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아니다.

 
홍어 수컷을 보잘것없는 물고기로 비하시켜버린 이 속어는 실제로 생식기의 쓸모없음에서 나왔다.

홍어 수컷의 생식기는 몸 크기의 20∼35% 정도나 되며 꼬리 양쪽으로 흉하게 늘어져 있다.

게다가 가시가 붙어 있어 어부들이 조업하는데도 꽤 애를 먹는다.

때문에 어부들은 수컷이 잡혀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생식기를 잘라버린다고.

그나마 맛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련만 어떤 식으로도 요리해 먹을 수가 없을 정도여서 잘라내면서도 아무 미련을 갖지 않는다.

만만한 게 홍어 X’라는 속어는 이렇게 해서 탄생되었다.

 

그러나 홍어값 만만치 않다.

얼마나 비싸면 칠레산 가오리가 흑산도 홍어를 흉내내겠는가?


바람둥이로 알려진 홍어 수컷은 일부일처제를 철저히 지키는 의리파다.

교미시 돌출돼 있는 2개의 생식기가 조업에 방해된다며,

뱃전에서 제일 먼저 칼질을 당한 아픈 사연 때문에 '만만한 놈'으로 찍혔지만,

맛도 값도 결코 주눅들 만한 어종이 아니다.

  

이제 향기를 식탐하는 식도락가여, 향기에 손사래치지 말라.

향기는 부족함을 감추는 위선자일 뿐이다.

고약한 향기일지라도 그 솔직한 맛에 입과 귀가 솔깃해지는 흑산도 홍어 별미여행을 가 보시죠..

 

묵은 김장김치. 그리고 삶은 삼겹살 등 셋(삼)을 차례로 얹어 보쌈(합)처럼 먹는 '삼탁'
 
▲홍어의 매력

 

물량이 달려 칠레, 중국, 미국, 우루과이, 캐나다 등지에서 수입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들어 귀물 대접을 받던 흑산도 홍어가 풍년가를 부르고 있다.

칠레산 가오리에게 속아 오던 식도락가에게 입맛도는 희소식이다.


예부터 다른 지방에서는 집안 잔치 때 돼지나 소를 잡았지만,

목포, 신안 등 남도 서해안 지방에서는 흑산도 홍어를 확보하느라 분주했다.

그렇게 구입한 홍어를 쌀겨에 버무려 가마니에 넣거나, 짚을 켜켜이 박아가며 옹기에 넣은 후 따뜻한 곳에 두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삭혔다가 손님맞이 요리로 상에 내곤 했다.

남도에서 홍어가 없는 잔칫상은 “먹을 게 없다”는 타박을 들었다고 한다.

다른 생선과는 달리 홍어는 알싸하게 코를 쏠 정도로 푹 삭혀서 먹는다.

삭혀서 먹기 때문에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아무리 사철 음식이라 해도 제철은 있게 마련.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홍어의 산란기인데,

이때가 홍어속살이 알차고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5∼6월에 나는 홍어도 맛있다고 소문났지만 늦가을과 겨울에 잡히는 홍어 맛엔 비할 바가 못 된다.

홍어의 진가는 고약한 향취다.

삭힐 때 나는 역한 암모니아 냄새와 씹을수록 코를 찌르는 강한 맛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들이나 여성들은 기피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코끝이 찡하고 다음에는 입안이 상쾌하고 끝 맛은 청량하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칠레산 수입 홍어와는 맛이나 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월부터 3월까지

홍어는 숙성된 정도에 따라서 강한 암모니아 같은 향을 내는데 목구멍을 확확 달아오르게 하며 코끝까지 아리게 하는 특유의 향이 가장 큰 매력이다.

 

원래 발효식품은 중독성이 강한 법.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장금>에도 홍어와 관련된 장면이 나온다.

홍어 한 점을 먹어본 후 그 지독한 냄새에 장금이 얼굴을 찌푸리자 한 상궁이 재촉한다.

계속 먹어봐.” 입을 오물거리며 맛을 음미하는 장금의 표정이 점차 밝아진다.

마마님, 자꾸 씹으니… 맛이 납니다. 처음엔 코끝이 찡하고 다음엔 입 안이 상쾌하고 끝맛은 청량합니다.

이 대사에 홍어의 맛이 모두 담겨 있다.

씹을수록 맛이 나고 삼키고 난 후에는 깔끔한 홍어의 이 맛은 어디에서 오는것일까???

생선에는 몸 안의 수분이 바닷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삼투압 기능을 하는 여러 물질이 있다.

그중에서도 홍어와 상어의 살에는 요소(尿素)가 특히 많은데,

이것이 코끝 찡하도록 톡 쏘는 맛의 근원이다.

이 요소가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바뀐다.

회보다는 찜을 한 홍어 맛이 더 자극적이다.

찜을 하면 발효과정에서 남아 있던 요소까지 모두 암모니아로 바뀌기 때문...


퀴퀴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통해 뇌속으로 파고들면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즐거운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 맛에 길들여지면 입맛이 향기를 쫓게 되고 '별스러운 중독성'에 다시 찾는다.

전라도 지방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음식.

홍어는 그래서 마니아를 몰고 다닌다.

  

 

▲홍어삼합
 
홍어는 회·구이·찜·국거리 등으로 먹는데,

홍어탕, 홍어무침, 홍어회냉면 등으로 다양한 요리가 선보이고 있다.

‘홍어찜’은 회로 먹는 것보다는 암모니아의 횡포가 심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맛을 즐기려면 푹 삭혀서 톡 쏘는 맛에 눈물·콧물을 훔쳐 가며 먹어야 제격이다.
 
홍어는 뼈까지 연해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홍어찜과 회는 주로 살결이 일정하고 물렁뼈가 알맞게 박힌 날개 부위로 하는데,

매콤하게 삭은 하얀 속살과 오독오독 씹히는 물렁뼈가 초보자에게도 무난하다.

이른 봄 보리싹과 함께 간 등 내장을 넣어 끓인 '홍어애(내장) 보릿국'도 애간장을 녹인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삼합' '삼탁' 또는 '홍탁'이야말로 흑산도 홍어요리의 진수다.

삼합흑산홍어를 삭힌 살묵은 김장김치, 그리고 삶은 삼겹살 등 셋(삼)을 차례로 얹어 보쌈(합)처럼 먹는 음식이다.

여기에 막걸리(탁주)를 걸치면 '삼탁'이며,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더운 성질이 조화를 이루는데,

막걸리에 함유된 유기산이 홍어의 강한 맛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도 무리 없는 별미이다.
그리고 그냥 홍어를 소금이나 초장에 찍어 막걸리 한잔에 곁들이면 '홍탁'이 된다.
보리싹과 함꼐 간 등 내장을 넣어 끓인 '홍어애(내장) 보릿국'

▲홍어의 영양학
 
'세상에서 가장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라서 위장 약한 사람,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별탈이 없다.

홍어는 소화촉진 기능과 장을 깨끗이 하는 작용이 탁월하므로 만성적으로 소화불량인 사람은 홍어를 먹어보길 권한다
 
홍어는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 열이 많은 고혈압 환자들에게 좋으며,

특히 뼈와 뼈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황산콘드로이친 (관절염 치료제)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관절염 류머티즘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좋을 뿐 만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더구나 지방 함유량은 극히 적어(0.5%) 여성들의 다이어트와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홍어는 가래를 없애는데도 효과가 좋아 옛날 소리꾼들은 가래를 없애기 위해 홍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몸 안의 더러운 성분이 없어지며 술의 기운을 없앤다”고 적었다.
썩힌 홍어도 독이 사람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몸속의 담배독이나 술독을 제거하고 심지어 담석까지 삭혀 준다는 속설이 전해오는 식약을 겸비한 음식이다.  


▲서울권에서 맛보는 흑산도 홍어


서울 등 대도시에서 맛볼 수 있는 홍어요리는 톡 쏘는 맛을 순화시킨 것들이 대부분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조리했다가는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겁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톡 쏘는 맛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인데,

홍어 맛에 매료된 마니아들은 ‘코로 먹는 생선’이라며 홍어의 독한 맛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서울근교에서도 국내산 홍어맛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은 몇군데 안되는데,

그중 한곳인 일산 자유로변에 있는 '우슬이네(대표 김종원·45)'는 홍어삼합을 제대로 하는 집이다.

흑산도에서 직접 잡아올린 자연산을 그 집만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숙성, 식탁에 내놓음으로써 많은 식도락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홍어 피부의 끈적끈적한 진액을 제대로 삭혀 만든 쫀득쫀득한 육질과 돼지고기를 삶지 않고 장작불에 익힌 삼겹살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특히 이 식당만의 비법인 옥돌을 항아리 속에 넣어 삭힌 홍어는 향취가 강하지 않으면서 맛은 월등히 뛰어나다.

홍어를 썰어 놓으면 기름칠을 해 놓은 것처럼 윤기가 나며 육질이 질기지 않아 쫄깃쫄깃하다.

옥에서 많은 영양성분을 발휘해 건강에도 유익하다.

홍어삼합(대)은 9만원·6만원(중), 홍어무침 4만5,000원, 홍어정식(1인분) 2만5,000원이다.

출처:굿데이,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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