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영상 제작의 이해Ⅰ
수중환경의 이해와 수중촬영의 새로운 물결

내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스킨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질문과 수중촬영에 대한 의뢰를 받으면서 느낀 것은 수중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상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경비를 들여 국내외로 촬영을 가서도 원하는 영상을 얻지 못하는 등의 숱한 시행 착오와 실패를 겪는 것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이번 연재를 통해 조금이나마 수중촬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최 찬 규
시네아트 감독

수중환경에 대해 상식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스킨스쿠버다이빙이 아직까지 대중적인 레저로 보급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방영된 모 CF에서 처럼 에메랄드빛 바다 색깔과 더불어 아무 장비도 착용하지 않고 물 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을 촬영하고자 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또는 기획순서는 무엇이 될까?

우선 기획 의도대로 맑은 시야와 색감을 보장할 수 있는 바다를 찾는 일이다.

 

엄청난 장비와 많은 인력을 동원해 촬영장소로 이동했을 때,

막상 물 속 상황이 예상과 달라지게 된다면 금전적, 시간적인 손실에서 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바다 속의 환경은 항상 같지 않고 시기와 기상조건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이 때문에 그 장소, 그 바다의 평균적 시야와 수온 등을 잘 고려해서 촬영장소를 선정해야만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다음으로, 기획자와 수중촬영을 하는 제작자와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어떤 색감을 원하며, 어떤 카메라 워크를 원하는지 등의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만 그 촬영에 적합한 장비 및 인원투입, 가장 중요한 촬영장소 등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진다.

 

수중촬영을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바다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다.

그들의 정보와 경험을 잘 활용해야만 실패확률이 줄어 들고 더욱 더 완성도 높은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수중촬영은 물 속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행해지는 촬영이기 때문에 육상에서의 촬영과는 다른 수중환경에 대한 이해, 다이빙기술, 수중촬영기법을 필요로 한다.

 

필자는 육상의 프로그램 기획자, 카메라맨들이 수중촬영의 기획이나 플랜을 결정할 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수년간의 수중촬영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수중환경의 이해, 수중촬영의 특성, 수중촬영기법 등에 대한 글들을 차례로 기고하고자 한다.

수중환경의 이해

물 속은 무중력의 세계 ?
물 속은 육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물은 육상의 공기에 비해서 밀도가 800배나 높다.

따라서 육상에서 움직일 때와는 달리 수중에서의 움직임은 저항을 많이 받게 되고 그만큼 행동이 둔하고 느려진다.

게다가 높은 밀도 때문에 육상에서 보다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아 마치 무중력상태에서 움직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즉 수중에서 유영하는 다이버의 모습은 중력이 없는 우주정거장에서 유영하는 우주인의 모습과 유사하다.

수중에서는 이런 무중력에 가까운 환경에서 움직이며 촬영을 해야하기 때문에 육상에서와는 다른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고 상당한 경험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중촬영은 육상에서처럼 카메라맨이 땅을 딛고 선 상태로 촬영하거나 카메라를 장비에 고정시킨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맨이 수중하우징을 들고 물 속에 떠있는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영상을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

특히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쫓아 가며 촬영할 때 더욱 더 힘들어 진다.

이런 경우 다이빙기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성부력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수심에서 움직임 없이 떠 있으면서 촬영해야 한다.

피사체가 움직일 경우는 정교한 핀킥(오리발차기)으로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중환경의 이러한 특성이 수중촬영에 어려움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반대로 이러한 특징 때문에 얻어지는 장점도 매우 크다.

육상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카메라워크가 수중에서는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수중에서는 수심에 따라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육상에서 마치 날개를 달고 있는 것처럼 높이에 제한을 받지 않고 촬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래나 2∼30미터나 되는 봉우리 등의 거대한 피사체를 아주 가까이에서 롱테이크샷까지 가능하며, 틸팅 또한 수십 미터가 넘는 피사체를 상대로 가볍게 해내곤 한다.

또한 육상처럼 크레인을 이용하는 촬영이나 지미집, 이동차 등의 효과를 수중에서는 카메라맨의 다이빙스킬을 이용, 특별한 장비의 도움 없이 혼자서 거뜬히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물 속에서는 육상에서와는 달리 움직임 등에 분명한 장애요소가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얻어지는 반대의 효과를 잘 활용하는 것이 수중촬영의 주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수중에서의 시야란?


수중에서의 시야는 육상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우리가 흔히 남산 위나 높은 고층빌딩에서 서울을 내려다 볼 때,

대기오염으로 인한 스모그현상 때문에 멀리까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황사가 나타나는 시기에 공기중의 모래가루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은 현상과 유사한 일이 수중에서도 수시로 일어난다.

수중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부유물질로 인해 수면 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물 속에 들어가면 1m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

 

이렇게 수중시야가 나빠지는 원인으로는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먼저 물의 순환으로 인한 부유물질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그 지역 바다의 밑바닥 상태의 특성에 의한 영향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서해안처럼 바닥이 진흙뻘로 이루어진 곳에서는 바닥에서 일어난 진흙 때문에 물이 항상 희뿌연 상태여서 불과 1m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다이버나 카메라맨이 바닥에 착지하거나 해서 바닥의 부유물질을 일으켰을 경우, 쉽게 가라앉지 않고 시야를 흐려 촬영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이와는 반대로 바닥이 산호 등으로 이루어진 열대바다는 바닥의 부유물질이 일어나도 빨리 가라앉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맑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예전과 달리 엘리뇨와 여러 가지 기상이변으로 과거와 같은 맑은 시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중촬영을 결정할 때에는 반드시 촬영장소의 지리적 또는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특성이 서로 다른 몇 곳의 바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해바다
우리 나라 바다는 해조류가 많다.

미역, 다시마, 감태 등 이러한 해조류가 녹는 시기인 3∼6월 사이에는 수온이 낮아 다이빙을 하는 자체도 어렵다.

또한 해조류가 녹는 현상 때문에 물 속이 뿌연 상태가 되어 시야가 매우 나빠진다.

이런 시기에 수중촬영을 하는 것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제주바다
환상적인 연산호 군락과 다양한 생물들 그리고 따뜻한 수온으로 다이버들이 선호하고 있는 바다이다.

제주바다는 화려하고 컬러풀한 연산호 등을 촬영하기에 매우 적절한 곳이지만,

해외 바다에 비해 광량과 시야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다.

또한 기상이변의 여파로 연중 시야가 좋지 않은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해외바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다의 환경적 특성이 우리 나라와 많이 다르다.

특히 괌, 사이판 등의 바다에서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파랗고 투명한 바다를 수시로 볼 수 있다.

만약 밝은 햇살의 실루엣이 비춰지고 이와 함께 파란 바다색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를 원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물론 필리핀이나 태국 등지도 너무나 멋진 물 속 환경을 가진 곳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남태평양 쪽의 바다가 훨씬 더 맑고 밝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마치 내가 해외바다 예찬론자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수중촬영의 특성상 안정적인 시야, 월등한 광량 등이 국내 바다와 비교되는 것은 사실이다.

물속은 움직인다


우리가 육상에서 촬영할 때 등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있는가 하면 촬영을 방해하는 세찬 비바람이 있듯이 물 속에도 이러한 상황이 거의 매일 벌어지는데,

이것을 흔히 조류라고 한다.

 

바다에는 항상 물의 흐름이 존재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대양의 수류에서부터 지구에 중력을 미치는 달과 태양의 위치변화에 의해 해수면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현상,

즉 밀물과 썰물에 의한 조류,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는 지역적인 수류까지 그 생성기원과 형태가 다양하다.

 

이런 바닷물의 흐름, 조류의 힘은 참으로 대단해서 다이버 한명 정도는 가볍게 삼켜버린다.

게다가 그 흐름의 방향과 세기가 시기와 지형에 따라 복잡하게 형성되어 다이빙을 하거나 수중촬영시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장소에서 이 조류 때문에 수많은 촬영실패를 겪기도 하고 멀리 밀려나가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물 속의 흐름이 복잡하고 조류가 강한 곳일수록 생물상이 다양하고 환상적인 비경을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이는 마치 자연이 그 아름다운 비경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곳에서는 너무나도 강력한 조류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오지 못하거나 촬영을 했다 하더라도 육상과 달리 마땅히 고정할 곳이 없어 안정된 영상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내 개인적으로는 간단한 장비를 이용해 촬영에 성공한 적이 여러번 있다.

산악인들이 쓰는 자일과 유사한 약 1m정도의 끈 끝에 갈고리를 연결(조류걸이)해 땅바닥의 틈이나 돌에 걸어서 촬영하는 것인데,

이 또한 대단한 체력소모를 필요로 한다.

자! 그럼, 수중환경의 특성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 보자.


수중 촬영시에는 반드시 촬영하고자 하는 대상 수역의 특성에 대해서 잘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오류를 범하는 것이 그저 육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모습에 도취되어 촬영장소를 결정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식으로 촬영장소를 결정한 숱한 제작팀들이 원하는 물 속의 그림과 전혀 다른,

또는 황당한 물 속의 그림에 낭패를 겪는 일을 많이 보아 왔다.

수중촬영은 반드시 장소 결정 및 시기를 전문가와 상의 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바다가 항상 제작진을 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수중촬영의 새로운 물결

물고기가 거리를 준다 ?


우리가 수중촬영시 매번 겪는 아쉬움과 불만은 물고기 또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를 촬영할 때 느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호흡하면서 내뱉는 공기방울 소리에 물고기들이 놀라서 가깝게 접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 또한 매번 수중촬영을 할 때 마다 새삼 조물주의 창조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수중생물의 환상적인 무늬와 색상을 카메라에 담고자 한다.

하지만 가까이 접근하기가 무섭게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안타까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처음 라이팅을 가까이서 칠 때는 도망가지 않으면서 왜 카메라만 다가서면 도망을 가는 걸까?.

내가 덩치가 커서?

아니면 처음 본 물체라서?

등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깨닫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버블(공기방울) 소리였다.

카메라맨이 내는 버블소리에 물고기들이 놀라 달아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숨을 쉬지 말고 촬영을 해야하나?

어떻게 숨을 쉬지 않고 촬영을 하지?.

그러나 숨을 참는 것도 몇 초 정도일 뿐 숨을 참은 후 내뱉은 거친 호흡으로 더욱 커진 버블소리에 카메라 앵글 안의 귀여운 녀석은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만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남은 카메라맨의 버블소리만 공허하게 울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하지만 인간은 창조의 동물이 아닌가.

수중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자 하는 다이버들의 욕구는 마침내 공기방울소리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를 탄생시켰고 이렇게 해서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바로 「리브리더(재호흡기)」라는 장비이다.

 

실제로 리브리더가 개발된 것은 다이버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적진에 깊숙이 침투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에서다.

이 장비가 최근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수중촬영에서는 더할 수 없는 획기적인 장비가 되었다.

우리가 일반적인 스쿠버장비,

즉 공기통을 가지고 수중에서 호흡할 때에는 탱크실린더 안의 공기를 들여 마시고 내뱉는 공기가 전부 수중으로 배출되며 공기가 배출될 때 버블소리가 나게 된다.

그러나 재호흡기를 사용하게 되면 들여 마신 공기가 전부 수중으로 배출되지 않고 다시 재순환하게 된다.

물론 소량의 공기(초과압력분)는 수중으로 배출되지만,

아주 미세한 소리만 나는 정도이기 때문에 이 장비를 착용하고 촬영에 임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수많은 수중 사진작가나 비디오 그라퍼들을 애태웠던 피사체들이 거리를 준다.

아니 아예 카메라를 들이댄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내셔널지오그래피나 디스커버리 같은 외국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가까이서 촬영할 수 있을까”며 경이롭게 지켜보던 바로 그 장면을 우리도 쉽게 촬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 속에서 낮잠을?

리브리더(재호흡기)의 또 다른 특징은 물 속에서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수중촬영시 매번 느끼는 아쉬움과 고통은 잠수시작 후 한참을 지나서야 찾아 헤매던 피사체를 찾아 낸다는 것.

그 때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라서 공기가 부족 해 눈앞에 피사체를 두고도 눈물을 머금고 물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기탱크 교체후 다시 입수한다고 해도 그 피사체가 카메라맨을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아마 이런 경험은 수중촬영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것이다.

리브리더는 수중 체류시간도 획기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장비.

리브리더를 사용해 다이빙 할 경우, 일반 공기탱크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수중에서 체류할 수 있다.

 

이제는 거꾸로 수중촬영장비가 문제가 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즉 하우징에 내장된 카메라의 배터리가 부족해서 출수해야 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요즘 나오는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예외지만,

내가 사용하고 있는 VX-1000 기종은 아쉽게도 그런 장시간용을 장착할 수가 없다.

이렇듯 이제는 수중촬영을 위한 기반 환경에도 커다란 변화가 오고 있다.

점점 더 편리하고 다양한 장비들이 개발돼 수중촬영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재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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