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패배 당하기 쉬운 법이야
어째서 일까?
남의 탓이 아니야
인간의 탐욕 때문이지…
인간에게 좌절이란 없어
죽기는 할지언정
좌절이란 없는 거야

헤밍웨이의 1952년 작품 ‘노인과 바다’는

쿠바에서 30년간 헤밍웨이를 위해 배를 저어주고 요리를 하던

낚시 친구인 푸엔테스를 모델로 해서 태어난 작품으로

1953년 소설부문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다음해 노벨 문학상을 받는데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노인과 소년,

그리고 거대한 물고기와 바다라는 매우 한정적인 배경을 통해 자연에 속해 있는 인간의 위대한 신념과 고독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물고기와의 사투 속에 노인의 삶이 응축되어 있으며,

바로 노인의 삶은 인간의 보편적이면서도 위대한 삶과 일치하고 있다.

 

원작의 문장은 짧고 명쾌하기 때문에 간결미가 돋보이고 있는데,

소년과 노인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노인의 독백으로만 채워져 있다.

그러기 때문에 영화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고

1999년에는 헤밍웨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중 1958년 스펜서 트레이시 주연의 “노인과 바다”는 자신의 작품이 영상으로 옮기는데

유일하게 관여한 작품으로 몇 주 동안 기술고문 역할을 헤밍웨이는 직접 해주었다고 한다.

노인은 멕시코 만류에 조각배를 타고 혼자 고기를 잡으며 사는 늙은 노인이다.

처음 40일은 한 소년이 같이 있었지만

노인이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그의 부모는 소년을 다른 배에 타게 했다.

소년은 부모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후로도 노인은 여전히 빈 배로 돌아왔고 그것이 소년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소년은 노인과 같이 고기를 잡지 못하는 걸 안타까워하며 그를 위해 미끼에 쓸 싱싱한 정어리를 구하러 나간다. 소년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노인은 의자에 잠들어 있었고 해는 이미 진 후였다.
다음날도, 노인은 홀로 바다 한가운데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날은 노인도 지금까지 잡아본 물고기보다 더 커다란 물고기를 만나게 된다.

노인은 몇 날 몇 칠을 고생한 끝에 자신의 배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게 된다.

놀라움과 기쁜 마음으로 물고기를 배와 나란히 묶고 항구로 방향을 돌렸지만,

잠시 후 상어 떼의 습격을 받게 된다.

죽을 고생하며 잡은 물고기가 계속되는 상어의 공격으로 무참히 뜯겨 버리게 되고 물고기는 뼈만 남게 된다.

하지만, 노인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한 자신의 의지를 확인 한다.

그리고 조용히 항구로 돌아와 자신의 침대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 들게 된다.
다음날 모든 사람들은 항구로 가서 노인이 잡아 온 물고기의 뼈를 구경하며 그 크기에 놀라워 한다.

소년 또한 노인이 잡아 온 커다란 물고기를 보며 눈시울이 젖는다.

깊은 잠에서 노인이 일어나자 소년은 그에게 커피를 주며 이제 자신과 함께 바다에 나가자고 말한다.

소년의 말에 희망을 얻은 노인은 다시 꿈속으로 빠져든다.

늘 그랬듯이 노인은 배를 타고 가면서 너무 반짝거려서 눈이 보이지 않게 하는 새하얀 모래사장과 자신의 사자들이 있었던 어린 시절의 아프리카를 다시 꿈꾼다.

이 영화의 구성은 노인과 소년의 대화,

인의 독백 그리고 작가의 내레이션이 대부분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작가인 헤밍웨이가 한 편의 소설을 직접 읽어주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만큼 원작인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잘 살아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원작에서 각각의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에 부여한 상징성 또한 영화 속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 '바다'를 인간에게 시련의 장소가 아니라 '희망을 주고,

때로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여성(어머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은 운명을 상징하는 동시에 인간의 삶의 터전인 바다에서 굽힐 줄 모르는 인간의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그가 배 위에서 수없이 혼잣말로 이야기하고 상어와 끝까지 싸우는 것은 현실의 고난에 맞서 싸우는 저항의 한 표현이다.

결국 상어에게 물고기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서 사자 꿈을 꾸는 노인의 모습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생존경쟁의 치열한 삶을 통해 어떠한 일에도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고난과 맞서 싸우는 데서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헤밍웨이는 자신에게 소중한 문제,

즉 패배 속의 승리라는 문제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인간의 승리 그 자체가 아니라 운명과 죽음에 용감히 맞서기 위해 기울인 노력인 것이다.

글 | 강영민 Kang Young-Min / stocka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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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실화를 다뤘다.

 

98년 여름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라는 곳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미국인 로너건 부부가 실종된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그들이 실종된 장소는 상어 중에서도 잔인하기로 유명한 뱀상어(Tiger shark)의 출몰 지역이었으며,

사건 발생 48시간 만에 그들이 착용하고 있던 B.C가 해안에서 발견되면서 뱀상어의 습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몇 달 후 연안에서 포획된 상어 뱃속에서 인간의 잔해가 발견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이 부부의 구조요청이 적힌 메모판이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미궁 속에 빠져 있다.


크리스 켄티스 감독은 이 사건을 토대로 부부가 상어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음을 가정하고 스토리를 그려 나간다.

원제인「오픈워터(Open Water)」는 스쿠버다이빙의 초급과정을 뜻하는 용어로,

다이빙에 필요한 기본적인 이론과정과 물속에서의 호흡법, 장비 사용법 등의 실습 과정을 거쳐 바다에 나가 첫 다이빙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뜻한다.


부부인 대니얼수전은 오랫동안 계획해 온 환상적인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스쿠버다이빙 투어에 참여한다.

여러 팀의 다이버들과 수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부부는 30여 분간의 잠수 후 물 위로 상승한다.

하지만, 물 위로 올라온 부부는 보트가 없는 것을 보고 당황하게 된다.

다이버의 수를 잘못 센 가이드가 그들을 망망 대해에 남겨둔 채 돌아간 것이다.

기다림에 지친 부부는 서서히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일광욕을 즐기던 따사로운 햇살은 두 사람을 점점 괴롭힌다.

배고픔과 체온 손실로 인한 추위, 상어 떼의 출현, 그리고 어둠은 망망대해에 외따로 버려진 부부를 괴롭힌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다림의 희망은 짜증과 공포심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다.

이제 두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되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바다가 지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연출과 각본, 촬영을 맡은 감독은 스쿠버다이빙을 자주 즐겼던 다이버이기에 바다가 무엇보다 무서울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영화는 두 사람의 표류 직후부터 끝날 때까지 바다 위에 떠 있는 두 사람 외에는 아무것도 카메라에 비추지 않는다.

다만, 무시무시한 음악과 함께 나타나는 상어 지느러미만이 관객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감독은 더 없이 아름다운 바다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어두움을 끄집어 내어 고립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 감정과 대비 시킴으로써 공포를 더욱 증가시킨다.

여기에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CG 대신 40~50마리의 실제 상어 떼를 주연 배우의 주변에 모아 촬영했다고 한다.

이 상어 떼는 2~3미터가 넘는 식인상어 50여 마리로,

둘은 잠수복 밑에 체인으로 된 보호대를 착용하고 촬영에 임해야 했다고 하니 촬영장에서의 공포감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상어가 나오는 공포 영화이지만,

나약한 인간의 공포심을 주제로 한 영화라는 점이 관객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한편으론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날수도 있는 영화이지만,

어느 한쪽으로는 더 없이 무서운 영화가 되는 이유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어보다 인간이 서로에게 갖는 증오심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글 | 강영민 Kang Young-min + stocka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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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께…”

우리의 모든 ‘어머니’들이
분명 지나왔을 그녀들의 스무 살,
그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
만약 스무 살 시절의 엄마를 만나고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보게 된다면…

 

 

인어공주의 주요 무대는 바다목욕탕이다.

 

두 장소는 과거와 현재의 상징이며, 판타지와 현실의 공간이기도 하다.

바다는 젊음, 꿈, 판타지, 행복한 추억이 물결치는 젊은 연순의 아름다운 공간이자 우리가 꿈꾸는 아련한 추억의 시간이기도 하다.

 

반면 목욕탕은 현재의 고달픈 삶이며 현실의 ‘때’가 잔뜩 찌들어 있는 오늘의 연순이 존재하는 곳으로 우리 모두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현재의 시간이다.

 

영화는 우리의 모든 ‘엄마’들이 분명 지나왔을 그녀들의 스무 살,

그 아름답던 시절에 대한 호기심 어린 상상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하고 말이 없는 아버지, 그저 착하기만 한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나영의 집안은 점점 찌들어 간다.

목욕탕 때밀이로 가정의 경제력을 책임진 엄마 연순은 계란 값 하나에 몸싸움을 하는가 하면,

버려진 물건들을 집안으로 가져와 쓰는 억척스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나영에게는 이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아버지 때문에 대학도 포기한 채 엄마와 매일 싸우며 하루를 살아간다.

 

나영의 눈에는 엄마의 삶은 그저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하기만 하고

아버지의 모습은 무기력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이다.

아름다운 기억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가족의 냉혹한 현실을 보면서

“그 사람들 누구도 부모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다.”라고 나영은 애인에게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뉴질랜드로의 연수다.

생활의 모든 짜증은 뉴질랜드 화보를 보며 씻어 내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이젠 쉬고 싶다.”라면서 집을 나가 버린 아버지의 눈물을 보게 되고,

나영은 뉴질랜드행 비행기 대신 아버지의 추억이 있는 섬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과거 20년 전 우체부였던 아버지와 해녀였던 엄마 연순의 꿈같은 로맨스를 보게 된다.


나영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무 살 시절의 해녀 엄마 연순,

억척스러운 모습은 그대로지만 현재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맑고 순수한 모습의 연순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녀는 현실의 지독한 엄마와는 달리 해물 부침개 하나라도 마을 주민과 나눠 먹을 정도로 정이 넘치는, 맑고 순수한 처녀이다.

마을 최고 실력의 물질에다가 집안일, 밭일, 뭍으로 나간 동생 뒷바라지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섬마을 우체부 진국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맑은 눈빛의 우체부 진국 또한 연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서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서툴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연순을 뒤에 태우고 의기양양하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아버지 진국,

수줍음 많고 싱그러운 젊은 시절을 살고 있는 스무 살 나이의 엄마 연순을 보면서 친근감을 느끼고 차츰 현실의 엄마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의 기본 형식은 멜로와 판타지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판타지’의 효과는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극적 장치로 이용해 가족간의 화해를 도모하고,

화합의 장을 열어준다.

나영과 연순의 1인 2역을 하는 전도연의 뛰어난 연기는 극명히 대비되는 두 캐릭터 간의 끈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주고 있다.

세상의 많은 딸이 그렇듯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엄마는 사랑이란 걸 해 보긴 했을까?’ 라고 나영은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 맑고 순수한 스무 살 적 엄마를 만난 나영은 엄마에게 점점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나와 같은 젊은 시절을 살고 있는 그녀를 보며 현실에서의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나도 이젠 쉬고 싶다.”던 아버지 또한 더 이상 무력하고 책임감 없는 초라한 사람이 아닌,

스무 살 시절 여성들이 한번 쯤은 꿈꾸었던 부드럽고 따뜻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살아 났다.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생각 나유.”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연순,

“우리 엄마는 때밀이예요.”라고 말하는 나영의 모습에서 우리의 억척스러운 엄마들도 젊은 시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꿈을 지닌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목욕탕은 더 이상 땟물 흐르는 곳이 아닌 엄마 만의 아름다운 바다이다.


글 | 강영민 Kang Young-Min / stocka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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