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웅장한 소리로 유명한 세기의 명기(名器)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보존 상태에 따라 대당 몇십 억원을 호가함은 물론, 심지어 100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비싸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은 이탈리아 크레모나 출신의 명장(名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생전에 제작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17~18세기 만들어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천상의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오랜 시간 많은 학자들이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여러 연구팀에 의해 그 숨겨진 비밀의 일단이 서서히 드러났다.


최근 대만국립대 연구팀은 스트라디바리우스 현악기의 가장 큰 특징은 나무의 보존을 돕는 복잡한 화학적 혼합에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곧 나무를 좀먹는 벌레를 쫓아내기 위해 나무에 미네랄 성분을 주입했다는 것.

이 연구결과는 10년 전 발표된 미국 텍사스주 A&M 대학의 논문과 비슷하다.

당시 연구팀은 나무에 기생하는 벌레를 죽이기 위해 나무를 특수처리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아름다운 소리를 얻었다는 학설을 제기한 바 있다.


연구를 이끈 타이 황칭 교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만든 단풍나무에는 알루미늄, 칼슘, 칼륨, 구리, 아연 등을 포함한 미네랄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다"면서, "이 점이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현재 제작된 현악기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크레모나에서 제작된 악기들은 유독 벌레에 강해 오랜기간 보존됐다"면서,"단풍나무를 미네랄 처리하는 비결이 전승되지 않고 어느 순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또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특별한 소리를 만든 또 다른 이론인 단풍나무의 특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이론은 17~18세기 당시 지구가 미니 빙하기에 들어가 평소보다 온도가 낮았고, 이에 단풍나무들이 서서히 자라나면서 더 단단하고 밀도있는 재료가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황칭 교수는 "당시 제작된 바이올린의 공명판과 현대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것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면서,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의 비밀을 모두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특유의 진동과 깊은 소리는 나무 자체보다 이를 특수처리한 비결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등 일부 연구팀은 나무 밀도의 차이가 진동효과나 소리 생성과 같은 요소들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것과 300년이란 세월이 지나다 보니 악기가 저절로 음색이 좋아졌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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