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파단섬의 과거, 현재, 미래 말레이시아 영토인 보르네오섬 사바주에 있는 시파단섬을 한번도 가보지 못한 다이버들도 왠만하면 시파단섬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본지도 1995년까지는 시파단섬 이야기를 많이 소개했었고 그 이후로는 시파단이 워낙 유명해져서 기사로 다룰 가치를 상실할 정도였다. 그러나 5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시파단을 한번 더 정리해 두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시파단섬이 세계의 다이버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다이브 리조트 '보르네오 다이버스'와 뒤이어 PSR(Plau Sipadan Resort)이 생기면서 부터이며 지금은 시파단 파라다이스 (Sipadan Paradise / Syarikat Ramai Benar 회사소유)를 포함하여 다섯 개의 리조트가 있다. 한국인 다이버들이 시파단을 가기 시작한 역사는 꼬박 10년이 되는데 그 시작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시점 이후이다. 지금은 거대한 바라쿠다의 떼나 잭피쉬(빅아이 트레발리) 떼 또는 근접촬영 된 거북의 수중사진들이 우리나라의 다이빙 전문지에도 지겨울 정도.?로 소개되고 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다이버들은 이런 사진은 외국잡지에서나 구경해 보고 "이런 사진을 과연 어떻게 촬영하는 것일까? 이런 고기떼가 촬영거리를 준단 말인가? 아니면 접근하는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의문만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이버들이 그런 고기떼를 구경도 못해 보았거니와 만약 그런 고기떼가 있다고 해도 그 고기들이 가깝게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소수 그룹으로 몰려다니던 고기들도 스쿠바 다이버만 나타나면 목숨을 살리기 위해 멀리 도망가거나 바위틈으로 숨어버리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시파단 다이빙의 장점은 사실 대단한 것이다., 바라쿠다, 잭피쉬, 범프헤드 앵무고기(버팔로 피쉬) 같은 대형 고기들의 떼와 큰 거북들이 작은 섬 주변에 반드시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장관 중 한가지 만 있어도 아주 유명한 다이빙 사이트가 된다. 그러나 시파단에는 하나만 있어도 족할 광경들이 무슨 전시회나 되는 듯 다 모여 있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거북이 한 마리만 보아도 다이버들이 재수가 좋다고 좋아하지만 시파단에는 귀찮을 정도로 다이버들의 길을 막고 있는 것이 거북이들 이다. 또한 깊이 잠수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다이버들은 볼 수 없지만 시파단 깊은 수심 속에는 귀상어(헴머헤드 상어) 떼도 반드시 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이 귀상어들이 중간 수심까지 올라오는 일이 있어 다이버의 행운이 되기도 한다. 시파단에서는 다이버들이 대형동물만 구경하려고 돌아다니므로 다른 곳에서라면 열심히 구경하고 다닐 중간급 이하 작은 고기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시파단에 간 다이버들이 대물(大物)만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작은 고기들이나 한 두 마리가 돌아다니는 대물들은 다른 곳에서도 볼 기회가 있지만 시파단 특유의 대물 파노라마는 시파단에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파단에는 작은 열대어들도 세계 다른 어떤 유명 다이빙 사이트들보다 많으며 인근에 있는 마불섬(25분거리)까지 합쳐서 다이빙한다면 작은 열대어들의 진짜 전시장이 된다. 시파단은 빠른 시일 내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이 유명세 때문에 안 좋은 일도 벌어지고 있다. 너무 많은 다이버들이 방문하므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정부 차원의 우려가 일찍이 있었고 드디어 '99년도부터는 한 리조트당 동시에 묵을 수 있는 다이버의 수를 정부가 제한(할당) 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특히 피크 시즌에는 방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위치가 좋고 나쁜 리조트를 따질 수도 없게 된 것이다. '99년 11월6일자 뉴사바타임즈(New Saba Times) 신문에는 다이버가 중요하게 읽어야 할 기사가 실려 있는데 그것은 일본인 여성 다이버 3인이 시파단섬에서 불법 다이빙을 했다고 하여 경찰에 잡혀갔다가 리조트 업자의 로비에 의해 보석으로 풀려난 일이다. 시파단 리조트 업자들은 사전에 고객의 명단을 경찰에 신고해 놓아야 하는데 반발하는 업자들은 할당 정원을 초과해서 고객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은 불시에 섬에 나타나 사전 허가자 명단과 대조하여 명단에 없는 다이버를 연행해 가는 것이다. 붙잡힌 일본인 다이버들은 시파단섬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마불섬 리조트에 묵으면서 시파단 다이빙을 했다고 한다. 이는 리조트 업자와 경찰간의 문제일 텐데 억울하게도 외국인 고객이 당한 것이다. 리조트 업자들은 주정부의 시파단섬 다이빙 통제가 납득할 수 없는 법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사바주 관광개발의 큰 비중을 시파단섬에 투자한 민간업체들의 노력이 감당해 왔다는 것이고 수중생태계는 리조트 업자들의 자산이기 때문에 업자들 스스로가 수중자연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특히 내세우고 있는 공로는 이 일대에서 불법 폭탄어업을 쫓아냈다는 사실이다. 시파단섬과 마불섬에 리조트들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 일대 바다에서 불법 폭탄어업이 판을 쳤으나 업자들이 감시하는 바람에 엄청난 수중파괴가 막아졌던 것이 사실이다. 항간의 풍문에 의하면 어떤 큰손이 시파단의 리조트들을 다 쫓아내고 자본투입형 고급 리조트를 건설하여 독점적으로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시파단섬이 리조트의 개발에 의해 폭탄어업으로부터 보호된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다이버들이 들어감으로 인해서 산호초가 조금씩은 훼손되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관찰된 것은 인위적인 파괴보다 자연 변화에 의한 파괴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하다는 사실이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말레이시아 개발의 영향인지 알 수 없으나 시파단의 산호 밭은 사멸해 버린 곳이 방대한 면적에 달 해 있었다. 산호밭이 사멸해 버리면 그 속에 숨어살거나 기생하는 동식물이 사라져 먹이사슬이 끊어지므로 큰 물고기나 거북들도 식량난에 허덕이게 될 것이다. 아직은 눈에 보이는 크기의 생명체들이 활기를 잃지는 않고 있으나 폐허가 된 산호밭을 보노라면 시파단의 장래도 안타깝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본란은 뒤에 시파단섬의 다이빙 사이트들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나 이 자료는 버클리 북스(Berkeley Books Pte Ltd. Singapore)가 발행한 Malaysia Diving Guide(Andrea and Antonella Ferrai공저)의 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이며 이 안내서는 시파단섬 수중환경이 파괴되기 전 두개의 리조트 업체 밖에 없었던 시기에 쓰여진 것이므로 이 점을 참작하여 글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파단 수중환경이 다시 되살아 난다면 설명상에 별 오류는 없을 것이다. | |
한국의 액티브 다이버들이 안방처럼 드나드는 시파단섬 The popularity of Sipadan in Korea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한국의 다이버들이 시파단을 얼마나 좋아하며 얼마나 자주 다녀오는지에 대해 알고 나서 놀라버렸다. 필자를 포함해서 모두 13명이 단체를 이루었는데 3명을 뺀 나머지 10명은 시파단을 최소한 3회 이상 8회까지 방문하는 사람들이었으며 나머지 3명은 시파단과 팔라우는 여러 날 다이빙할 수 있는 완벽한 휴가를 얻었을 때 방문하기 위하여 섣불리 방문하는 경우를 물리치고 유보해 두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틀 반 밖에 다이빙할 수 없는 이번 여행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해외 다이빙 여행을 즐기는 다이버들은 안 가본 곳을 가보기 위해 동일한 바다를, 특히 동일한 리조트를, 여러 번씩이나 반복해서 가게 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시파단섬은 아주 작은 섬이어서 한번만 가 보아도 손바닥 들려다 보듯 알게 되는 섬인데도 여러번 반복해서 다녀오고 장기간 체류하는 다이버들이 많은 것을 보면 역시 시파단은 대단한 곳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시파단을 다녀온 사람들 중 많은 다이버들이 시파단의 다른 리조트들의 에어컨 없는 방에서 자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진짜 괴로운 날씨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91년도 4월경에 처음 시파단에 갔을 때 이야기이다. 바람이 완전히 멈춘 밤이 왔는데 습도와 함께 얼마나 더운지 도저히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하여 선착장 마루바닥에서 잠을 청하였는데 처음에 이곳은 어느 정도 바람을 쐴 수 있었다. 그러나 잠이 들고 나서 바람이 멈추자 모기들에게 얼마나 많이 물렸는지 온 몸이 엉망이 되었다. 귀국하던 날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셈포르나의 한 약방을 급히 찾아가 비상 구급약을 호소했는데 모기에게 뜯겨서 이런 법석을 떤 일은 처음이었다. 체질에 따라 에어컨 냉방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도 에어컨을 켜고 자야 잠을 잘 자는 타입인지라 시파단 파라다이스의 숙소는 마음에 들었다. 열대 모기들은 냉방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밤이 아니더라도 낮에 쉴 때 샤워를 하고 냉방에 누워 있으면 습도가 느껴지지 않아 훨씬 상쾌하고 다이빙 피로도 금방 없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데 에어컨이 없는 다른 리조트에서 묵었던 경험을 회상해 보면 이 이점은 더욱 분명하게 느껴진다. 시파단 파라다이스는 조수가 빠지면 선착장 쪽으로 걸어가서 보트를 타야 하고 드롭오프(Drop Off) 바로 앞에 있는 리조트들 처럼 곧 바로 그 앞에서 자유다이빙을 하지 못해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에어컨 체질들은 아마 두 조건을 빅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이빙 여행은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만족하기가 쉽지 않음을 이번에도 실감했다. 그것은 우리가 이틀 반에 걸친 11회의 다이빙을 했는데도 바라쿠다 떼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울을 떠나기 직전에 시파단 다이빙을 하고 돌아 온 다이버들은 바라쿠다 떼와 잭피쉬 떼가 한 곳에 몰려 있는 광경을 매일 싫증날 정도로 구경했다고 자랑했는데 우리들은 바라쿠다 떼를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으니 이런 운 나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아마 통계적으로 바라쿠다 떼를 못 보고 떠나는 확률은10%, 아니 5%정도 밖에 안 될 것이다. 그 작은 확률에 우리는 걸려 들었다. 그래서 또한 일행 중 여러 명이 시파단에 다시 오겠다는 오기의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플라우 시파단(Pulau Sipadan)은 면적이 16만㎡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모래섬으로 그 위에 열대 우림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Pulau는 섬의 뜻). 적도에서 북으로 5도 위쪽에 있으며 보르네오섬 북쪽 말레이시아 영토(sabah 주) 우측 해변도시 셈포르나(Semporna)에서 32km(스피드 보트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 떨어진 외해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세계인 시각에서 보면 아주 먼 곳에 있는 섬이다. 시파단섬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인도패시픽 수괴의 심장부 위치에 있으므로 해서 해양생물상이 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한 해역에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암본만에서 780종의 어류가 확인되고 인도네시아 전체에서 123종의 담셀피쉬(damselfish: 자리돔)가 발견된 것에 비해 시파단 해역에서 3,000종의 어류가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아도 이곳의 풍부한 생물상을 알 수 있다. 이곳의 생물상이 잘 보존된 이유는 과거 1억년 동안 열대기후를 유지해 왔고 백만년 전에 있었던 대빙하기에도 생물상이 희생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그리고 섬의 위치가 어부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먼 거리인데다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으며 자고로 해적이 출몰하는 해역으로 소문나 어부들이 이곳의 접근을 회피해 왔던 것이 생물상이 지켜진 원인도 되었다. 시파단섬은 700m수심에서부터 솟은 해봉이며 이 해봉은 다시 1,000m수심의 바닥에 둘러 쌓이고 이것은 다시 2,000m 수심 이상의 셀레베스해 심연에 이어져 있어서 여러가지 인간 활동들이 주는 위협을 피해 이곳을 피난처로 삼고 은신해 있는 어류들과 그것들을 뒤따르는 외해성 포식 동물들로 인해 해양생물의 보고가 되어 왔던 것이다. 시파단섬의 기원은 화산활동으로 셈포르나 반도를 형성시켰던 신생대 플라이오세(Pliocene世)로 올라간다. 그러나 시파단섬의 지리학적 생명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왔다. 육지의 침강이 환초를 만들어 현재의 모양이 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지구과학 지식이다. 시파단섬의 30m 수심권에 섬을 발코니 처럼 둘러쌓고 있는 좁은 툇마루들은 과거에 그곳이 해변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시파단섬 수중 동굴의 석순과 종유석은 약 2만년 전에 이 섬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현재의 시파단섬은 해발 2m미만이며 멀리 뻗어나간 리이프(reef)의 폭은 최대 2km를 상회한다. | |
시파단 섬의 다이빙 사이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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