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최초 조상은 누굴까?

일단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곳은 아프리카라는 이론이 가장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그 최초 조상이 정작 누구냐는 '뿌리'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국제저널에 발표된 논문이 인류의 최초 조상을 밝혀내 고고학계가 흥분에 빠졌다.

케냐 나이로비 투르카나유역 연구소의 미브 리키 교수와 루이즈 리키 박사 공동연구팀은 케냐 고대 인류 유적지 쿠비 포라(Koobi Fora)에서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화석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지난 8일 세계 유명 저널 '네이처(Nature)' 표지논문에서 화석 발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2007년과 2009년에 쿠비 포라에서 고대 인류의 아래턱 등 얼굴뼈(화석 번호 KNM-ER 60000, KNM-ER 62000 등)를 발굴했는데,

이를 분석해 보니 인류의 조상이었던 호모 루돌펜시스와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인류 기원 마지막 퍼즐 찾다

고대 인류는 약 20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발굴된 가장 최초의 조상은 '호모 하빌리스'로 여겨졌다.

그러나 근거가 약했다.

1986년 호모 하빌리스의 키가 1m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 문제는 미궁에 빠졌다.

충북대 인류학과 박선주 교수는 "호모 하빌리스는 키가 1m로 작은데, 이후 20만년 뒤 등장했다고 여겨지는 호모 에르가스터의 키는 1m70에 육박한다"며

"20만년 만에 키가 이렇게 클 수 없어 하빌리스는 인류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는 반대의견이 거셌다"고 설명했다.

호모 하빌리스에서 호모 에르가스터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종이 호모 에르가스터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던 중 1972년 호모 루돌펜시스라는 새로운 종이 발굴됐다.

리처드 리키 박사가 쿠비 포라 근처에서 호모 루돌펜시스로 여겨지는 화석을 발견한 것이다.

후대에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 호모 에렉투스보다 두개골 크기가 훨씬 컸고 생김새가 인간과 비슷해서 인류 조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반대가 거셌다. 화석이 단 한 개뿐이어서 하나의 종으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약 40년이 지나 미브 리키 교수 연구팀이 리처드 리키 박사가 발굴한 화석과 동일한 종의 화석을 한 개 더 발견하면서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화석이 두 개가 됐기 때문이다.

미브 리키 교수는 저널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1972년 발굴된 호모 루돌펜시스와 같은 화석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우리는 드디어 답을 얻었다(At last we have some answers)"고 밝혔다.

1972년 화석이 발견된 곳에서 겨우 10㎞ 떨어진 곳에서였다.

이를 통해 호모 에르가스터로 진화한 것은 호모 루돌펜시스라는 이론이 지배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인류의 새로운 조상은 호모 루돌펜시스가 됐다.

 

■ 복수종이론 정설로 자리 잡을 듯

그동안 인류가 호모 하빌리스에서 직립원인인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단선진화론이 주류였다.

단선진화론은 한 가지 종이 없어지면 다른 종이 생겨나 그 역사를 이어왔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과학자들은 인류의 조상 중 여러 종류가 동일 시기에 동일 지역에서 함께 살았다는 복수종이론을 지지하게 됐다.

실제 이번 연구결과 약 200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가스터 3종류가 현재의 케냐 지역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세 종류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한 종이 살아남아 인류 역사를 이었을 것이다.

박 교수는 "인류도 3가지 종이 동일 지역에 거주하면서 공존·경쟁·자연선택됐다는 복수종이론이 정설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비 포라 지역은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돌펜시스 등 고대 인류 화석이 다수 발견된 보물 같은 곳이다.

이번 미브 리키 교수 연구팀도 쿠비 포라 지역에서 두 번째 호모 루돌펜시스 화석을 발견했다.

< 경향신문: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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