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light Story I
-플래시라이트의 고전-
돌이켜 보면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기술의 발달에 의한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기술의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정서나 느낌 등에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하루가 격변하는 요즘에 와서 예전과 달라진 점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는데,
그러한 분야 중 하나가 플래시라이트입니다.
플래시라이트는 장소나 시대를 막론하고 많이 사용되는 도구 중 하나로 최근에 이르러서는 급격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EDC 용품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플래시라이트인데도 막상 EDC화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또한 가정 상비품으로서나 비상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있어서도 플래시라이트는 필수품으로 볼 수 있음에도 다른 용품들에 비하면 발전이 늦은 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나날이 발전하는 라이트들을 바라 보면서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조금씩 시간나는 대로 작성하여 올려 볼까 합니다.
요즘 20대 이하의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30대 이상이신 분들께는 집들이 선물 중 하나가 양초와 성냥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70년대, 80년대는 어떻게 생각하면 꽤 오랜 시대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았던 시대는 아니었음에도 양초와 성냥 등을 선물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에 비해 전력의 공급이 불안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소형 LED 라이트들을 보면 이제는 단순히 밝기, 사용시간 등의 성능만으로 제품의 우열을 가리는 시대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제품들과 프리미엄 제품들이 존재합니다.
아이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프리미엄 버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의 수요층이 형성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소형 LED 라이트들은 최근에 와서는 지하철에서 판매할 정도로 많이 유행하고 있는데 다른 분야들에 비해서는 기술적인 변화나 혁신이 체감하기 쉽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가령 만년필 등을 보면 재료나 가공법의 발전에 따른 기술적인 변화가 있기는 하겠지만 과거의 제품이나 현재의 제품이 크게 달리질 정도로 체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플래시라이트 - 특히 최근의 LED 라이트들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3년전 제품이 이미 구식이 될 정도입니다.
그러한 변화는 특히 소형 라이트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상대적으로 효율이 좋은 1W,3W LED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에는 거의 3W 체제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들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인 요소들이 결합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첨단을 달리는 최근의 LED 제품들이 앞 다투어 출시되는 것을 보면서도 아직도 과거의 유물들이 버젓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도 새삼 놀라게 됩니다.
위 사진의 플래시라이트도 그러한 플래시라이트의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되는데 흔히 군용 라이트로 알려져 있는 제품입니다.
원래 이 모델은 미군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도 우리나라 군대에서는 사용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알칼라인 D 셀 2개를 사용하는 크립톤 라이트로 아마 이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가정도 꽤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모양을 따라서 크룩넥 타입 플래시라이트로 불리우는 이 제품의 정식 명칭은 TL-122 라고 하는데 위 사진의 제품은 국산 제품입니다.
2차 대전시 미군이 사용했던 초기 모델은 A 타입으로 브라스, 메탈 등의 몸체에 헤드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금속제였으나,
다음 버전인 B 타입부터는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었으며,
C 타입을 거쳐 색상 필터 등을 추가한 D 타입이 현재까지 사용되는 최종형입니다.
그러므로 약간의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최종형이 정착된 후부터도 50여년이 넘게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플래시라이트 분야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한 제품이 아닐까 합니다.
후에 아크라이트, 스트림라이트, 슈어파이어 등의 제품을 접하면서는 매우 유치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사실상 현대의 모든 휴대용 라이트는 그 뿌리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간혹 TV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 인간이 조상이 원숭이에서 갈라져 나와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 등을 보게 됩니다만,
초기와 최후기형은 항상 그 차이가 매우 커 보입니다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수긍을 하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 플래시라이트 역시도 그보다 초창기 모델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 이전에는 주로 직선형의 제품들이었던 것에 비하면 포켓이나 배낭 등에 거치할 수 있도록 'ㄱ" 자 형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건전지는 테일캡을 열고 교체하며 테일캡 내부에는 필터들이 수납되어 있습니다.
이 필터들은 신호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주된 용도인데 녹색, 적색, 커버 그리고 디퓨저까지 들어 있습니다.
필터를 사용하려면 헤드 베젤을 열고 그 사이에 해당 필터를 넣고 다시 베젤을 돌리면 됩니다.
헤드 베젤이나 몸체 모두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으므로 크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가벼운 편이며 그립감도 괜찮은 편입니다.
뒤에는 클립이 있는데 이 클립은 일상복에는 사용하기 불편하지만 군복이나 작업복 등에 매우 거치 효과가 뛰어 납니다.
이 크룩넥 라이트의 조작법은 간단합니다.
몸체 중앙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점등/소등이 되는데 놀랍게 이 제품에 이미 모멘터리/컨스턴트 듀얼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순간 점등, 연속 점등을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유용한 기능입니다.
우선 몸체 중앙의 버튼을 보면 좌위에 칸막이가 솟아 있는데 이는 오점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제품들의 테일캡 테두리로 진화되었습니다.
일단 위 사진을 보시면 큼직한 스위치와 원형이 소형 버튼이 있는 것이 보이는데,
원형 버튼은 모멘터리(순간) 점등용이며 스위치는 컨스턴트(연속) 점등 조절용입니다.
위 사진처럼 컨스턴트 스위치가 최하단에 놓여 있으면 완전 소등 상태로 상단의 원형 버튼을 눌러도 점등되지 않습니다.
컨스턴트 스위치는 3단으로 조절되는데 위 사진처럼 중간에 놓으면 모멘터리 모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상단의 원형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에만 점등이 됩니다.
즉 누르면 켜지고 떼면 꺼지는 방식이라는 의미입니다.
컨스턴트 스위치를 제일 상단으로 올리게 되면 연속 점등이 되며 이를 내릴 때까지 계속 점등이 됩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에는 플래시라이트라고 하면 점등에만 주안점을 두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전우","3840 유격대","113 수사본부","추적","게리슨 유격대","전투" 등의 드라마에서 신호를 보낼 때 깜박깜박하는 기능을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의 택티컬 라이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군용 라이트라면 연속 점등/소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순간 점등/소등이 신속하고 신뢰성이 있는가에 더욱 비중을 두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고 보면 과거의 장비와 현대의 장비는 기술적인 진보에 의해서 그 형태나 사용법이 바뀌었을 뿐이지 기본적인 개념에서는 동일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을 달리던 이 우수한 라이트는 특별한 경쟁상대가 없어 오랫동안 애용되었는데 마침내 무시무시한 경쟁자가 출현합니다.
대개의 가정은 물론이고 동네 수퍼마켓을 비롯한 상가마다 비치되어 있으며,
지금도 캠핑에는 빠지지 않은 범세계적인 아이템인 일명 '순찰용 라이트'입니다.
특히 이 플래시라이트는 경비원이나 수위들이 주로 사용하는 라이트로 지금도 매일 저녁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빨간 색이 압도적인 이 라이트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재질이나 사용전지는 바뀌었습니다만,
디자인 자체는 큰 변화가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라디오용 각형 9V 전지를 사용하였는데,
후에는 C셀이나 D셀 또는 충전용으로까지 발전하여 지금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이 모델의 장점은 딱 두가지입니다.
밝다는 것과 사용법이 쉽다는 것입니다.
물론 싸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집에서 플래시라이트 가지고 장난하면 어른들에게 혼나던 시절도 있었고 그 당시로서는 다른 생필품에 비하면 결코 싼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플래시라이트의 밝기를 높히는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은 헤드와 반사경을 크게 만드는 것인데 다른 것을 포기하고 이 두가지만 키운 것이 바로 이 라이트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제품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슈어파이어로 치면 C3 정도의 밝기는 됩니다.
물론 빔의 품질이나 조사거리, 식별성 등은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면(사진의 제품은 비충전용인데 3,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꽤 쓸만합니다.
그리고 사용법이 처음보는 사람도 바로 사용할 정도로 쉽습니다.
우선 건전지나 전구를 교환하기 위해서는(전구 교환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만......) 헤드 베젤을 열면 됩니다.
일단 구멍이 앞에만 있고 뒤는 막혀 있는 상태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점등하려면 상단의 고무 스위치를 누르면 됩니다.
다른 이상한 부속물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도 없습니다.
중앙의 아치형 부분은 당연히 손잡이이며 헤드를 전방으로 향하고 손잡이를 잡게 되면 엄지 손가락은 당연히 스위치를 향하게 되어 있어 그렇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게 됩니다.
그리고 랜야드가 아예 포함되어 있고 질긴 고무 재질이라 손목에 걸고 시작하면 일단 매우 든든합니다.
게다가 워낙 덩치가 크고 빨간색이라 집안 어디에 두더라도 누구나 쉽게 찾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기본 딸림입니다.
다만 휴대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다소 문제가 있지만 군용 라이트에 비하면 일단 조사시에 시야가 뻥 뚫리는 느낌마저 받을 정도로 만족감을 줍니다.
매우 많이 보급된 이 제품은 지금도 농어촌인 배경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야간의 단골 소품이며 실제로 상비품이기도 합니다.
지금 20대 이하이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예전에는 등화관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간혹 2차대전사 등을 보면 전시 폭격을 당하게 되면 전등을 모두 소등하는 것을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훈련을 했었습니다.
또 새삼스러운 이야기 같지만 12시가 넘으면 길거리에 돌아 다녀서는 안되는 통행금지 - 일명 "통금" -를 시행했었던 시기와도 일치합니다만,
정기적인 민방위 훈련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등화관제 훈련을 했습니다.
그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인데 그 시간 동안에는 집집마다 불을 꺼야 하고 밖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면 안 되며 훈련 상황을 라디오로 청취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대개 드라마 - 특히 당시 베스트셀러인 전설의 고향 - 시간대이다 보니 TV는 켜놓고 군용 담요 등을 뒤집어 쓰고 보곤 했었습니다.
또 어쩔 수 없이 불을 켜야 할 상황이 되기도 해서 살짝 불을 켜기도 합니다만 그럴 때는 어김없이 밖에서 큰 소리가 납니다.
"501호 불꺼요!!! 불꺼!!!" 등등의 소리였는데 통장님인지 반장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러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집안에서도 플래시라이트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또한 등화관제가 아니더라도 당시에는 전력 상황이 지금보다 못해서 예고없는 정전이 매우 많았습니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면 간혹 정전이 되곤 했었고 가로등도 요즘보다 못하던 때라 밤에는 플래시라이트를 들고 다닐 때도 많았습니다.
또한 새벽에 운동하러 가거나 약수터에 가면 위에 소개한 두 가지 플래시라이트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HID를 손에 들고 다닐 정도가 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만,
현재도 위 라이트들은 사용될 정도이고,
또는 비록 형태는 바뀌었더라도 위 제품들이 추구했던 것 자체만큼은 동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시금 꺼내 보게 됩니다.
나중에 더 좋은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겠지만 위 두 제품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은 백전노장인 동시에 전세계를 평정했다는 점에서 플래시라이트 역사의 알렉산더 대왕이나 징기스칸 정도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출 처: http://www.ohled.com/20070412005
글쓴이: c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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