 2차 내공생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은편모조류의 세포에는 퇴화한 홍조류의 핵체가, 클로라라크니오피타류에는 퇴화한 녹조류의 핵체가 들어있다. 
한편 와편모조류에 속하는 일부 원생생물은 2차 내공생체를 포획한 ‘3차 내공생체’임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아 있다.

지난 2005년 ‘사이언스’에는 2차 내공생이 진행 중인 생명체가 보고돼 화제가 됐다. 일본 쓰쿠바대 생명환경과학부 이사오 이노우에 교수팀은 편모충에 속하는 녹색 단세포 원생생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하테나’로 명명한 이 녀석이 세포분열을 하면 딸세포 중 하나만 녹색이 되고 나머지는 무색이 된다. 
녹색 덩어리의 실체는 엽록체가 아니라 네프로셀미스(Nephroselmis)속에 속하는 광합성을 하는 원생생물의 변형된 형태였다.

연구자들은 “공생체가 없는 딸세포는 종속영양체로 살다가 네프로셀미스를 포획한 뒤 형태가 바뀌면서 광합성을 하는 독립영양체가 된다”며 “사로잡힌 네프로셀미스도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는 보존하고 있지만 편모나 세포골격을 버리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광합성 기계(엽록체)를 둘러싼 수중생명체들의 합종연횡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출처] 광합성 하는 동물 있다? 없다?|작성자 효정요정


1월에만 영국·네덜란드·독일서 17마리 발견
전문가들이 말하는 집단 폐사 이유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영국의 동부 해안인 노퍽주 헌스탄톤 바닷가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이 고래는 발견 하루 만에 숨졌다.

24일에는 영국 동부 해안 링컨셔주 스케그네스 바닷가에서 향유고래 세 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25일에도 스케그네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웨인플리트 바닷가에 또 다른 향유고래 한 마리가 숨져 있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2일엔 네덜란드 북부 해안인 텍셀섬 바닷가에서 향유고래 다섯 마리가 심하게 다친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곧 숨졌다.

그 전엔 독일 북부 해안가 반게로게섬에서 폐사한 향유고래가 발견됐다.

1월에만 영국과 네덜란드, 독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향유고래가 모두 17마리다.

26일(현지시각) 영국 링컨셔 주의 휴양도시스케그네스 해변에 죽은 향유고래 한 마리가 떠밀려 와 있다. 링컨셔 주 해변에는 지금까지 같은 무리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향유고래 5마리가 떠밀려 왔다. 사진 스케그네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영국 링컨셔 주의 휴양도시스케그네스 해변에 죽은 향유고래 한 마리가 떠밀려 와 있다. 링컨셔 주 해변에는 지금까지 같은 무리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향유고래 5마리가 떠밀려 왔다. 사진 스케그네스 AP=연합뉴스


특히 이 향유고래들은 외모가 흡사하다.

전문가들은 함께 무리를 지었던 개체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향유고래 한 무리가 북해 바다에서 함께 이동하다 어떤 문제점에 봉착해 부상을 입고 떠 내려 온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된다.


 ‘더 친절한 기자들’에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비비시(BBC)> 등에 실린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향유고래 집단폐사 원인을 짚어봤다.



1. 향유고래는 어떤 동물인가


향유고래는 최대 몸길이가 20m에 달한다.

수컷의 경우 몸무게가 60t 정도, 암컷은 45t 정도에 이른다.

향유고래는 심해에서 생활하는 포유류다.


잠수력이 뛰어나 1시간 동안 잠수할 때가 있을 정도다.

대체로 수심 3,000m 인근에서 먹이를 찾는 걸로 알려져 있다.

수심 2,200m 해저의 전선에 걸린 채 발견된 적도 있다.


이들은 주로 오징어를 먹는다.

때로 물고기도 먹는다.


거대한 머리에서 품질 좋은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대장에 덩어리 형태로 생기는 생성물이 안정제로 쓰이는 값비싼 향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남획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멸종위기종에 지정돼 있다.

북해 지역에선 주로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영국 셰틀랜드 군도 주위에서 발견된다.



2. 향유고래 집단폐사는 자주 있는 일인가?


영국의 경우 향유고래의 폐사는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체로 1년에 한 건 정도 발생해 왔다.

이 숫자는 1980년대 이후 한 해 6마리 정도로 늘었다.


인간이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향유고래의 폐사가 늘어난 걸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그것보단 포경이 금지된 이후 개체 수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견해다.

포경이 금지된 이후 사람들에게 향유고래가 목격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이 견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번 집단폐사는 기록을 시작한 1913년 이후 영국 해안가에서 발생한 고래 폐사 사건 가운데 최악이다.

네덜란드 북부 텍셀 섬 해안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향유고래.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북부 텍셀 섬 해안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향유고래. (EPA=연합뉴스)



3. 향유고래는 먹이가 없어서 숨졌나?


학자들은 네덜란드에서 숨진 채 발견된 향유고래를 부검했다.

향유고래의 장은 길이가 170m나 된다.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길다.


이들의 장에선 오징어의 부리와 아귀의 뼈 등이 발견됐다.

이건 향유고래들이 숨질 당시 배고픈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마리의 항유고래 뱃속에선 낚싯줄과 낚시바늘도 발견됐다.

낚싯배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던져 놓은 그물 속 고기를 향유고래들이 먹었다는 뜻이다.

집단폐사의 원인이 적어도 배고픔은 아니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향유고래들은 발견 당시 몸 상태가 좋았다.

탈수 상태도 아니었다.

배와 부딪힌 흔적도 없었다.

낚시 그물에 걸린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향유고래들은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다 숨졌다.

여전히 인간의 어떤 잘못에 의해 집단폐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온다.



4. 향유고래들은 군사 훈련 때문에 숨졌나?


네덜란드에서 숨진 채 발견된 향유고래들에 대한 부검에서 뇌에 대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질병이 폐사의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원인이라면,

갑작스런 소음이 이들을 위협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해군의 군사 훈련에서 모의 폭발이 있었다면, 향유고래들에게 큰 피해가 갔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 된다.

비슷한 사례가 2011년 이미 발생한 적이 있다.

영국 해군이 해저에서 열린 군사 훈련에서 4개의 폭탄을 터뜨렸다.

19마리나 되는 둥근머리돌고래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집단폐사가 발생한 시점이 한겨울이라는 점에서,

군사 훈련이 수행됐을 가능성이 작다고 말하고 있다.



5. 북해의 풍력발전과 석유굴착 때문에 방향을 잃었을까?


향유고래는 심해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

물속에서 음파를 보낸 뒤 그 음파가 먼 곳에 있는 해저면에 닿았다가 돌아오는 신호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


일부에선 향유고래가 방향을 잃은 이유가 북해에 곳곳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나 석유굴착기의 소음 때문은 아니냐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인위적인 소음이 향유고래들의 음파 탐지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풍력발전소의 경우 건설 기간 동안에는 말뚝 박기 등을 하면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해양 포유류의 생활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있다.

하지만 건설된 뒤에는 인공어초 등으로 물고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되레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6. 향유고래들은 길을 잘못 들어 폐사했나?


결국 지금까지 가장 신빙성 있게 제기된 집단폐사 원인은 향유고래들이 길을 잃고 얕은 바다에 오게 되면서 부상을 입고 숨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수심이 얕으면 향유고래들이 방향을 잃게 된다.

향유고래의 초음파 탐지가 영국 인근 해변처럼 수심이 얕은 경우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인근 해역에서 향유고래들이 먹이인 오징어떼를 따라 나섰다가 실수로 수심 급변 지역을 지나 북해로 들어온 뒤 얕은 바다에서 길을 잃고 숨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주변 해변의 깊이는 제일 깊은 곳이 수심 200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향유고래가 이런 얕은 바다에 내 몰릴 경우, 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다름 아닌 그들의 큰 몸집이다.

얕은 물에선 이들이 스스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 무게가 고스란히 내장에 가해진다.

각종 기관들을 파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이번에 발견된 향유고래들의 부상 상태를 잘 설명해 준다.


하지만 문제가 남는다.

인간은 길을 잃고 얕은 바다로 몰리는 향유고래를 위해 해저환경을 고칠 수 있을 것인가.

적어도 현재까진 누구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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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가디언>, 향유고래 집단폐사,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http://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6/jan/25/uk-whale-strandings-why-did-they-happen

<가디언>, 스케그네스 바닷가에서 세 마리의 향유고래가 숨진 채 발견됐다.
http://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6/jan/24/three-dead-sperm-whales-skegness-beach

<가디언>, 영국 바닷가에서 모두 다섯 마리의 향유고래가 숨진 채 발견됐다.
http://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16/jan/25/fifth-whale-reported-washed-up-on-lincolnshire-beach

BBC, 향유고래는 왜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나?

출처: 한겨레신문사 글쓴이: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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