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온 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굴을 즐겨 먹었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쓰레기장인 패총에서도 굴 껍데기가 출토되고, 조선 시대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굴은 동해안을 제외한 7도의 중요한 토산물로 기록돼 있다.
굴은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 모려(牡蠣), 굴조개, 석굴, 석화(石花) 등으로 불렀다.
석화는 돌 ‘석(石)’자에 꽃 ‘화(花)’자로 바닷가 바윗돌에 꽃이 핀다는 뜻의 ‘돌꽃’으로 불렀다.
굴은 일단 눈으로 보아도 매끈한 윤기,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굴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굴은 매우 유혹적인 식품이었다.
실제로 해산물을 날로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날로 먹는 해산물로는 굴이 거의 유일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굴을 즐긴 사람들은 고대 로마 황제를 비롯한 삼총사를 쓴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더 뒤마, 그리고 “짐이 곧 국가다”라고 외친 프랑스 왕 루이 14세도 굴 마니아였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서양에서 굴을 사랑한 인물로는 카사노바를 빼놓을 수 없다.
서양 최고의 플레이보이로 꼽히는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생굴을 50개씩 먹었다고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렇게 대부분 정력적인 남성들이 즐긴 탓인지 굴은 정력제로 알려졌다.
그러나 맛을 아는 여성들도 굴을 즐겼는데 절세미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가 탄력 있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식탁에서 빼놓지 않았던 식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달빛같이 흰 피부를 원하면 굴을 먹으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왜 이렇게 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몸에 좋은 정력식품 혹은 피부에 좋은 식품으로 평가받아 온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굴이 가지는 영양성분 때문이다.
굴은 다른 조개류에 비해 아연, 철분, 칼슘 등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까지 영양소가 풍부한 편이다.
특히 칼슘의 함량은 우유와 비슷할 정도로 풍부해 어린이 성장발육에도 좋아 서양에서는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 부른다.
수산물 중에서도 가장 완전식품에 가까운 굴에 들어 있는 철분과 구리, 칼슘은 빈혈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특히 정상적인 면역기능과 함께 세포분열에 필수 영양소인 아연을 함유하고 있다.
굴이 정력에 좋은 이유는 바로 아연 때문인데 아연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영양소로 셀레늄과 함께 정력에 좋은 미네랄로 통한다.
또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만드는 데 쓰이는 특별한 아미노산이 풍부해 정력제로도 알려져 왔다고 보인다.
특히 아연 성분은 우리 몸에 축적돼 있는 납 성분을 체외로 배출시켜주는 효능이 있으며, 굴에 있는 셀레늄은 대장암세포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굴의 또 다른 효능으로는 피부미용을 꼽을 수 있다.
굴에는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를 탄력 있고 깨끗하게 해준다.
여드름 환자가 굴을 섭취하면 균 감염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또한 굴의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알코올을 해독하는 작용이 뛰어나 피로회복에 좋다.
굴의 타우린 성분은 뇌 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며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굴에는 비교적 콜레스테롤이 많지만 이를 타우린이 낮추어 주는 셈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과 나트륨이 높아 혈압조절과 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요한 경우 너무 과량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동해를 빼고 남해안, 서해안에서 다 잘 자라는 굴이지만 지형적으로 다소 다른 특성을 가진다.
남해안 굴은 크고 맛이 시원하지만, 서해안 굴은 작아도 맛이 진하고 담백한 특성이 있어 기호대로 골라 먹으면 좋다.
우리나라는 참굴, 토굴, 강굴, 바윗굴 등 굴 종류가 다양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굴의 종류가 많아 입맛에 따라 산지별로 굴을 골라서 먹는다.
와인이 산지와 연도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굴도 마찬가지다.
생굴의 맛을 즐기는 서양인들은 레몬을 많이 뿌려 먹는데 이는 레몬의 비타민C는 철분의 흡수를 돕고 굴에 함유돼 있는 타우린의 손실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굴을 주로 생으로 즐기는 서양인들에 비해 우리는 요리 민족답게 다양한 굴 요리를 즐겼다.
생으로 먹는 것 말고도 굴 무침, 굴밥, 굴전, 굴국, 굴 국밥, 굴찜, 굴 깍두기, 굴김치, 굴장아찌, 굴튀김을 요리해 먹고, 젓갈로는 어리굴젓까지 담가 먹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굴을 즐겨먹었는데, 1795년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수라상에는 ‘석화잡저(石花雜菹)’라는 것이 나오는데 바로 이것이 굴을 넣고 담근 섞박지로 궁중에서도 굴을 넣어 김치를 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떤 굴을 사 먹는 것이 좋을까?
자연산 굴도 좋지만, 양식 굴도 좋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대부터 굴을 양식해 먹었고 품질도 좋은 편이다.
굴양식을 많이 하는 통영의 갓 딴 큼직한 양식 굴은 생으로도 먹고, 불에 구워 먹어도 별미다.
굴은 색이 우윳빛을 띠고 살은 패주가 뚜렷하게 서 있는 것으로 둥그스름하고 통통하게 부풀어 있는 것이 신선하다.
굴은 겨울철이 제철이고 서양속담처럼 굴은 알파벳 R이 들어간 달에 먹는 것이 좋다.
5월에서 8월 사이의 굴은 맛이 없고 독소를 가지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굴은 잘 상하고 부패하기 쉬우므로 주의하고 잘 보관해야 한다.
굴은 1% 정도의 소금물에 넣어 남은 껍질을 떼고 여러 번 씻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굴은 바닷물과 함께 냉장보관하면 좋고 장기간 보관을 할 때는 굴에 소금을 살살 문지른 다음에 흐르는 물에 씻어서 먹을 만큼씩 나누어 냉동보관 한 후 필요할 때마다 해동해 먹는 것도 사시사철 굴을 즐기는 요령이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아 온 식품인 굴은 단연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특히 겨울철이 아니면 제대로 굴 맛을 즐기기 어렵다.
향긋한 바다 냄새로 우리를 유혹하는 굴의 그 오묘한 식감과 그 향긋한 맛을 이번 겨울에는 놓치지 마시고 충분히 즐겨보길 바란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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