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도 제철이 있다 <16회>


생선은 1년 사계절 가운데 가장 맛이 좋은 시기가 있다.

이 시기를 제철(旬)이라고 부른다.

생선에 함유된 영양소 가운데 단백질은 1년을 통해 변화가 거의 없지만 지방질은 계절따라 그 양이 많아지거나 적어진다.

지방질 함량이 가장 많은 시기가 생선회의 맛이 제일 좋은 제철이다.

달리 말해 어패류는 산란기 전에 활발하게 먹이를 섭취하기 때문에 체내에 지방질, 아미노산, 글리코겐 등 영양분을 잔뜩 축적한다.

이 시기가 사계절중 맛이 가장 좋다.

그러나 산란기가 되면 이런 영양분을 알에 대부분 빼앗겨 산란후는 맛이 최저로 떨어진다.

생선은 종류에 따라 알을 낳는 산란기가 다르므로 맛이 제일 좋은 제철도 따라서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일정 크기 이상의 성어는 그 생선 본래의 맛을 갖고 있지만 새끼는 독특한 맛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성어는 맛있는 시기와 맛이 없는 시기, 즉 제철이 확연히 구분되는 반면 새끼는 일반적으로 1년내내 거의 비슷한 맛을 낸다.

대부분의 생선은 중간 정도의 크기가 맛이 제일 좋다.

너무 큰 것은 살이 질겨 오히려 맛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방어나 삼치는 예외다.

크면 클수록 맛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횟감으로 가장 좋아하는 광어라는 방언으로 불리는 넙치는 2~3kg의 것은 양식산이라도 자연산에 거의 맛이 뒤지지 않는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은 사계절에서 도다리는 봄에, 전어는 가을에 지방질 함량이 가장 많아 맛이 제일 좋다는 의미다.

가을 전어는 봄 전어보다 지방질 함량이 약 3배나 되므로 고소하고 맛이 좋다.

 

이 제철인 생선은 도다리, 방어, 삼치, 참돔, 학공치가 대표적이다.

도다리는 양식기술이 개발되기전 넙치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양식이 안되는 자연산 뿐이라 인기가 더 높다.

방어와 더불어 크면 클수록 맛이 더 좋은 삼치와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참돔과 학공치(사요리)도 봄이 제철이다.

여름농어, 돌돔 등이 맛이 좋다.

 

농어의 경우 그 맛을 못잊어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다는 이른바 오중노회(오중노회)라는 일화를 달고 다닌다.

일본인들의 여름철 스태미너식 뱀장어와 향이 좋고 글리코겐 함량이 많은 멍게도 괜찮다.

강태공이 가장 좋아하고 몸통에 줄이 있는 돌돔도 여름이 제격이며 환자식 및 산후조리식으로 애용되는 전복도 여름이 최고맛을 낸다.

가을대표는 역시 전어.

볼에 깨를 서말씩 붙이고 다닌다고 알려져 있다.

 

고등어 또한 빼놓을수 없다.

바다의 보리로 불리며 DHA, EPA 등 몸에 좋은 기능성 성분이 많고 등푸른 생선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산물 가운데 가장 많이 먹는 오징어는 당뇨병 예방, 피로 회복, 시력 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 있다.

한여름철 어선들이 제주도 밤바다를 낮으로 만드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았을 것이다.

갈치배다.

잡아 올린 갈치의 은빛이 춤출때마다 영롱하게 반짝이는게 볼수록 감칠 맛이 난다.

겨울에는 아무래도 복어에 따라갈만한 어종이 없다.

복어는 거위간, 떡갈나무 버섯, 철갑 상어알과 함께 미국 FDA가 세계 4대 진미식품으로 정한 어종이다.

 

이름이 20가지나 되는 출세어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방어도 있다.

조피볼락과 함께 우리나라 양식량의 약 90% 정도를 차지하는 넙치,

또 바다의 우유로 유일하게 유럽 사람들이 날 것으로 먹는 도 겨울 대표수산물이다.

알칼리식품 해삼도 겨울 맛이 그만이다.

 

출세어(出世魚)


성장함에 따라서 맛이 좋아지는 어종을 일본에서는 이름을 바꾸어 부르며,

이를 출세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사용하지않는다.

 

출세어는 수산업에서 유용한 어종으로, 성장 단계에 따라 풍미(風味)가 달라지므로 상품가치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

중세 이전의 일본에서는 성인이 되면 이름을 바꾸는 습관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와 같이 비약적으로 출세를 한 인물일수록 몇 번이고 이름을 바꾸었으며,

이런 습관이 생선에도 적용돼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어로,

지방에 따라 그리고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고 있으며,

이름이 20개 이상이나 된다.

방어 외에도 전어, 농어, 참돔, 숭어, 참다랑어 등이 있다.


<趙永濟 부경대교수. 생선회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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