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굽는 냄새 고소한 소래 어시장
[오마이뉴스 2006-09-11 11:07]    
[오마이뉴스 김혜원 기자]
▲ 소래 어시장은 지금 전어 굽는 냄새로 가득합니다.
ⓒ2006 김혜원
“전어구이 먹고 가세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이래요.”

“전어 사세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잠그고 먹는다는 전어예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예요. 한 마리 더 드릴게 여기 좀 보세요.”

지난 9월 9일 소래 어시장 골목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고소한 전어 굽는 냄새를 찾아온 미식가들의 발길로 어느 때보다 붐비고 있었습니다.

“구이는 죽은 걸로 해도 돼요. 방금 죽은 전어가 1kg에 8천 원. 막 싸게 드려요. 들여가세요.”
“횟감용 전어는 500g에 1만원이요. 작은 거는 열 댓 마리 달려요. 회로 드릴까요?”

▲ 바다로 뛰어 갈듯 펄떡거리는 횟감 전어
ⓒ2006 김혜원
요즘 소래 어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역이라면 역시 전어입니다. 살아서 펄떡거리는 전어, 방금 죽어(?) 반짝이는 비늘이 그대로 살아 있는 전어, 음식점 앞 불 위에서 자글자글 기름을 내며 구워지는 전어는 어시장을 찾은 미식가들의 발길을 놓아주지 않습니다.

“전어 값이 올랐다면서요?”

열 식구 정도 먹을 양으로 구이용 전어 만원 어치와 생물전어 1kg이다. 광어를 산 후 손질을 하시는 아주머니의 절묘한 칼질 솜씨를 지켜보며 요즘 전어 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아주머니 말씀이 며칠 지나면 더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나는 건 좀 작은 거라 그래도 가격이 싼 편이지. 일주일만 지나면 지금보다 좀 더 큰놈이 올라오는데 그건 더 비싸요. 구이용은 비싸도 큰놈이 맛도 좋고 먹을 것도 있지만 횟감은 너무 크면 가시가 세서 먹기 힘들어요. 그저 아줌마 손바닥만한 크기가 회로 먹긴 좋아요. 좀 지나면 지금처럼 작은 건 없지. 값도 더 오르고.”

손놀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칼질을 하는 아주머니는 내친김에 전어자랑이 늘어집니다.

▲ 방금 죽은 듯 선도가 살아있는 구이용 전어는 1kg당 8천원.
ⓒ2006 김혜원
“이게 지금이 먹을 때거든. 봄부터 자란 놈이 지금 살이 최고로 통통히 오르거든. 기름기도 자르르르 흐르는 게 이거 가져다가 오이랑 깻잎이랑 청양 고추랑 썰어 넣고 초고추장에 살짝 버무려서 먹어봐. 새콤 달콤 고소한 게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몰라요.”

칼질만큼이나 맛깔 난 아주머니의 전어 칭찬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양수산부의 자료를 보니 봄에 산란한 전어는 여름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 등을 먹고 가을이면 몸길이 20㎝ 정도로 자라는데 이 때가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지면서 뼈가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또 가을 전어에는 지방 성분이 봄, 겨울보다 최고 3배나 높아 고소한 맛이 더하다니 ‘가을 전어 머리엔 깨가 서말’이라는 말 역시 단순한 속설만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 어시장은 언제나 사람사는 소리로 풍성합니다.
ⓒ2006 김혜원
횟감과 구이용 전어를 사 가지고 나오면서 보니 조개류를 파는 가게 아주머니가 손님들 주문을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키조개 주세요.”
“저도 키조개 주세요.”
“키조개 만원 어치 주세요.”

줄을 선 손님들 사이를 파고 들어가 보니 30센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싱싱한 키조개가 열 마리 만원. 믿어지지 않게 저렴한 가격입니다.

▲ 키조개를 손질하시는 아주머니. 손놀림이 예술이십니다.
ⓒ2006 김혜원
“아주머니 열 마리 만원 맞아요? 한 마리 천원이에요?”
“그럼요. 한 마리 천 원이면 거저나 다름없어요. 볶아먹고, 데쳐먹고, 무쳐먹고 뭐든 좋아요.”

포장마차에 가면 한 마리에도 만 원 이상을 받는 키조개가 한 마리 천 원이라니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 다른 손님들 뒤로 줄을 섭니다.

“이거 가져다가 된장찌개도 끓이고 미역국도 끓이고 조개국도 끓이고 어디든 넣어도 좋아요. 예전엔 귀했는데 요즘엔 양식도 하고 워낙 많이 잡혀서 거저나 다름없는 값에 파는 거지. 뭐든 많이 나면 값은 떨어지는 거니까.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두면 요긴하게 쓰인다니까요.”

빗속을 뚫고 온 소래어시장. 값싸고 싱싱한 생선을 장바구니를 채우다 보니 고소한 전어만큼이나 장보기의 재미도 고소합니다.

▲ 소래 어시장의 또다른 명물인 술빵. 따끈한 술빵은 한조각에 2천원.
ⓒ2006 김혜원
전어에, 광어에, 키조개까지 푸짐하게 장을 보고 어시장을 나오는 길에 갓 쪄낸 따끈한 술빵까지 하나 사서 호호 불어가며 출출한 배를 채우니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지금 소래 어시장엔 전어가 한창입니다. 이번 주말쯤엔 푸짐한 인심과 싱싱한 생선이 펄떡거리는 소래어시장에 한번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전어 굽는 냄새 고소한 소래 어시장. 집나간 며느리뿐 아니라 장안의 미식가들이 모두 모여들고 있는 가을 맛의 길목이랍니다.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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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전어, 15cm 정도 되는 것이 가장 맛있어
[조선일보 2006-08-31 09:59]  

"크면 퍽퍽, 작으면 씹는 맛이 없어
확실히 15cm 정도가 꼬숩지"

[조선일보 글·김성윤기자]

15㎝. 가장 맛있는 전어 크기다.

전어는 10㎝ 작은 놈부터 30㎝ 큰 놈까지 있다. 20㎝ 이상이면 보통 ‘떡전어’라고 표현한다. 2년 정도 자라면 15㎝가 된다. 정정호 서면개발위원회 사무국장은 “전어는 15㎝ 정도가 맛있다”고 했다. “너무 크면 구워도 살이 터석(퍽퍽)허지. 식당에서 쓰기에는 큰 놈이 좋지만, 확실히 15㎝ 정도가 꼬숩지(고소하지).”

특히 전어를 회로 즐기려면 15㎝ 정도가 적당하다. 전어는 ‘뼈회’(세코시회)로 주로 즐긴다. 생선살과 뼈를 함께 썰어 먹는 스타일이다. 몸집이 작거나 잔가시가 많은 생선을 회로 먹을 때 주로 사용한다. 전어 뼈회는 생선살을 등뼈와 함께 직각이나 대각선으로 자른다. 20㎝ 이상 큰 전어는 등뼈를 발라낸 다음 회를 뜬다. 뼈를 씹으면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오는 맛이 별미다.

뼈회로 먹을 때 전어가 너무 작으면 씹는 맛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크면 뼈가 억세서 먹기 힘들다. 그래서 15㎝ 정도가 딱 적당하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남쪽에서 겨울을 난 전어는 4월부터 6월에 걸쳐 난류를 타고 북상, 강 하구에서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느라 온 힘을 뺀다. 봄 전어는 그래서 맛이 떨어진다. 6~9월 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만 안으로 들어온다. 플랑크톤과 바닥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는다.

한국에서는 전어가 서해와 남해, 동해 전 해역에서 잡힌다. 강릉지방에서는 전어를 ‘새갈치’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어디 전어가 가장 맛있을까? 홍원항, 마량포구 등 서해안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서해산이 낫다고 열변을 토한다. 홍원항 횟집 주인들은 “고기는 간만의 차이가 큰 바다에서 자라야 맛이 좋고, 뻘(갯벌)과 어울려야 맛이 난다. 이모저모 따져보면 서해, 그 중에서도 서면 앞바다 전어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수협 관계자나나 도매상들은 남해산 전어가 조금 더 낫다는 쪽으로 기우는 편이다. 삼천포·남해산을 최고로 치고, 값도 남해산이 조금 더 비싸다. 하지만 삼천포에 가더라도 삼천포산 전어를 반드시 먹는다는 보장은 없다. 물량이 모자라니 서해안 쪽에서도 조달해온다.

8월부터 잡기 시작하는 전어는 9월 중순쯤 맛이 절정에 오른다. 이때 전어를 구워 접시에 담으면 바닥에 흥건하게 기름이 고일 정도다. 몸매가 둥글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면 우선 싱싱하고 맛있는 전어라고 봐도 된다. 썰었을 때 살이 단단하면서 불그스름한 빛이 감돈다.


(서천=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

 


출처 : 원더플스쿠바  |  글쓴이 : 해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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