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보면 노아는 대홍수를 피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방주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역청(pitch)을 칠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덕분에 비가 내리는 수개월 동안에도 물을 퍼내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역청에서 시작한 방수재료는 합성고무, 아크릴수지, 폴리우레탄수지 등으로 발전했고 더 완벽한 방수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1976년 미국 고어텍스사가 라미네이트 기술을 개발하면서 방수 기술은 한 단계 더 진화를 하게 된다.

인체 내에 땀은 증발시키면서도 완벽한 방수기능을 재현한 투습방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기존의 방수소재가 비옷을 입을 때 처럼 후덥지근한 것이라면,

투습방수 소재는 땀을 배출하기 때문에 뽀송 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투습방수 기능은 수증기의 크기(0.0004μm)와 빗방울이나 물방울의 크기(100~3,000μm)가 크게 다른 점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폭우 때 물방울은 3,000μm, 보통 비는 2,000μm, 이슬비는 500μm, 안개는 100μm 정도의 크기를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수증기는 빗방울이나 물방울의 크기보다 훨씬 작은 0.0004μm의 크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소재의 표면에 물방울보다 작지만 수증기보다는 큰 구멍(0.2~10μm)을 무수히 많이 만들면 땀은 원활하게 배출하되 뛰어난 방수기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현재 투습방수 재질은 기술적으로는

초극세 섬유를 사용해 고밀도 직물로 가공하는 방법,

견직물에 투습방수성수지를 코팅하는 방법,

미세한 다공질 막을 라미네이트(laminate : 접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코팅 방식은 무엇보다 가공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코팅 방식을 이용한 대표적인 것으로 일본에서 나온 엔트란트가 있다.

엔트란트는 우레탄계열의 수지 75%와 불소계 발수제 25%로 만들고 있는데,

구김에 강하고 세탁을 하는데도 편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라미네이트 방식과 비교해도 방수 방풍 성능은 엇비슷하다.

하지만 투습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


라미네이트 방식는 무수히 많은 얇은 다공질 필름을 나일론 같은 소재에 접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생산 공정이 복잡해 직접 코팅에 비하여 제조원가가 비싼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원단 본래의 촉감을 거의 해치지 않고 높은 수압에서도 방수가 되는 소재를 만들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고어텍스(Goretex), 심파텍스(Sympatex) 등 고가의 투습방수원단은 대부분 라미네이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고어텍스의 경우, 폴리사플루오르에틸렌(PTFE)으로 만든 고어텍스 멤브레인(GORE-TEX membrane)을 사용한 직물이다.

고어텍스 멤브레인에는 ㎠당 14억 개의 미세한 구멍이 있다.

고어텍스의 구멍 크기는 직경 0.2μm 정도이며 물방울 입자의 2만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부의 비나 눈 그리고 바람을 막아준다.

반면 수증기 입자보다는 700배가 넓어 신체활동에 의해 발생한 땀 등 내부의 더운 습기는 쉽게 배출한다.


고어텍스는 화학약품에 안정적이고 피부에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화학적으로 안정하다는 의미는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하여 쉽게 다른 물질로 변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방진복이나 유전 작업복 등 기능성 옷 뿐 만 아니라 의료용으로 몸속에 삽입하는 인공혈관 등 보조기구, 전선의 피복제, 관 연결 틈새를 막아주는 개스킷 등으로 이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 뷰렛의 꼭지부분, 테프론 테이프, 비교적 저온 반응장치, 저장용기의 마개 등 과학실험실에서도 널리 애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물이나 기름을 완벽하게 차단하면서도 이들 액체를 통과시킬 수 있는 소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연구팀은 폭이 400μm 정도 되는 실리콘 못을 빈틈없이 배열하여 액체를 차단하는 방수소재를 개발했다.

실리콘 못을 이용한 이 방수소재로 표면처리를 하면 액체가 표면에 물방울처럼 맺혀 있게 된다. 

 

 

특히 실리콘 못 방식은 물이나 기름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액체를 모두 차단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극한 상황에서의 방수 기능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헬리콥터의 날개인 로터 블레이드다.

즉 헬기는 고도를 높일수록 로터 블레이드에 결빙이 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커지는데 실리콘 못의 완벽한 방수-방유 기능을 활용하면 높은 고도에서도 헬리콥터의 안전한 운항이 가능해진다.


실리콘 못은 차단했던 액체를 다시 흘려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실리콘 못으로 차단된 상태에서 전기를 흘려주면 실리콘 못의 간격이 벌어지고 실리콘 못 사이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이다. 이처럼 원하는 대로 방수에서 투과로 성질이 바뀌는 특성을 갖춘 데다 생산 공정이 라미네이트나 코팅 방식보다 간단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은 칩 위에서 각종 화학실험을 수행하는 랩 온 어 칩(lab on a chip)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역청에서 시작된 방수 소재의 진화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북경올림픽 현장,

 

400m 남자 수영 결승전을 앞두고 수영 경기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금메달 예비후보에 대한 각국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된다.

아나운서 : 여기는 북경 올림픽 현장입니다.

               곧 400m 남자 수영 결승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인지,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지금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해설자 : 선수들 몸을 풀고 있습니다. 슬슬 트레이닝복을 벗고 수영복 차림을 하는군요.

            역시~ 올해도 전신 수영복이 대세입니다.

            선수들 경쟁도 경쟁이지만,

            올해 수영 금메달은 어떤 수영복이 따게 될지, 수영복 경쟁도 참 흥미롭습니다.

아나운서 :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선수들 수영복이 각양각색이네요.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도 있고, 반신 수영복에, 반바지, 팬티 수영복만 입은 선수,

               마치 수영복 패션쇼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부끄럽지만 이제까지 전 수영복은 신체를 가리는 옷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말입니다.

               수영복에서 신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지요?

해설자 : 그렇죠, 패션쇼보다는 과학쇼가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지금 이 수영 결승전은 선수들의 기량을 다투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는 수영복 과학의 경연장이니까요.

            수영은 0.01초가 승부를 결정합니다.

            0.01초면 2.5cm를 갈 수 있는 시간이죠.

            이렇게 짧은 시간에 승부가 결정되니 수영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나운서 : 수영복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하군요.

               저 다양한 수영복 중에서 어떤 수영복이 가장 뛰어난 기량을 발휘합니까?

               보기엔 전신 수영복이 가장 눈에 띕니다만…

해설자 : 전신 수영복은 이미 명성이 높지요.

            시드니 올림픽에서 전신을 감싸는 올인원 수영복이 등장했을 때

            모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독특한 외모보다 더 놀라운 건 기록이었죠.

            전신 수영복을 입은 이언 소프 선수는 세계신기록을 3개나 세우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당시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은 17개 종목에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나운서 : 언뜻 보기에는 답답할 거 같은데,

               입기도 불편할 것 같고요.

               어떻게 속도가 나는 걸까요?

해설자 : 사실 입기는 꽤 불편하다고 해야겠죠.

            입는데 10분이 넘게 걸리고 도와주는 사람도 네 명이나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죠.

            몸 전체를 감싸 근육의 떨림을 막아 피로를 덜 느끼게 되고,

            코팅 처리된 표면은 원래 피부보다 훨씬 매끄러워 물을 튀겨 내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 벗는 게 저항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군요.

               저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선수 모습을 보면 상어가 떠오릅니다.

               물살을 가르는 검푸른 상어, 말하고 보니 조금 무섭기도 하네요.

해설자 : 하하, 너무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데요.

            저 전신 수영복은 사실 상어에게 도움을 받은 기술입니다.

            상어의 표면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작은 삼각형 돌기들이 나있습니다.

            전신 수영복도 마찬가지로 작은 삼각형 돌기가 나 있어,

            물과 표면 마찰력을 5% 줄여 줍니다.

            물이 피부에 닿을 때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이 돌기가 그 소용돌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골프공의 표면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만들어진 겁니다.

            매끈한 표면보다 울퉁불퉁해 보이는 게 저항을 덜 받고 멀리 날아가죠.

아나운서 : 그렇군요, 상어의 피부라니,

               바다에서 가장 빠른 상어를 이용한 기술이로군요?

해설자 : 물론 상어는 바다의 포식자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가장 빠른 건 아닙니다.

            바닷속 수영 속도로 보자면 상어는 8위 정도지요.

            황새치, 다랑어, 범고래, 돛새치 등이 상어보다 빠릅니다.

            그러니 돛새치나 황새치의 비늘 모양을 활용한 더 빠른 수영복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요.

아나운서 : 네, 같은 전신 수영복이라도 지난 몇 년간 새로운 기술이 많이 개발되었겠지요?

               4년 전 올림픽과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해설자 : 올해 2월에 첫선을 보인 스피도사의 LZR Racer(레이저 레이서)가 단연 눈에 띕니다.

            이 수영복은 5개월 만에 세계 신기록을 38개나 갈아 치웠어요.

            신기록 수영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초음파로 섬유를 이어 붙여 봉제선이 없고,

            경계선은 방수소재 직물을 사용해서 기존 수영복에 비해 마찰을 24% 줄였습니다.

            부력은 향상되고 마찰은 줄이고,

            결과적으로 전체 속도가 2% 정도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움직임이 활발한 무릎에는 실리콘을 넣어 주름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고,

           발목을 감싸는 부분도 실리콘 소재를 사용하는 등 부위별로 다른 소재와 기능을 배치했어요.   

           나사(NASA)와 공동으로 개발한 첨단 과학의 산물이죠.

 


아나운서 :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수영복이로군요.

               저 팬티 수영복을 입은 선수는 마치 상어들 틈에 낀 순진무구한 돌고래같이 보이네요.

               과연 전신 수영복을 입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해설자 : 일단 출발이 좋아야겠지요.

            뒤에서 따라 가려면 앞서 가는 선수가 만들어낸 물살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저항이 더 커지니까요.

            그리고 제아무리 상어 비늘을 단 선수라고 해도

            궁극적으로 승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땀입니다.

            더 좋은 수영복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없던 실력을 생기게 해주는 마법은 아니니까요.

            혹시 모를 일입니다.

 

            이 모든 과학적인 노력이 허무하게 

            평범한 팬티 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도 있어요.

            그게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겠죠.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로이터 | 기사입력 2008.07.2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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