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은 나를 당황스럽게 하거나, 초라하게 만드는 질문을 기습적으로 자주한다.
'왜 만나는 다이빙 강사들은 배가 나왔죠?'
'그 배에 강사들 만의 고집과 아집 그리고 무대뽀가 가득 찼다면서요?'
난 배가 많이 안 나왔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내게 한말이려니 하고 넘겼다.
하루는 진상이 내게 물었다.
'강사님, 그런데 왜 전 스킨은 안 가르쳐 주세요? 그거 꼭 해야 된다는데....
5미터 바닥을 찍어야 오픈워터 자격이 된다면서요?'
'니가 강사해라!!! 비염으로 이퀄라이징도 안되고, 수영도 못해서 물에 뜨지도 못하는 사람이 스킨을 가르쳐 달라고요?
넌 수영장 5미터 찍으면 거기가 니 무덤이야!!!
가르쳐 주는거나 잘해라!!! '
입술까지 튀어 나온 이 말을 혀로 다시 말아 집어 넣느라 사래들어 한참 콜록 거렸다.
내 기침에 진상도 상황을 눈치 챘는지 다시는 이런 쓸 때 없는 말은 안한다.
분명히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겠지.
아무튼지, 다이빙 좀 했다고 이제 시작하는 입문자들에게 조언이라고 전후 사정 안보고 아무 생각 없이 말하시는 사람들이 난 밉다.
나도 돈과 시간이 많다면 누구보다 훌륭한 강사가 될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산다.
커다란 강의실에서 폼나게 강의도 하고,
모든 강습생들 수영장 강습을 10번 이상 하고,
나도 티플라넷에 드라곤플라이를 쓰고 싶다.
교육장비도 고급장비 가져다 놓고(어떤 강사들은 교육용 장비가 내 장비보다 비싼 경우를 종종 본다),
뽀다구나게 투어 다닐때 수중 사진기도 들고 다니고,
해외 다이빙 열심히 다녀서 경험도 쌓고 사진도 찍고 싶다.
잡지에 자주 나오는 몇몇 사람들은 어쩌면 이 바닥에서는 선택 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멋지게 해외 투어 다니고.
비싼 사진기로 사진 찍어 잡지에 내서 이름도 날리고.
공모전이나 수중사진 촬영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내가 그럴수 있다면 강사로서 폼이 많이 날거다.
샵에 내사진도 크게 걸고,
각종 상장과 트로피도 장식해 놓고.
가끔 나보다 어린 사람이나 어린 강사들이 잡지에 사진도 내고,
해외 투어(그것도 자주 다닌다.) 다녀온 기행문을 읽고 있으면,
씁쓸해지면서 화도 나는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아마도 그들은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 났을꺼다.
진상이 묻더군,
강사님은 해외 어디 어디 나가 보았냐고.
난 우리나라 바다 만큼 좋은 바다는 없다고 말을 얼버무리면서도 필리핀과 사이판을 한 두번 다녀온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돈도 돈이지만 영어 안되는 강사가 해외투어를 가기란 그야말로 모험이다.
강사님도 사진 잘 찍냐고 물어왔을 때는 다음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카메라를 사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진상같은 강습생만 들어 온다면 카메라는 고사하고 일년 안에 내 스스로 강사 생활을 그만 두어야 한다.
나도 작살과 칼 대신 사진기를 들고 다니고 싶다.
돈 많은 회원들만 받아서 조개바리 멍게바리 안 다니고 다 사진기를 구입하라고 해서,
폼나게 사진 클럽을 만들어서 해외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싶다.
그러면, 잡지에도 날것이고,
나도 이름을 날릴수 있을건데....
내 애마에도 XX 사진 클럽이라는 스티카도 붙이고.
전에 어떤 강사가 왜 먹거리 다이빙에 치중을 하느냐고 물었다.
자존심에 말은 못 했지만,
내가 가진 여건이 이런 걸 어쩌란 말인가.
회원들도 그렇다.
잡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안 잡아 주면 잡아주는 샵으로 가는 걸....
나도 제주도에 가서 가이드 써 가면서 보트 다이빙을 하면 좋다.
하지만, 4일 다이빙에 거진 100만원을 써 가면서 제주를 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이빙 시작하자 마자 수백만원을 들여 카메라를 살 수 있는 다이버가 몇이나 될까?
수중생태, 에코다이빙 다 좋다.
하지만, 그들도 일반 회원들과 같이 바다에 들어가서 이게 뭐고 저게 뭐고 해보면 생각이 달라 질꺼다.
일반 다이버들은 다이버잡지 일년 구독료 38,000원이 아까워서 정기구독 안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하루 술값으로 수십만원씩도 쓰는 그들이 4만원이 없을까?
내 샵의 잡지를 슬그머니 집어가고,
샵에 와서 대충 둘러보고 가는게 대부분이다.
다이빙 소세지는 안사도 작살은 두 세개씩 사는게 그들이다.
내가 잘못 가르쳐서 그런 걸까?
나도 작살 말고 카메라를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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