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실화를 다뤘다.
98년 여름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라는 곳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미국인 로너건 부부가 실종된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그들이 실종된 장소는 상어 중에서도 잔인하기로 유명한
뱀상어(Tiger shark)의 출몰 지역이었으며,
사건 발생 48시간 만에 그들이 착용하고 있던 B.C가
해안에서 발견되면서 뱀상어의 습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몇 달 후 연안에서 포획된 상어 뱃속에서 인간의 잔해가
발견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이 부부의 구조요청이 적힌 메모판이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아직까지도 미궁 속에 빠져 있다.
크리스 켄티스 감독은 이 사건을 토대로 부부가 상어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됐음을 가정하고 스토리를 그려 나간다.
원제인「오픈워터(Open Water)」는 스쿠버다이빙의 초급과정을 뜻하는 용어로,
다이빙에 필요한 기본적인 이론과정과 물속에서의 호흡법, 장비
사용법 등의 실습 과정을 거쳐 바다에 나가 첫 다이빙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뜻한다.
부부인 대니얼과
수전은 오랫동안 계획해 온 환상적인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작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스쿠버다이빙
투어에 참여한다.
여러 팀의 다이버들과 수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부부는
30여 분간의 잠수 후 물 위로 상승한다.
하지만, 물 위로 올라온 부부는 보트가 없는 것을 보고
당황하게 된다.
다이버의 수를 잘못 센 가이드가 그들을 망망 대해에 남겨둔 채
돌아간 것이다.
기다림에 지친 부부는 서서히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일광욕을 즐기던 따사로운 햇살은 두 사람을 점점 괴롭힌다.
배고픔과 체온 손실로 인한 추위, 상어 떼의 출현, 그리고
어둠은 망망대해에 외따로 버려진 부부를 괴롭힌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다림의 희망은 짜증과 공포심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다.
이제 두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되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바다가 지옥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연출과 각본, 촬영을 맡은 감독은 스쿠버다이빙을 자주
즐겼던 다이버이기에 바다가 무엇보다 무서울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영화는 두 사람의 표류 직후부터 끝날 때까지 바다 위에 떠
있는 두 사람 외에는 아무것도 카메라에 비추지 않는다.
다만, 무시무시한 음악과 함께 나타나는 상어 지느러미만이
관객을 공포로 몰아 넣는다.
감독은 더 없이 아름다운 바다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어두움을
끄집어 내어 고립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극한 감정과 대비 시킴으로써 공포를 더욱 증가시킨다.
여기에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CG 대신 40~50마리의 실제
상어 떼를 주연 배우의 주변에 모아 촬영했다고 한다.
이 상어 떼는 2~3미터가 넘는 식인상어 50여 마리로,
둘은 잠수복 밑에 체인으로 된 보호대를 착용하고 촬영에 임해야
했다고 하니 촬영장에서의 공포감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간다.
상어가 나오는 공포 영화이지만,
나약한 인간의 공포심을 주제로 한 영화라는 점이 관객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한편으론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날수도 있는 영화이지만,
어느 한쪽으로는 더 없이 무서운 영화가 되는 이유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어보다 인간이 서로에게 갖는 증오심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글 | 강영민 Kang
Young-min + stocka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