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다이버의 교육일기 (8)

 

드디어 진상이 내 모든 글을 보았다.
진상도 바보는 아니라 금방 자신이 내 글의 주인공 임을 알아 차렸다.

'강사님?'
'예?'
'게시판에 올라 온 글 보셨어요?'
'...'
'제 이야기더군요'
'...'
'그 글보고 울 뻔했어요'
'...'

이럴 때 나는 어떡해 해야 하나.
왜 울었는지 안 물어 보았지만,

때로는 진실이 거짓 보다 더 두려울 때도 있다.

나만의 착각이라도 좋다,

이같은 착각도 없으면 어찌 강사 생활을 하리요.

꼬리가 길면 잡힌다더니,

우리 조상님들 말중에 틀린건 하나도 없다.


참,다른 이야기.

토정비결을 보면 물을 조심하라고 매 번 나온다.

난 물쟁이가 왠 물을 조심하라는 사주팔자가 나오는지 궁금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 지나 온 인생(그래야 얼마 안된다)을 돌아 보면,

물을 조심하는게 아니라 물쟁이가 되는 걸 조심하라는 일종의 경고였으리라.

이론 강습을 하다 보면 웃지 못할 많은 일들이 생긴다.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을 앉혀 놓고 강습을 하자면 서로에게 못 할 짓이다.

처음 강사가 되고 여기서 많은 문제가 생겼다.


지금과 같이 요령이 있다면,

개념만 심어주고 다른 식으로 이해를 시켰을 터인데....

강사가 되었다는 자긍심에 잘 가르쳐야 한다는 내 스스로의 다짐에서 FM대로 밀고 나가던 적이 있었다. 난 내가 생각해도 참 무식했다.

다이빙 물리 시험을 쳐서 과락이면 자격증을 안 주었으니,

이 어찌 무식한 강사가 아닌가.
(솔직히 강사로서의 일종의 압박감과 책임감이 아니었을까?

나도 강사 교육을 받고 많이 놀라고 반성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무사히 다이빙을 해 왔던 건 다 부모님 기도 덕이라고...)

솔직히, 학교 졸업하고 20년을 장사 만 하던 사람이 다이빙 물리가 될 법한 말인가?

'사모님, 사장님 공기 압력이 어쩌구, 잔압이 어쩌구, 부력이 어쩌구 저쩌구, 다이브테이블이 어쩌구 저쩌구.' 이건 정말 시간 낭비이자, 에너지 낭비이다.
그냥, 이런 분들에게는 풍선 비디오나 보여 주고, 계속 숨 멈추지 말고 쉬라고 하고, 잔압 확인을 자주하는 버릇만 들게 해 주면 그만이다.

다이브 테이블? 그냥 컴퓨터 사라고 하고, 사용법 설명해 주면서, 무감압 한계시간 넘으면 큰일 난다고 겁 만 주면 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사견이다.

진상은 가방끈이 길다.

엘리트 계층이다.

회사에서도 잘 나간다.


강사들 중에도 엘리트가 있다.

솔직히, 그 잘난 척하는 모습에 꼴 같지 않을 때도 있지만,

부러운게 사실이다.

아는 것도 많고, 가방끈도 길고, 영어도 잘하고 일단 강사로서 뽀다구가 나지 않는가?

어떤 강습을 하는 강사건 강사는 뽀다구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스쿠바 강사 뽀다구에 몸매는 포함이 안 되었을 것이다.

가끔 회사 단체 교육을 하다 보면 고참이랍시고 나와서 설치는 인간들이 있다,

대부분 마스타 카드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대학팀 출신이다.

자신들의 선배 이름을 들먹이고,

자신이 대학팀 때 했던 다이빙 이야기를 무용담 처럼 해댄다.

머리가 좋아서 아는 것도 많다.

다이빙 경력도 길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긴 10년 이상의 경력에 다이빙은 100회에서 많아야 200회 내외가 전부란다.

뜨아!!! 그러면, 일년에 10회. 장난하나. 보통 대학팀 출신이 그렇다고 한다.

다른 말이지만,

소비자 직거래를 주도하는 한 줄기가 대학팀 출신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고?

내 강습생 중에도 모 대학 출신이 있다.

나랑 친한 강사중에도 대학팀 출신이 있다.

진상과 이론 강습을 할 때 정말로 내 강사 자질을 내 스스로 의심을 하고 창 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다.

예습을 하라고 교재를 주었더니 거의 책을 독파를 해왔다.

이 인간은 데이트도 안하고 이론 공부만 하나 보다?
진상에게 애인은 없다.

워나기 여자가 잘나면 주위에 접근하는 남자가 없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진상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만의 인생을 더 즐기다 결혼을 하고 싶단다.

이런 것만 보면 참 멋진 여자다.

 

그런데, 왜 날 그리고 괴롭히는지!!!
강습 시작하기 전에도 평소 스쿠바에 관심이 많아서, 책도 빌려보고, 잡지도 읽곤 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의 수준일 줄은 나도 몰랐다.

솔직히, 나도 강사 시험을 볼 때 우수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강사가 모든 것을 다 아는 신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나도 나이들어 공부를 하려니 그게 들어 가는가?

난 다이빙 처음 배울 때 빽팩을 메고 배웠고,

이론이라고는 두시간 정도 들은 기억 뿐이 없다.

그냥, 귀가 아프면 코를 잡고,

올라 올 때는 숨을 내쉬면서 올라 오라는게 내 배움의 전부였는데,

강사가 되려고 하니 뭐 그리도 해야 하는게 많던지.

진상은 여러가지 황당한 질문을 내게 많이 했다.

내가 강사 교육을 받을 때도 이 정도의 질문은 안 나왔는데,

정말 천장이 노래지고,

내 얼굴은 벌개지고,

침은 꼴딱 꼴딱 넘어가고.

죽을 맛이었다.

그냥 귀를 핑게로 강습을 중지 할까 생각도 몇 번 했었고,

강사라는 꼴 같지 않은 공명심과 자존심에 진상을 교육생으로 받은 내 스스로를 자해하고 싶을 정도였다.

솔직히, 그럴 때마다 수영장이나 바다에서 저걸 골탕을 한번 먹여라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이건 생각으로 그쳤다.

왜냐고?

난 강사지 깡패가 아니니까.

참고로, 스쿠바를 배우는 여러분!!!

질문을 하고 강사가 대답을 못한다고 어의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저런 병신하는 표정은 짓지 마세요.

강사라고 모든것을 다 알지는 못한 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강사를 믿고 따라야 여러분도 안전하고 강사도 신나서 강습을 한답니다.

강사도 강사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보통 수영장에서 자기가 모자라는 걸 알면 강습실에서는 조용해지는데,

이 진상은 그 반대다.

사무실만 들어오면 지세상이 되는거다.

강사 개쪽 줘서 지한데 좋은게 뭔데?

내가 우리 단체 교재 읽기도 바쁜데 남의 단체 교재는 왜 읽어?
덕분에 나도 공부 많이 했다.
참고로, 자주 진상에게 한 대답

'그건, 나중에 배웁니다. 지금은 진도가 바쁘니 나중에 합시다.'
'그건, 오픈워터 과정에서 하는게 아닙니다. 어드밴스 과정에서 강습비 더내고 배워요.'
'그건, 학설이 여러개라 누가 옳다고 말할수 없습니다.'
'그건, 저쪽 단체의 이야기고, 우리 단체는 다릅니다.'
'책에 다 나와 있어요. 책 찾아봐요. 다음 시간까지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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