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로 움직이는 로봇’ 탄생
[서울신문]살아 있는 쥐의 뇌세포로 움직이는 로봇이 개발됐다. 외부 지시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고 반응한다. 앞으로 기억과 학습내용이 어떻게 뇌에 저장되는지 밝혀낼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BBC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레딩대학 연구진이 음파로 움직이는 로봇에 쥐의 뉴런을 결합해,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어 냈다."고 보도했다. 뉴런은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계의 기본 세포다.
로봇에는 '고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고든에게 쥐의 뉴런을 배양해 만든 30만개의 살아 있는 뉴런을 이식했다. 현재 로봇에 이식된 뉴런들은 장애물을 돌아가고 벽을 피해 이동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연구진은 쥐의 태아에서 뉴런을 채취해 전극이 연결된 '다중전극판(MEA)'에 배열했다.MEA는 생체조직과 기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인공뇌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뇌는 로봇 바퀴를 움직이도록 전기신호를 보내고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센서의 신호를 수신한다. 사람이나 컴퓨터의 추가 제어 없이 스스로 살아 움직인다는 얘기다.
실험 결과 뉴런들은 처음부터 분주하게 움직여 첫 24시간 안에 서로 연결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1주일이 채 지나기 전에 자발적인 전기신호를 내보내며 정상적인 쥐나 사람의 두뇌와 같은 활동을 했다.
연구진은 "고든을 통해 뇌가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는지, 기억이 뇌 속에서 어떻게 되살아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츠하이머·파킨슨병 같은 뇌 관련 질환의 원인과 치유책 개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윤리적 문제만 없다면 사람의 뉴런으로도 유사한 실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쥐의 뉴런과 사람의 뉴런은 양에서 차이가 날 뿐 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쥐의 뉴런은 약 100만개, 사람의 뉴런은 약 1000억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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