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영상 제작의 이해 2
수중촬영의 특성

많은 사람들이 스킨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질문과 수중촬영을 의뢰한다.
그때마다 느낀 점은 수중 환경에 대한 상식이 너무나 부족해서 많은 경비를 들여 국내외로 촬영을 가지만 원하는 영상을 얻지 못하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것이다.
연재를 통해 수중촬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번 호에는 수중촬영의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글 | 최 찬 규
시네아트 감독 E-main : pd1@chollian.net

육상촬영에서 불가능한 샷 구현 가능


‘미션임파서블Ⅱ’라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을 접하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이 영화 첫 장면에서의 카메라 앵글은 멀리 보이는 까마득한 절벽을 담고 있다.

화면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절벽에 붙어있는 까만 점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화면에서 맨몸으로 절벽을 올라가는 낯익은 외국청년(톰크루즈)을 발견하게 된다.

카메라는 절벽을 기어올라가는 그 청년을 원거리에서 점점 가까이 확대하면서 정상에 도달할 때까지 까마득한 절벽전체를 함께 올라간다.

이윽고 정상에 도착한 청년은 지령이 담겨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임무를 부여받은 다음,

여성팬들을 꼼짝못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미소와 함께 멋진 폼으로 선글라스를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린다.

카메라 앵글은 정상의 그 청년 주변을 360도 회전하고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그 선글라스를 따라 간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까마득한 절벽을 따라 광대한 자연을 보여주던 그 멋진 장면을….


이런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촬영 장비들이 필요할까?


멀리서 절벽을 잡기 위해 헬기 및 특수장비가 필요할 것이고, 수많은 카메라와 엄청난 장비가 동원돼야만 할 것이다.

물론 세트장에서의 촬영이나 CG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카메라맨이 수퍼맨처럼 날라 다닐 수만 있다면 카메라맨 혼자서 장비의 도움 없이 촬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카메라맨들은 막대한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장면을 수중에서 촬영한다고 가정해 보자.

 

수중에 솟아있는 수 백미터가 넘는 협곡에 잘생긴 청년이 스쿠바 장비를 매고 그 협곡을 올라가 정상에서 선글라스 대신 마스크를 벗어 던져버리는 장면을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육상처럼 헬기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 잠수함이라도 동원해야 할까?

지미집이나 이동차는 사용할 수도 없다.
수중촬영에서는 이 같은 장면을 의외로 간단히 소화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호에서도 간략히 언급했듯이 수중은 육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물은 공기에 비해 밀도가 800배나 높아 육상보다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는 새처럼 날아다닐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중촬영의 가장 큰 특성이라면 오직 1장비,

즉 카메라와 카메라맨으로 이루어진 1인 촬영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수중촬영이 1인 촬영시스템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수중 카메라맨이 수중에선 마치 새처럼 날아다니는 수퍼맨(?)으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이와 거리의 제한을 받지 않고 다이빙 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성부력을 이용해 원하는 높이와 위치, 어디서라도 촬영할 수 있다.

방대한 절벽을 따라 올라가는 틸팅, 그리고 협곡의 정상에서 360도 회전하며 건너편 절벽으로까지 찍는 롱테이크샷 등도 구사 가능하다.


이 같은 테크닉은 다이빙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도 사실 육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멋진 장면들을 특별한 장비 없이 혼자서 그 모든 것을 해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육상에서의 카메라 워크를 모르는 일반 다이버들의 입장에서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촬영현장에서의 카메라 앵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촬영자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육상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이러한 수중의 매력 때문에 수중촬영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중의 세계는 육상과 똑같은 협곡이 있고 거대한 산맥과 함께 너무나 아름다운 지형들로 가득하다.

꽃밭에서부터 3∼4미터 높이의 암반지형과 심해 600미터까지 내려가 있는 아주 뾰족한 봉우리까지 다양한 피사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촬영 소스들을 수중촬영장비를 제외한 특수한 장비의 도움 없이도 촬영할 수 있다.

또한 지미집이나 이동차를 사용한 효과, 360도 회전 등의 기술을 무리 없이 구사할 수 있다.

주 피사체를 앞에 두고 핀킥(오리발질)을 이용해 회전을 한다든지,

카메라를 고정하고 정지한 상태에서 360도 회전하는 기술도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고도의 촬영테크닉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중성부력 등 상당한 다이빙 실력이 필요해, 고도의 수중 카메라맨이 되려면 뛰어난 다이버가 되어야 한다.


멍게는 회색 ?


수중촬영은 육상촬영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중 앞에서 설명한 육상과 다른 물리적인 차이와 실제 촬영시의 환경을 크게 꼽을 수 있다.

사실 수중촬영을 할 때는 육상과 다른 색깔을 볼 수 있다.


왜 멍게의 색깔은 회색일까?.

수산시장이나 포장마차에서 파는 멍게는 분명 빨간색이다.

그런데 왜 수중에서는 회색으로 보이는 걸까?


바다는 약간의 녹색도 띠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파란색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 나오는 수중의 조명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집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태양광은 여러 개의 파장이 다른 빛들이 모여서 백색광(무색에 가까운)을 형성하고 있다.

이 빛들이 물을 통과할 때는 단계적으로 투과한다.

즉 광선의 프리즘 색깔은 물을 통과하면 먼저 붉은 색이 흡수되고 그 다음으로 주황색, 노랑색, 초록색 등의 순서로 서서히 흡수돼 마지막으로 푸른색만 남는다.

좀더 자세히 얘기하면 물은 약 3미터 수심부터 순차적으로 색깔을 흡수하는데,

깊이 들어갈수록 다음 순서대로 색깔이 없어진다.

 

적색은 3미터,

오렌지색 6미터,

노랑색 15미터,

녹색 15미터,

청색 45미터 정도이다.

 

물론 이 또한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다.

그날의 일기나 물의 투명도(탁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어쨌든 붉은 색은 잘 투과되지 않고 파란 색은 잘 투과된다.

붉은 색의 빛은 수면 아래로 깊게 투과되지 못하고 파란색의 빛만이 깊은 수심까지 투과되기 때문에 바다색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바다는 거대한 파란색의 필터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수중에서 빨간색이 가장 잘 투과된다면 바다의 색깔은 붉은색을 띠고 있을 것이다.

새삼 조물주의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또 수중은 얕은 수심보다 깊은 수심이 푸른색을 강하게 띠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깊이 들어갈수록 다른 빛의 파장들은 흡수되고 오직 파란색의 파장만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심 5m이상 내려가면 수면에서는 그렇게 예쁘던 멍게나 형형색색의 연산호가 제 색을 띠지 못하고 마치 탈색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수중촬영을 할 때 인공광원을 이용해 부족한 색을 보충해 줘야 한다.


게다가 수경을 통해 물체를 보면 빛의 굴절에 의한 영향으로 약 25%정도 가깝게 보이게 된다.

실제보다 더 커 보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물 속에서 수박 만한 멍게를 발견하고 신나서 물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막상 주먹만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일반 스틸카메라 렌즈를 통해 필름에 도달하는 빛 역시 굴절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수동으로 거리를 조작하는 카메라에서는 실제 거리보다 약 25%정도 가깝게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

즉, 실제거리를 측정, 그 거리대로 카메라를 조절하면 초점이 흐려지는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실제 거리보다 약 25%정도 가깝게,

수경을 통해 보여지는 거리 그대로 맞춰야 초점이 정확하게 맞게 된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바다는 수심이 깊은 곳은 얕은 곳에 비해 청색을 강하게 띤다.

즉 태양광을 여과시키는 청색의 필터가 크기 때문이다.

같은 수심에서라도 수평거리가 멀수록 더 어둡고 푸르게 나타난다.


수중에서는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시야가 매우 좋게 보이더라도 물은 그 자체 성질로 피사체에서 반사되는 빛을 산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런 현상을 이미지 디퓨전(image diffusion, 영상의 난반사)이라 한다.

그래서 수중촬영시 먼 거리의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 화면의 콘트라스트나 선명도가 좋지 않다.

따라서 피사체에 접근해서 와이드렌즈로 촬영하면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바닷물 층을 줄일 수 있다. 색상이나 선명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초점거리에서도 피사체심도가 깊은 화면으로 촬영할 수 있다.


수중에서 조명의 역할은 물이 흡수한 원색의 복원에 있다.

피사체가 수중에서 나타내고 있는 색은 그 본색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물이 색깔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이 흡수해 버린 색을 복원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피사체와 조명간 거리가 멀수록 빛의 영향권에서 멀어져 본래의 색이 드러나지 않고 거므스름 하거나 퇴색된 색깔을 나타낸다.

또 투명한 열대바다라도 수심 10미터이상 들어가면 조명 없이는 원래의 색깔을 볼 수가 없고 온통 회색으로만 보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피사체와 조명의 거리를 잘 조절해야 한다.

이와 같이 수중촬영에서 조명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중촬영은 카메라맨의 다이빙 실력에 비례


수중촬영은 무중력 상태와 같이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날개를 달고 있는 것처럼 높이에 제한을 받지 않고 촬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많은 한계점과 단점을 동반한다.

많은 스텝들과 장비가 동원되는 육상의 촬영과 달리 수중촬영은 카메라와 카메라맨으로 이루어진 1인 촬영시스템으로 진행됨에 따라 촬영의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카메라맨에게 달려 있다.


우선 수중에서의 카메라 포지션닝(위치)은 전적으로 카메라맨의 다이빙 실력으로 결정된다.

촬영하고자 하는 피사체에 접근해 적당한 위치에서 원하는 영상을 잡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능숙한 다이빙 스킬을 구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중환경은 육상환경보다 훨씬 가변적이다.

환경에 따른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다이빙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수중에서는 상하좌우의 틸팅과 패닝 등을 특수장비의 도움 없이 촬영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거리를 카메라맨의 힘만으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 소모가 뒤 따른다.

예를 들어 빠르게 움직이는 대형물고기의 움직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맨은 물고기와 같은 속도로 유영해야 하며 물고기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꿀 때도 똑같이 방향을 틀어주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거운 촬영장비를 들고서 카메라 모니터에 시선을 맞춘 채 제멋대로 움직이는 물고기를 쫓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필자가 전에 제작에 참여했던 KBS 드라마 ‘숨비소리’의 수중장면 촬영의 예를 들어보자.

남자주인공이 칼을 맞고 물 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이었는데,

다이빙에 익숙치 않았던 배우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 때 필자는 남자 주인공 대신 위로 급상승하면서 남자주인공이 가라앉는 효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수중에서 급상승하는 것은 잠수의학상 매우 위험한 행위지만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촬영한 적이 있다.

이 또한 카메라맨의 숙련된 다이빙 실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피사체가 되는 배우의 다이빙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양쪽의 숙련된 움직임이 좋은 화면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촬영에 열중하다 위험에 처하기도


수중에서 무거운 촬영장비를 들고 수 십미터의 수심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수 십미터를 좌우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가끔씩 조류(물의 흐름)를 거슬러 이동해야 될 때는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이 들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수중촬영은 거의 막노동에 가깝다.

이런 과정에서 다이빙 수칙상 절대로 지켜야 되는 사항들(잠수병을 방지하기 위한)을 어기면서까지 촬영을 해야 될 때가 비일비재하고 이런 경우 카메라맨은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필자가 필리핀 민도르라는 곳에서 촬영할 때의 이야기다.

그 곳의 특징은 항상 강력한 물의 흐름이 있는 곳이었는데,

처음에 입수한 지점이 원래 촬영하려고 했던 장소보다 너무 멀어서 막상 본격적인 촬영을 해야할 목적지에 도달하자 공기가 얼마 남지 않게 됐다.

그런데 평상시 찾아보기 힘든 대형어류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1미터가 넘는 대형어류가 한 두 마리도 아닌 여러 마리가 유혹하고 있었다.

발견하자 마자 본능적으로 미친 듯이 찍기 시작했다.

촬영을 하면서도 현재 수심(약 40미터) 확인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1∼2분 정도 될 것이란 생각에 공기 잔량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런 동작을 하면 영상이 흔들린다는 생각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찍고 있었다. 그날 따라 어류는 신기하게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신없이 촬영은 계속됐고 그러다 갑자기 호흡기에 공기가 뚝 끊어져 버렸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무수한 필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 갔다.

드디어 죽는구나 하는 생각에서부터 가족생각, 살아야겠다는 생각 등….

어찌됐든 더 이상 호흡기로 공기가 빨리지 않는 것을 느낀 순간 본능적으로 수면위로 튀어 올라 가려고 하면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하늘의 도우심인지 스텝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그 친구의 보조 호흡기를 받아 공기를 나눠 쓰면서 무사히 수면위로 나올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영상을 다루는 독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숨까지도 잃을 뻔한 심각한 상황이었다.

항상 물 속에 들어갈 때는 자제! 자제력을 외치며 들어가지만 막상 머리 속에 그리던 그러한 영상이 눈앞에 펼쳐질 때는 순간적으로 몰두하게 되는데,

이 같은 경우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 쉽다.

육상에 비해 장시간 촬영이 어려워


수중촬영의 또 다른 특성은 장시간 지속적인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연다큐멘터리 촬영의 경우, 동일한 위치에서 장시간 지속적으로 촬영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산호의 방정(산란) 장면을 촬영하거나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

육상의 경우 촬영 대상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테이프만 바꿔주면 별 문제없이 장시간 촬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중에서는 이런 식의 촬영을 할 수가 없다.

육상처럼 카메라를 미리 설치해 둔다든지 하는 것은 물의 흐름이 있는 수중에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물론 물의 흐름이 거의 없는 특정한 지형과 민물에서는 가능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중에서는 항상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해야 되고,

가지고 들어가는 공기탱크 속의 공기를 다 소모하면 어쩔 수 없이 수면으로 나와야 한다.

게다가 잠수병의 위험 때문에 연속적인 다이빙을 할 수 없거나 배터리가 다 소모됐을 경우에도 수중에서는 교환이 불가능해 수면으로 상승해야 한다.

이처럼 수중에서는 장시간 지속적인 촬영이 필요한 경우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또 다이빙 이론에 속하는 내용이지만 사람이 물 속에서 잠수 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수중에서는 육상과는 달리 대기압 보다 더 높은 수압을 받기 때문에 공기탱크 안의 공기도 압축되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기와는 다른 압축공기로 숨을 쉬게 된다.

수면 아래로 하강해 주위 압력이 증가하면 호흡하는 공기에 포함된 질소의 부분압 역시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신체조직의 질소농도가 증가한 질소의 분압과 평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질소를 흡수해야 한다.

다이버가 상승하여 수면에서 휴식을 취하면 각 조직내의 질소는 각 조직에서 혈액으로 또 혈액에서 허파를 통하여 체외로 배출된다.

그런데 다이버가 상승하면 주위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체내에 용해되어 있는 기체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하면 조직 내에서 기포형태로 환원된다.

체내에서 발생된 기포는 혈액의 흐름을 차단해 조직이 뒤틀리게 된다.

이런 현상을 소위 ‘잠수병’ 또는 ‘벤즈’라고 한다.

다이빙 수칙에는 이런 잠수병을 방지하기 위해 체내 질소농도가 일정 농도 이상이면 연속적인 다이빙을 금하거나 강제적으로 질소를 배출하는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중촬영을 할 때 또는 산호가 방정(산란)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산호를 지속적으로 촬영하다가,

막상 방정하려는 순간 공기가 떨어져 출수해야 한다면 그동안 들인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또 빨리 출수해서 새로운 공기탱크를 가지고 잠수해서 찍으면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잠수병 방지를 위해 출수와 입수에는 일정한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막상 다시 들어왔을 때는 상황이 종료됐을 수도 있고,

카메라맨의 체내 질소농도가 이미 일정농도 이상이 되어 연속적인 다이빙(잠수병 방지를 위해)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수중촬영은 공간적인 이동이 자유로운 반면에 거의 혼자서 하는 1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카메라맨에게는 엄청난 체력소모를 요구한다.

또 잠수병 등의 위험에 수시로 노출되기 쉬운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수중촬영은 육상촬영과는 전혀 다른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수중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육상의 프로듀서나 카메라맨들에게 수중촬영에 대한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다음 호에서는 실제로 필자가 많은 수중촬영 경험 속에서 터득해 온 수중촬영 테크닉에 대해 소개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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