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 다이빙
SCUBA Diving in the Kumgangsan
가깝지만 멀기만 한 조국산천, 얕지만 깊게 느껴지는 금강산 계곡
| YTN 발행인
[YTN과 함께하는 비무장지대의 민물고기]
위에 적은 내용은 필자가 태어나 처음으로 북한 땅에 첫발을 디딘 상황판이다.
하루에도 수백 명씩 육로를 통해 남한관광객이 금강산을 찾고 있는데 뭐 그리 대단한 곳을 갔다 왔다고 웬 너스레냐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북한 방문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런 데는 부모님은 물론 처가의 원래 고향이 북한이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항상 들어온 것이 북한 사투리와 두고 온 고향 이야기였기에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선친 모두가 실향민으로 살다가 결국 고향땅을 다시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에, 자식으로서 애린 마음은 항상 남아있었다.
어쨌든 관광객 신분으로나마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방문의 주목적은 물론 수중촬영이었으며, 꽤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취재여행이었다.
올해 초 뉴스전문 채널인 YTN 방송이 일 년 장기계획으로 D.M.Z(비무장지대) 의 민물고기라는 가칭 하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하였으며,
본지가 공동취재 및 자문사로 선정되어 함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기획안의 하이라이트는 북한 금강산 계곡과 삼일포, 그리고 해금강 기수 지역의 수중촬영으로 잡았다.
기획 초기단계부터 물밑작업을 벌여온 결과 어렵사리 당초 계획한 대로 허락을 받아냈다.
이런 면에는 금강산관광 사업체인 현대아산이 큰 힘이 돼 주었다.
꼼꼼하게 준비한 많은 장비를 가지고 장정에 올랐다.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진 휴전선 통과]
다만 주민등록증이 여권을 대신하고 겹겹이 처진 철조망을 따라 가는 여행길이 틀릴 뿐이다.
북측 입국심사대에 도착하니 여기 저기 인민군 복장의 군인들과 마주친 뒤에야 이제부터는 북한 땅이라는 게 실감났다.
그러나 현대아산 측이 조성해 놓은 온정각과 호텔주변은 이미 와있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어 다른 관광지와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첫날밤을 보낸 후,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장비를 챙기다보니 현대아산 측 현장 부소장이 우리를 찾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에는 어딘가 불안한 인상을 느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북한 측에서 아무 이유 없이 촬영불가라는 통보가 내려졌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른 나라라면 항의라도 해보겠건만 그야말로 칼자루를 쥔 자는 그들이기에 마땅한 대책을 세울 만 한 것이 없었다.
앞으로의 전망도 아주 부정적이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정을 하루 연기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별 방법이 없었다.
일반인과 함께 관광을 다녀 보았지만 원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기에 전혀 즐거워 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도 결과는 같았다.
그래도 현장 안내원에게 사정하여 물 속에는 안 들어간 채 카메라만 담궈서 잠깐 찍어보라는 허락을 받았다.
그 큰 계곡에 카메라 앞에 물고기가 모여 줄 리는 없기에 미리 준비한 낚시용 떡밥으로 물고기를 유인하여 촬영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목표치에 5 퍼센트 정도의 성과도 얻지 못 하였다.
약간의 희망은 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잠수복을 못 입게 하면 맨몸에 공기통을 메고 들어가서라도 촬영을 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다음날 목란관 계곡에 도착하여 잠수복을 주섬주섬 입으니 안내원이 나타나 제지를 하였다.
하지만 어제 분명히 허락을 받았다고 하니 의아한 표정으로 확인을 위해 자리를 떠났을 때 서둘러 계곡물에 잠수를 하였다.
그러나 아주 좋은 시야였지만 수온이 아직은 찬 관계로 떼를 지어 다니는 물고기는 없었다.
겨우 동면중인 개구리와 산천어 두 마리를 멀리서 본 것이 전부였다.
어렵사리 잠수를 시작한 김에,
여기저기 둘러본 후 출수하니 안내원이 왜 들어갔냐고 항의하였지만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어쨌든 북한에서의 다이빙은 성공하였고,
수중사진도 몇 컷 찍었으나 그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그 후 안내원의 허락 하에 바위에 기댄 채 상체만 물에 담그고 수중촬영을 다시 하였다.
추위에 버틸 수 있는 한도까지 견디다 고개를 드니 안내원들이 기자근성이 무섭다는 말과 함께 박수까지 쳐주는 게 아닌가.
이럴 것 같으면 뭐 하러 예민하게 신경을 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 역시 어디까지인지 종잡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단 20분간 금강산에서의 다이빙을 위해 우리는 그리도 힘들게 왔나 라는 생각과 그 기간은 무려 50여 년이 걸렸다는 상징성이 아직도 분단의 벽은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원래 이번 방문의 목적 중 그 첫 번째는 삼일포 ’흰줄납줄개’ 의 채집이었다.
이번에 함께한 청평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그 이유는 남한은 동해로 흐르는 하천에서는 오래 전 흰줄납줄개가 멸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태백산맥 서쪽에는 많이 서식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에도 흰줄납줄개가 살고 있는데 그들 학자의 주장은 자기나라가 이 종의 발생지이며,
우리나라 것은 다른 종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일포(동해와 맞닿은 호수)에 살고 있는 흰줄납줄개의 염색체가 일본 것과 일치한다면 일본측 주장은 단번에 뒤집을 수 있고,
아주 오래전에는 일본 땅이 우리 한반도에 붙어있었다는 설이 뒷받침되어 흰줄납줄개의 발생지는 우리나라가 맞다는 것이다.
꼭 성공하고픈 목표였으나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남쪽 산천어는 우리나라 고유종과 외래 유입종이 섞여 이제는 순수종은 찾기 힘들고,
오직 북측 산천어만 고유종이라는 것을 화면상으로 비교 증명해 보이는 것이고
또 다른 목적은 남한에서는 D.M.Z 안 고진동 계곡에서만 겨우 볼 수 있는 버들가지는 이곳 금강산 수계에는 아주 흔하다는 차이점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커다란 포부를 가지고 북한 금강산을 찾았으나 만족할만한 성과는 얻지 못하였지만,
가능성은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이번 가을 다시 찾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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