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께…”

우리의 모든 ‘어머니’들이
분명 지나왔을 그녀들의 스무 살,
그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
만약 스무 살 시절의 엄마를 만나고
두근거리는 첫사랑을 보게 된다면…

 

 

인어공주의 주요 무대는 바다목욕탕이다.

 

두 장소는 과거와 현재의 상징이며, 판타지와 현실의 공간이기도 하다.

바다는 젊음, 꿈, 판타지, 행복한 추억이 물결치는 젊은 연순의 아름다운 공간이자 우리가 꿈꾸는 아련한 추억의 시간이기도 하다.

 

반면 목욕탕은 현재의 고달픈 삶이며 현실의 ‘때’가 잔뜩 찌들어 있는 오늘의 연순이 존재하는 곳으로 우리 모두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현재의 시간이다.

 

영화는 우리의 모든 ‘엄마’들이 분명 지나왔을 그녀들의 스무 살,

그 아름답던 시절에 대한 호기심 어린 상상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하고 말이 없는 아버지, 그저 착하기만 한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나영의 집안은 점점 찌들어 간다.

목욕탕 때밀이로 가정의 경제력을 책임진 엄마 연순은 계란 값 하나에 몸싸움을 하는가 하면,

버려진 물건들을 집안으로 가져와 쓰는 억척스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나영에게는 이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아버지 때문에 대학도 포기한 채 엄마와 매일 싸우며 하루를 살아간다.

 

나영의 눈에는 엄마의 삶은 그저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하기만 하고

아버지의 모습은 무기력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이다.

아름다운 기억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가족의 냉혹한 현실을 보면서

“그 사람들 누구도 부모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다.”라고 나영은 애인에게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뉴질랜드로의 연수다.

생활의 모든 짜증은 뉴질랜드 화보를 보며 씻어 내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이젠 쉬고 싶다.”라면서 집을 나가 버린 아버지의 눈물을 보게 되고,

나영은 뉴질랜드행 비행기 대신 아버지의 추억이 있는 섬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과거 20년 전 우체부였던 아버지와 해녀였던 엄마 연순의 꿈같은 로맨스를 보게 된다.


나영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스무 살 시절의 해녀 엄마 연순,

억척스러운 모습은 그대로지만 현재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맑고 순수한 모습의 연순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녀는 현실의 지독한 엄마와는 달리 해물 부침개 하나라도 마을 주민과 나눠 먹을 정도로 정이 넘치는, 맑고 순수한 처녀이다.

마을 최고 실력의 물질에다가 집안일, 밭일, 뭍으로 나간 동생 뒷바라지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섬마을 우체부 진국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맑은 눈빛의 우체부 진국 또한 연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서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서툴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연순을 뒤에 태우고 의기양양하게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아버지 진국,

수줍음 많고 싱그러운 젊은 시절을 살고 있는 스무 살 나이의 엄마 연순을 보면서 친근감을 느끼고 차츰 현실의 엄마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의 기본 형식은 멜로와 판타지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판타지’의 효과는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극적 장치로 이용해 가족간의 화해를 도모하고,

화합의 장을 열어준다.

나영과 연순의 1인 2역을 하는 전도연의 뛰어난 연기는 극명히 대비되는 두 캐릭터 간의 끈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주고 있다.

세상의 많은 딸이 그렇듯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엄마는 사랑이란 걸 해 보긴 했을까?’ 라고 나영은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 맑고 순수한 스무 살 적 엄마를 만난 나영은 엄마에게 점점 친근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나와 같은 젊은 시절을 살고 있는 그녀를 보며 현실에서의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나도 이젠 쉬고 싶다.”던 아버지 또한 더 이상 무력하고 책임감 없는 초라한 사람이 아닌,

스무 살 시절 여성들이 한번 쯤은 꿈꾸었던 부드럽고 따뜻한 첫사랑의 이미지로 살아 났다.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생각 나유.”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연순,

“우리 엄마는 때밀이예요.”라고 말하는 나영의 모습에서 우리의 억척스러운 엄마들도 젊은 시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꿈을 지닌 존재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목욕탕은 더 이상 땟물 흐르는 곳이 아닌 엄마 만의 아름다운 바다이다.


글 | 강영민 Kang Young-Min / stockang@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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