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이 멀리 떨어진 궁벽한 곳이기에 지식을 넓힐 도리가 없다.

중국 학자를 만나서 나의 막힌 가슴을 터 놓기가 소원이었다.

어느덧 백발이 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날개가 돋힐 수 있을까."

조선 후기 문인화가 강세황의 한탄이다.

그토록 바라던 기회는 나이 일흔이 넘어서야 찾아왔다.

외교 사절로 가는 사행(使行)에 부사(사절단 대표인 정사 아래 직위)로 발탁되어 1784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청나라를 다녀온 것이다.

직업화가는 아니었지만 그림으로 당대 으뜸이었던 그는 시화첩, '사로삼기첩(槎路三奇帖)'과 '영대기관첩(瀛臺奇觀帖)'으로 사행을 기록했다.

 

↑ 강세황의 ‘영대기관첩(瀛臺奇觀帖)‘ 중 ‘영대빙희’부분도.

청나라 군사들이 얼어붙은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며 활쏘기 묘기를 보이는 장면이다.

<<국립 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이 27일 시작한 전시 '중국 사행을 다녀온 화가들'은 강세황을 비롯한 조선 후기 화가들의 사행 기록화와 관련 자료 33점을 모았다.

중국의 선진 문물을 선망하던 그 시절, 사행의 현장을 담은 그림과 문화 교류의 결실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행은 공식 수행원 30여명을 포함해 300명 가량이 움직이는 대규모 출장으로, 도화서 화원들이 반드시 따라갔다.

화원이 아닌 문인화가들은 강세황 처럼 사신 자격으로 가거나, 추사 김정희(1786~1856)처럼 자제군관(사신들의 개인 수행원)으로 다녀왔다.

사행은 문화 충격이었다.

다녀온 지식인들은 책을 써서 이를 알렸다.

<열하일기>가 대표적이다.

연암 박지원은 이 책에서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얕볼 게 아니라 그들의 앞선 문물을 배워야 한다는,

당시로선 도발적인 주장으로 선풍을 일으켰다.

전시에 나온 조선 후기 8폭 병풍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는 사행 화가의 눈에 비친 청나라 수도 연경(지금의 베이징)이 얼마나 놀라웠을지 짐작케 한다.

저자를 가득 메운 사람과 수레, 상점, 크고 작은 토목공사, 길거리 공연 등 왁자지껄한 활기가 아주 볼 만하다.

추사가 1844년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명작 '세한도'도 오래 전 1809년 사행의 인연에서 나왔다.

당시 사행에 동행한 역관 이상적은 중국에 갈 때마다 새 책을 구해 보내 주고 중국 내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줬는데, 그게 고마워서 그려준 그림이다.

'세한도'에 붙은 여러 중국 문인들의 발문은 이상적이 중국에 이 그림을 들고 가서 받아 온 것이다.

사행을 20회 이상 다녀온 그는 시문집 '은송당집'(恩誦堂集)을 생전에 연경에서 발간 할 만큼 뛰어난 문인이기도 했다.

이밖에 뱃길 사행의 여정을 기록한 '항해조천도(航海朝天圖)', 화원화가 이필성의 '심양관도첩(瀋陽館圖帖)', 사행을 통해 만난 양국 관리들이 주고 받은 시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5일까지.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해마다 가을을 알리는 냄새가 있다.

도심의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바쁜 출근길 직장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지그재그로 걷고 있다.

바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알 때문이다.

자칫 바닥에 떨어진 은행나무(Ginkgo biloba)의 종자를 밟으면 과육질이 구두에 묻어 회사 사무실에서 불쾌한 냄새를 풍길 수 있다.

 

은행알에서는 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일까?

개나리나 목련, 진달래와 같은 나무는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서 피기 때문에 모든 나무마다 열매가 열린다.

반면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자라서 암나무에서만 종자가 난다.

우리가 흔히 은행나무 열매라고 알고 있는 은행알은 실은 열매가 아니라 은행나무 종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학문적으로 은행나무는 침엽수(나자식물)에 속하고 자방(종자가 들어있는 방)이 노출돼 있어 열매가 생기지 않고 종자만 생긴다.

은행알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의 겉껍질에서 난다.

겉껍질을 감싸고 있는 과육질에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수컷 은행나무만 골라 가로수로 심으면 도심에서 고약한 냄새를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

[그림 1]은행알은 암나무에서만 열리며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종자의 겉껍질에서 난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그러나 은행나무는 어른으로 자라나 종자를 맺기 전까지 암수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어린 은행나무는 심은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야 종자를 맺을 수 있는데,

다 자란 다음에 암수를 구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손자대에 가서야 종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해 ‘공손수(公孫樹)’란 별칭이 있다.

수명이 긴데다 종자의 결실도 매우 늦다는 데서 얻어진 이름이다.

그런데 2011년 6월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 잎을 이용해 암수를 식별하는 ‘DNA 성감별법’을 개발했다.

은행나무 수나무에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DNA 부위를 검색할 수 있는 ‘SCAR-GBM 표지’를 찾아낸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1년생 이하의 어린 은행나무도 암, 수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은행나무는 지구에서 살아온 온 역사가 길다.

식물학자들은 은행나무가 약 3억 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 초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살았던 은행나무 가운데 일부는 땅속에 묻혔다가 오늘날 석탄 혹은 석유 형태로 쓰이고 있다.

은행나무는 중생대 쥐라기 때 가장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들과 함께 지구상에 군림했던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공룡들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려면 키가 큰 은행나무의 그늘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아니라 ‘바이에라 은행나무(Ginkgo baiera)’가 번성했다.

바이에라 은행나무는 현재의 은행나무와 비교하면 잎이 더 많이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고 키도 훨씬 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바이에라 은행나무는 멸종돼 지금은 화석으로 만 볼 수 있다.

중생대 말 백악기가 도래하면서 현재의 은행나무가 번성하기 시작해 1억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도 인간의 꼬리뼈처럼 진화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과연 그 흔적은 어디에 있을까?

태초에 생명체는 물속에 살고 있었는데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식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육상 환경에 맞도록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켰다.

은행나무도 여기에 동참했다.

물속식물은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자를 물속에 뿌려 수분을 맺도록 했다.

땅 위에 살고 있는 식물의 꽃가루에 해당하는 것이 정자다.

물속에서는 꽃가루를 운반해 줄 바람이 불지 않는다.

물고기가 벌과 나비를 대신해 꽃가루를 옮겨다 주지도 않는다.

때문에 정자는 여러 개의 꼬리를 달고 물속을 헤엄쳐 난자를 찾아 다녀야 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육상에서 자손을 남길 수 없었다.

결국 암컷의 난자는 세포 안에서 수컷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난자는 다른 세포로 둘러싸인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정자가 찾아오길 기다린 것이다.

오늘날 육상식물은 바람과 벌, 나비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운동성을 지닌 꼬리가 필요 없다.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그런데 은행나무만은 여전히 정자에 꼬리를 달고 있다.

꼬리가 없다면 꽃가루라 불러야 마땅하지만 스스로 움직이면서 운동할 수 있어 ‘정충’이라 부른다. 1895년 일본인 히라세 교수가 정충을 처음 발견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충이 스스로 움직여 이동할 수 있다는 표현을,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혹은 한 가지에서 이웃가지로 나무껍질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오해다.

암꽃의 안쪽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우물이 있고, 이 우물의 표면에 떨어진 정충이 짧은 거리를 헤엄쳐 난자 쪽으로 이동하는데 꼬리를 쓰는 것이다.

은행나무 종자는 원시시절 물속식물이 지녔던 흔적인 것이다.

이제껏 식물학자들은 지구 어딘가에 야생 상태로 자라는 은행나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쓰촨성과 윈난성 같은 오지를 답사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중국 양쯔강 하류 절강성과 안휘성의 경계를 이루는 톈무산맥의 해발 약 2,000m 지점에서 야생지를 발견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라는 은행나무도 과거 중국에서 들어온 외국수종이란 얘기다.

신기한 것은 깊은 산속에서는 은행나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있는 은행나무도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듯 깊은 산 속에 자라더라도 인간이 옮겨다 심은 것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은행나무 종자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산 위로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하지만 참나무류 열매인 도토리는 크고 무거워도 다람쥐가 겨울철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옮겨다 땅에 묻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매년 봄 싹이 돋아나 나무로 자라난다.

그렇다면 은행나무를 옮겨다 심어주는 동물은 없을까?

아쉽게도 종자를 덮고 있는 과육질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만지면 피부가 가렵기 때문에 다른 동물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만이 은행알을 먹으며, 다른 곳에 종자를 퍼트려 준다.

인간이 사는 곳 부근에서만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은행알의 고약한 냄새는 은행나무가 인간에게만 보내는 비밀 신호는 아닐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2차전지가 전기차에 이어 선박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8일 영국의 해양기술 전문 잡지 모터십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세계적인 선박설계 기업인 BMT 니겔지(Nigel Gee)사는 최근 추진동력으로 2차전지를 사용하는 연안 여객선 설계를 수주했다.

길이 25m, 정원 150명을 수송할 수 있는 이 여객선은 VRB(Vanadium Redox Battery)배터리로 추진되는 전기 모터를 탑재, 10노트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박 지붕에는 태양전지도 설치, 전기를 생산해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VRB전지는 주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로 대용량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9년에는 알카트라즈 크루즈사가 태양전지를 적용한 하이브리드 보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혼블로어(Hornblower)라고 알려진 이 하이브리드 보트는 1.2키로와트(KW) 태양전지를 통해 380볼트(V)의 배터리팩을 충전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디젤연료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엄밀한 친환경 선박은 아니었다.

니겔지사는 이 선박에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수 기술을 사용할 계획이다.

흔히 캐터머랜(catamaran)으로 불리우는 쌍동형 선형 기술 등이다.
(쌍동형이란 두개의 선체를 연결해 만든 선박을 지칭하는 말로 단선형에 비해 연료 사용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선박 자체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를 사용해도 충분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초의 친환경 선박의 등장은 내년으로 예정됐다.

회사측은 올해 하반기부터 건조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 시운전 및 진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에드 덧슨(Ed Dudson) 기술담당자는 "이번 디자인은 선박의 운행과 2차전지의 무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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