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선사시대부터 세이렌(Siren)이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이들 바다 생물체를 최초로 기록한 문헌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이다.
이 작품에는 두 세이렌이 등장하나 그 후로는 세 자매, 네 자매가 등장하는데 모두 노래와 연주 솜씨가 뛰어났다고 한다.
이들은 지중해의 한 섬에 살면서 감미로운 노래로 지나는 배의 선원들을 섬으로 유혹하여 잡아먹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마녀 키르케의 조언을 받아들여
밀랍으로 선원들의 귀를 막고,
자신은 몸을 배에 묶은 상태였기에 그 섬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
이에 낙담한 세이렌은 바다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호메로스가 어디서 이 신비한 존재를 찾아냈는지 의문으로 남아 있다.
페키니아 뱃사람들의 이야기나 동양의 설화에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고,
순전히 그가 상상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 이후로도 그들이 노래를 불러 뱃사람을 유혹하고,
그 노래를 들은 이는 누구든 죽는다는 기본적인 줄거리는 변함이 없었다.
그리스 시대에는 머리만 여자일 뿐 온통 새의 모습이었던 세이렌은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다가 로마시대에 이르러 날개 달린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19세기의 그림에서는 옛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세이렌을 날개를 단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꼬리 지느러미를 갖고 있는 물고기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세이렌의 이미지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에서부터 시작된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해 죽음으로 몰고 가는 죽음의 악녀에서부터 중세의 흉직한 괴물을 거쳐 타락한 창녀로도 표현됐다.
하지만, 현대판 세이렌의 전설은 낭만주의의 전성기인
1835년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당시까지 세이렌은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즉 남성들에게 치명적일 만큼 위험하고 퇴폐적인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낭만주의 시대의 작가들은 세이렌을 착하고 연약하며 사랑스런 젊은 아가씨로 변모시킨다.
상징주의 화가들에 의해서는 뮤즈의 역할을 부여 받기도 했으며,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세이렌을 인격화된 여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독일 작곡가 바그너는 자신의 작품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독일 민속에 뿌리를 둔 물의 요정 운디네를 통해 세이렌을 표현하기도 했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고대의 세이렌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호메로스의 세이렌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다만 그 매력적인 목소리이며,
아름다운 육체, 긴 머리카락, 물고기 꼬리 등은 중세의 전통을 계승했다.
하지만, 뱃사람을 유혹해 죽음으로 몰고 가는 유혹자(세이렌)라기 보다는
상처받기 쉬운 희생자(인어공주)로서 바다의 왕 트리톤의 막내딸 에리얼로 다시 태어났다.
원래 <인어공주>는 비극으로 끝나는 동화이다.
하지만, 디즈니는 모든 역경을 이기고 당당히 왕자와 결혼하고 마는 해피 엔딩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시대에 따라 세이렌이 여러 모습으로 표현됐듯이 현대에 들어와서 인어공주는 자기의 주장을 당당하게 표현하며 사랑을 쟁취하는 진취적인 현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동심을 통해 표현하는 동화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재해석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아이들 뿐 만 아니라 어른들도 다시 보며 즐거워하는 이유라 생각된다.
참고:
다이빙의 살아있는 신화 꾸스토(Jacque Yves Cousteau)의 주도 아래 15개국의 수중협회가 모여 1959년에 창설된 세계수중연맹 CMAS(Confederation Mondiale des Activites Scubaquatiques)의 로고는 프랑스 파리 프티 팔레에 전시되어 있는 요하네스 쿠바의 <정원의 방제법>에 있는 세이렌의 모습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디즈니랜드의 <만화영화> -인어공주-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입니다.
내용을 잘 음미하면서 보시기 바랍니다.
이내용은 사람들이 사는 바깥 세상을 그리워하는 에리얼에게 세바스찬이 바다 밑에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지를 노래하는 것으로
정말 엉터리 같은 세상에서 인어가 아니드라도 물속으로 잠수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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