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 수백m~수㎞ 남극 빙하 밑에 호수가 300여개가 존재
그 크기는 미국의 1.5배의 면적을 가지고 있고,
3,000만년간을 대기나·햇볕과 격리된 극한 조건인데,
이런곳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외계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있다는 추정으로 각국에서는 빙저호 뚫기에 치열한 경쟁이 붙은 실정이다.
◇남극빙하에 거대한 호수에 생명체가...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사이언스는 지난 7일 남극에 있는 휠런스(Whillans) 호수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미국 연구진이 이 호수에서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소식이었다.
호수 바닥 침전물과 물을 채취해 배양하던 중에 단순한 생명의 형태를 찾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의 종(種)을 밝히기 위한 DNA 분석에 착수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지구상 한 호수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게 뉴스가 된 이유는 호수의 위치 때문이다.
휠런스호는 두께 800m 남극 빙하 밑에 존재하는 '빙저호(氷底湖)'다.
과학자들의 탐사 결과 현재 남극 빙하 아래엔 휠런스호와 같은 호수 360~380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수들 사이로는 강이 흐른다.
그 유역 면적은 세계 최대의 강인 아마존보다 넓다.
미국 전체 면적의 1.5배나 된다.
지구상 최대의 습지가 남극 밑에 숨어 있었던 셈이다.
19세기 말 러시아 과학자 크로포트킨은 "수천m 두께의 빙하 아래에 얼지 않은 맑은 물이 존재한다"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은 순수하게 이론적인 것이었다.
거대한 압력 때문에 빙하의 가장 아랫부분의 온도가 올라가고 얼음이 녹은 상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 이후 빙저호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돼왔다.
2000년대 들어 위성 관측에 의해 빙저호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거대한 빙하들이 수년간에 걸쳐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넘는 350㎢의 빙하가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9m가 낮아졌다.
미국 NASA의 과학자들은 빙하들이 물 위에 뜬 상태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물이 빙하층이 움직일 때 윤활층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빙하를 관통하는 레이더, 지구 중력과 지진파의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들이 동원돼 빙저호의 거대한 실체가 확인됐다.
◇생명체 근원 밝혀줄까
만년빙 아래에 어떻게 얼지 않은 호수가 존재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열과 빙하의 거대한 하중이 만들어내는 압력과 열, 그리고 빙하 아래의 얼음 유동에 의한 마찰열 등이 빙하 아래 물을 얼지 않게 만든다고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호수들에 지금껏 인류가 알지 못했던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빙저호는 최소 3,000만년 이상 지구 대기와 햇볕 등 외부환경과 격리된 상태에서 존재했다.
생명현상에 필요한 영양소도 극도로 결핍된 상태가 지속됐다.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극한의 조건이다.
이런 곳에서 미생물 등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얼음과 암석 투성이인 외계의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목성과 토성의 달(위성)이 바로 빙저호와 비슷한 환경이다.
거대한 얼음층 밑으로 물이 존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휠런스 호수 발견에 과학계가 흥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극에선 빙저호를 뚫어 생명을 확인하려는 각국 과학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두주자는 러시아였다.
두께가 3.75㎞이자 빙저호 중 가장 큰 보스토크 호수를 향해 20년 가까이 굴착해왔다.
러시아 연구진은 지난해 말 마침내 이 호수의 물을 뜨는 데 성공했다.
미생물의 존재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영국팀도 지난해 빙저호 엘스워스의 코앞까지 뚫었다.
현재는 혹한으로 장비가 고장 나 철수한 상태다.
오히려 탐사에 늦게 뛰어든 미국팀이 가장 얕은 호수를 골라 미생물 채취에 성공했다.
빙저호의 물과 퇴적물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수㎞에 달하는 거대한 빙하를 뚫어야 한다.
시추 과정에서 외부 미생물이나 오물이 들어가 청정한 지하수가 오염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남극 호수를 뚫고 들어가는 드릴은 물을 이용한다.
시추공에서 나오는 청정의 빙하를 녹여 5단계 필터로 거르고 다시 자외선 살균을 한 뒤 88도로 덥혀 시추공 속으로 고속으로 분사하는 원리다.
수㎞의 빙하를 뚫고 호수로 통하는 구멍을 열었다고 해도 기회의 창은 금세 닫힌다.
24시간이 지나면 시추공이 얼어서 막혀버리기 때문.
연구진은 단 하루 동안 호수물을 떠내고 호수 바닥의 침전물을 걷어 올려야 한다.
☞빙저호(氷底湖)
두께 수백m~수㎞의 남극 빙하 아래에 있는 호수.
햇볕도 대기도 스며들지 못한 가운데 지구환경과 수천만년 격리돼 존재해 왔다.
과학자들은 생물 진화와 우주 생명체 존재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빙저호의 생명현상을 탐구해 왔다.
- 조선일보 이길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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